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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 (4)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작성자Oscar|작성시간17.04.02|조회수853 목록 댓글 5

(이 글은 연재글이므로 앞의 글을 읽으셔야 본 글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서구 사회가 개인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개인주의적이나 또한 집단주의적입니다.
즉 전체의 질서를 위해서 개인은 자신의 자유의 일정 부분을 유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보한 외의 면에서는 자유롭습니다.
반면 집단의 질서를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가혹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전체 집단의 사람들에게 해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서양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은 집단에 의해 린치를 당합니다.

혹시 라이언의 딸이라는 영화 보신 분 계신가요?
그 영화에서 보면 아일랜드의 한 기혼녀가 영국의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것이 들통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 가서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옷을 잡아 뜯습니다.
그 마을의 신부님이 말려서 이 여인은 남편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런 장면 외에도 서구 사회에서는 집단을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아주 가혹하지요.
마녀 사냥 같은 것도 그런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동양 사회에서는 공동체를 중시하긴 해도 개인의 가치 역시 중시한다고 생각됩니다.
한 개인은 누구나 공동체 내에서의 한 개인이며 가문 내에서의 한 개인입니다.
개인의 가치가 개인 한 사람에게로만 환원되지 않지요.

그런 의미에서 동양에는 왕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공동체의 가치와 행동 양식에 맞지 않는 사람을 공동체에서 몰아 내는 것이지요.
개인에게는 공동체와 맞추어야 하는 한계 없는 규율이 적용됩니다.

저도 여러 개의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각 단톡방 마다 흐름이 있지요.
그런데 그 흐름에 못 끼여들면 참 불편해요.
단톡방을 그냥 내가 생각나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기 보다는, 그 속에서 내가 어울리나 어룰리지 않나를 견주어 보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의 탁구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글이 다행스럽게 다시 탁구로 돌아 왔네요. ^^)

전에 제가 쓴 글에 미국의 탁구 문화와 유럽의 탁구 문화를 비교한 글이 있는데요,
유럽의 탁구 문화는 클럽제이고, 곧 회원제입니다.
우리의 탁구 문화와 비슷하지요.
우리도 동호회가 있고,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탁구 치기가 어렵잖아요.
반면 대륙적 기질과 혼합 민족의 풍토를 지닌 미국은 그런 동호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누구든 만나서 탁구를 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모르는 사람 간에 실력 편차를 견줄 수 있는 레이팅제가 발달되어 있다고 할 수 있구요,
유럽은 리그제가 발달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런 "예"의 풍토에 기반한 한국의 탁구 동호회는 참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 속에 은연 중에 많은 서열 관계가 있거든요.
식사나 술자리에 가서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말 하지 않고 듣기만 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듣기만 해야 하는 사람이 말하기 시작하면 뭔가 분위기가 어색해 지지요.
또 말 해야 하는 사람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식사 자리는 어색해 집니다.
그런데 말할 수 있는 사람, 말 해야 하는 사람을 어느 누구도 정해 주지 않아요.

귀족 문화가 자리잡은 서구나 러시아 사회는 식사 자리에 가면 주빈이 있고 객이 있습니다.
그럼 주빈이 객들에게 앉을 자리를 정해 주구요, 자연스럽게 주빈이 사회자가 되어 대화를 유도합니다.
특히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발언 분량을 주기 위해 사회자가 노력하지요.
그게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압력이기도 해요.
어느 누군가가 똑똑하고 많이 안다고 해서 대화를 독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양의 문화는 다르지요.
자연스럽게 그 식사 자리에서 발언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어요.
그것을 눈치로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발언권이 있는 사람에게 맞장구를 쳐 줘야 하고, 또 누군가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제대로 안 되면 그 식사 자리는 재미가 없어지지요.
그런데 그런 질서를 누가 정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양처럼 대화를 이끄는 신분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관계는 매우 복잡한 서열 관계 속에서 분명하게 이루어 집니다.

