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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용품 방랑기6 "스티가에 빠지다"

작성자공룡|작성시간15.11.01|조회수869 목록 댓글 3
TSP의 약점착 러버 히야꾸는 지금도 일본과 유럽에서는 판매되고 있는 좋은 러버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수입이 되질 않네요..
덜 나가고 잡아주는 컨셉의 러버라 팡팡 잘 나가는 거 좋아하는 우리 탁구인들에게는 별로 어필하지 못했나 봅니다.
중국러버의 기본 성향을 전승하는 러버입니다.
지금은 트리플 시리즈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죠.
단 여느 점착러버와는 다른 이 러버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한 가지는 상대의 회전을 많이 타지 않으면서 자기 회전도 썩 많이 주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컨트롤계로도 볼 수 있는 점착러버였습니다.
공은 러버에 촥촥 붙어오는데 상대 회전을 타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곳에 던져넣기 참 쉽죠.
극강의 회전을 주지는 못해도 충분한 만큼의 회전력은 있었고 무엇보다 랠리를 주도할 수 있는 극강의 컨트롤 능력을 가졌으며 상대 회전과 파워를 먹어 흡수해버리는 성질이 있는 히야꾸.
그 매력에 흠뻑 빠진 젊은 공룡은 이제 아예 중국러버 까지도 꿈꾸게 됩니다.
후면에 히야꾸를 붙이고 전면에 정통 중국러버를 붙이면.. 와우~
다 흡수해 버릴 테다!
이렇게 되겠죠.
즉시 실행에 옮겼겠죠?ㅋ
그런데 전면 중국러버는 며칠 하다 그만뒀습니다.
당시 잘 나가던 388을 야심차게 붙였는데 이게..
너무 안 나가니 온전히 내 힘으로만 쳐야 되니까.. 어깨도 아프고..
중국러버는 바로 포기.^^
그래도 후면의 히야꾸는 계속 참 잘 썼습니다.
수명도 무척 길어서 일 년은 더 쓴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때 사실은 러버보다도 블레이드에 푹 빠졌었답니다.
그동안 써오던 일본제 목판들과는 다른.. 뭐랄까.. 자연이 살아 숨쉬는 기분이랄까.
너무나 자연스럽고 순수한 손맛을 가진 스티가 블레이드.
올라운드 에볼루션이 너무 좋아서 또 급히 몇 개 더 삽니다.
'오펜시브 클래식', '올라운드 클래식', 그리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라파이트 우드'까지.
당시에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그래서 단골 매장 사장님께 부탁부탁하여 전국에서 수배해 어렵게 구한 이 몇 자루의 스티가 블레이드들은 이후 여러 해 동안 제 주력이 되었고 특히 그라파이트 우드는 그야말로 최고였지요.
그 좋은 블레이드가 왜 단종되었는지는 지금까지도 도대체 알 수가 없네요..
여러 해 동안 거의 정착하나 싶을 만큼 즐겁게 주력으로 쓰던 명품 그라파이트 우드는 자동차를 잃어버리면서, 정확히는 도난당하면서 함께 잃어버렸습니다.
아침에 나와보니 밤에 주차해 놓은 자리에 차가 없는데.. 차보다도 트렁크에 들어있던 라켓 세 자루가 더 아쉬웠던 걸 보면 참.. 중병 맞지요?ㅋㅋ
다음날 먼 동네 공터에서 이것저것 부속이 떨어진 채로 버려진 차를 찾았지만 역시나 라켓 가방은 없었습니다.
그라파이트 우드는 이미 단종된 후라 다시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던 또 하나의 스티가 전통의 명품 올라운드 클래식을 몇 달 썼지만 파워 넘치던 묵직한 구질이 그리워 그라파이트 우드의 후속작이라는 '수퍼카본'을 구입해봅니다.
산사에 올라온 듯 청명한 목탁소리가 온 구장을 채웁니다.
또 뭐야? 이번엔 목탁이야?
제 용품병을 옆에서 지켜보던 구장 형님의 첫마디였습니다.^^
참고로.. 이 방랑기에는 말하자면 제 주력들만 등장합니다.
이제까지 소개한 몇 개의 용품들.. 그 숫자에 열이나 스물 쯤 곱한 수량의 용품들을 늘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중 좋은 거 몇 개를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쓰고 또 그 중 가장 좋은 하나는 주력 삼아 게임 때 쓰는 거죠.
지금까지도 그게 버릇입니다.
아무튼 꽤 오래 주력이었던 그라파이트의 자리를 채워보고자 구입한 수퍼카본은 파워도 좋았고 정말 크게 목탁소리가 나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지금의 티모볼 T5000과 많이 비슷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무엇도 그라파이트 우드의 빈 자리를 채우진 못했습니다.
불쌍한 젊은 공룡은 이번엔 단종된 모델을 도난당한 불행한 이유로 인해, 할 수 없이, 원치는 않았어도, 자의는 없이 순전히 타의에 의해, 다시금 깊은 용품방랑의 늪에 빠졌겠지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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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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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그대웃음소리 | 작성시간 15.11.01 점점 이야기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저는 ㅋㅋ 저도 이놈의 용품병이 언제나 멎을런지요..
  • 작성자박야탁 | 작성시간 15.11.02 잘읽었습니다...^^
  • 작성자강시나브로 | 작성시간 15.11.14 탁구의 역사를보는거같네유
    잘봤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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