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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의 미래상에 대해 (1) 점빵과 장터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6.04.06|조회수632 목록 댓글 6

한국 탁구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2가지의 상반된 생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독일식의 "동네 점빵형 탁구 문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식의 "장터형 탁구 문화"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가 제멋대로 용어를 만들어 붙여 봤습니다.


이 두 나라는 제가 나름대로 여러 가지 비교할 만한 것들이 있다고 결론지은 나라들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미래 탁구 문화를 논함에 있어 의미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점빵형이라는 말은 제가 어릴 때 시골 마을에 있던 상점을 생각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지금도 시골에 가면 점빵이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어릴 때는 과자 사려면 그곳에 가야 했습니다.


대개 동네 점빵은 그 앞에 평상이 있구요, 그 곳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앉아 계십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그분들이 저를 불러 세워 놓고 뉘집 자식인지, 뭐하러 왔는지 물어 보십니다.
어르신들 소일 거리가 점빵 앞에서 사람 구경하고 몇 마디 얘기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점빵 평상은 그런 일만 하는 곳이 아니에요.
한 낮 더위, 땡볕을 피해 잠시 일손을 놓은 남자 어른들이 두세분 모여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과 총각 김치 한 조각을 들고 농사일에 지친 몸을 쉬기도 하지요.


저는 사실 이 점빵 가는 것이 좋지는 않았어요.
제가 동네 어른들을 잘 기억하지 못 하는데, 동네 어른들은 저를 잘 아시니까,
가면 불러다 놓고 이것 저것 집안일들을 물어 보십니다.
그런데 대답하기도 곤란하고, 누구신지도 모르는데, 내가 누구다, 왜 나를 모르느냐 하니까,
어린 마음에 어렵기만 했거든요.


그리고 시골 점빵이라는 곳이, 요즘 편의점과는 전혀 다르지요.
라면 같은 것을 사면 유통 기한 지난 지 몇 달 된 것도 있습니다.
끓여 보면 퍼석하고 맛이 영 이상했습니다.
무슨 냉장고가 제대로 있었겠습니까?
그때만 해도 유통기한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없어서,
뜯어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잘못 샀네, 하고 자기 탓만 하던 시절이었죠.


아 또 그것도 생각나네요.
동네 점빵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하지가 않았습니다.
뭐 달라고 하면 선택권이 없어요.
물건이라고 뭐 별로 있지도 않았지만, 가면 주인이 주는 대로 받아 들고 와야 했지요.


지금의 편의점과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네요.

그런데도 동네 점빵은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고 싶었지요.
거기에 가야 눈깔 사탕이 있고, 아이스케키가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시골 가면 이런 곳이 있겠지요?




그럼 장터는 어떤 곳일까요?
장터와 동네 점빵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장터는 시끌벅적 하지요. 동네 점빵처럼 조용하지가 않아요.
그리고 동네 점빵에 가면 모든 어른들이 저를 알지만, 장터에 가면 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시골 5일장은 그 지역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와서 팔기도 했지만,
전국의 장터들을 돌아 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들도 많았고, 그래서 장터는 동네 점빵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네 장터가 또 좋은 게 많이 있었어요.
우선 물건이 엄청 많지요. 시골 사는 사람들은 장터에 가야 비로소 살만한 물건들을 만납니다.
지금처럼 집 근처에 마트와 대형몰이 있는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물건 보는 재미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장터 간다면 무조건 따라 가고 싶다고 떼를 부렸지요.


또 평상시에는 못 보던 새로운 사람 구경도 그곳에서는 가능했습니다.
동네에 있어봐야 매번 보던 사람이 그 사람이었지만, 장터에 가면 낯선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지요.
즉 장터는 여러 지역의 사람들, 그리고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모이는 큰 규모의 시장이었고,
그에 반해서 동네 점빵은 아는 사람들만 모이는 소규모의 지역 상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가 이렇게 동네 점빵과 장터를 독일과 미국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유가 어렴풋이 느껴지시나요?

쉽게 말하면 독일은 동네 점빵처럼, 마을 단위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클럽형 탁구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미국은 각지의 탁구인들이 정해진 날짜에 큰 체육관에 모여 시합을 하는 그런 대회와,
또 탁구칠 수 있는 곳에 가서 어느 누구든 붙잡고 같이 탁구치는, 그런 열린 형태의 탁구 문화를 가지고 있거든요.
어느 쪽이 더 좋은가를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두 가지의 문화가 어떤 이유로 두 나라에 형성되게 되었는지, 그러면 한국은 어떤 문화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두 나라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동네 점빵형 탁구 문화'는 무엇이고 '장터형 탁구 문화'는 무엇인지
보다 더 세분하여 알아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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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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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6 예~^^ 열심히 적을께요~^^
  • 작성자팔광 | 작성시간 16.04.07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책을 하나 내시지요.? ^~^
    점빵이란 단어며 시골장터며....어휘구사력하며 글 솜씨가 내공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올리시는글 기다리는 광팬이 되겠네요.
    부탁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7 예,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쓸께요.
  • 작성자초록단풍 | 작성시간 16.05.02 아.. 정말 어릴적에 듣던 말들이 많이 있네요.. 점빵, 눈깔사탕. 아이스케키. 그리고 정말 점빵에는 평상이 늘 있었지요..
    동네 어른신들이 늘 두 서넛 모여서 막걸리를 드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18 예... 점빵이 그리우신 분들, 좀 계실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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