만약 이런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 그 사람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 남기 어렵습니다.
즉 탁구 동호회는 서구 사회처럼 어떤 눈에 보이는 명확한 질서 구조 속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고,
각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계층 질서 속에서 은연 중에 각자의 역할이나 지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수가 되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요.
설령 고수가 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모임에서 조금이라도 더 실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대단히 보람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탁구 동호회 속에서 편하게 잘 지내는 것은 이런 면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계층 구조 속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또 자기의 지위를 올려 줄 수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자신에게 존경을 보내는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하며, 또한 자신의 위치에 맞게 잘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 줄을 우리는 잘 몰라요.
그런 사회 속에서 계속 살아 왔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서양 문화 속에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매우 낯섭니다.
한 사람은 정해진 신분으로 모든 사회 관계 속에서 동일한 가치를 부여 받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오게 된 서구인들은 한국인의 복잡한 계층 구조와 위계 질서,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진 계층 구조가 드러나는 회식 자리 같은 것을 굉장히 낯설어 합니다.

이런 면에서 탁구 동호회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개인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
나아가 확보한 위치를 조금씩 위로 올려 발언권을 갖고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것 등이 결과적으로는 탁구 실력과 상당한 연관 관계를 갖습니다.

가끔씩 탁구 실력이 늘지 않아 하소연 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게 되는데, 그것이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인 것이, 자신과 똑같이 시작했거나 혹은 자신보다 뒤늦게 탁구를 시작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잘치게 되면서 결국 더 높은 사회적 지위로 올라가는데 반해 자신은 계속해서 낮은 자리에 머무르게 되므로 상당히 심각한 고민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는 그리 높은 대우를 받지 못 하는데 탁구 만큼은 실력으로 높은 대우를 받게 되는 사람들의 경우는 탁구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죠.
그야 말로 자아 성취의 주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런 면에서 탁구 커뮤니티란 대단히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다 오픈하여 견주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보면 자신이 말해도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처음부터 탐색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댓글을 던지면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지요.
그러나 자신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던지면 금방 위축되기도 합니다.
바로 오프라인 탁구 모임에서 겪었던 일들이 온라인 문화에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탁구를 잘 치시는 분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자기가 한 말에 반론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반대 댓글 쓴 사람이 도대체 몇 부를 치는데 저런 얘기를 하나,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탁구 커뮤니티를 따뜻하고 서로간의 배려가 넘치는 곳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글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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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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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이불망 | 작성시간 17.04.02 그렇습니다. 너무나 게임의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게 스포츠인데 이긴 자는 마치 정복자 같고 진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양 기죽은 모습이 안타깝더군요 이것도 물론 일부의 현상이긴 하지만요. 탁구장 문만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4.02 예, 탁구가 여러모로 예민한 면이 많은 운동이지요~^^
  • 작성자몸치쉬신 | 작성시간 17.04.03 탁구 친지는 3년이고 최근 쉐이크 전향 한달차
    입니다.
    우리나라 사회자체가 오직 결과중시에 과정은
    무시하는 그런풍토라 더 그런듯 합니다.
    저는 기본기만 2년쳤고 1년정도 게임을
    했지만 주위사람들 다 폼은 이쁜데 실력이
    안좋다라고ㅡㅡ
    기본기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듯 합니다
    당장의 영광을 위해서 말이죠
    안타깝게도 저와 뜻을 같이했던 파트너도
    게임의 유혹에 기본기 상실했지만 얻는건
    게임을 잘해서 얻는 영광?
    참고로 저희탁장은 죄다 제일약한 6부입니다
    어떻게보면 씁쓸한 한장면이기도 하구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4.03 ㅠㅠ 그렇군요.
    그래도 현 단계에서는 기본기가 더 중요할 듯 합니다.
    버티세요~^^
  • 작성자탁콥 | 작성시간 17.04.05 저도 레슨 받으니 이기던상대한테도 지고 자세는 이쁜데 게임 못하네라는 말을 듣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져도 하나하나 제가 하고자하는게 되네요~
    탁구는 쉽지않은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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