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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의 미래상에 대해 (2) 장터 문화 - 미국식 계획 도시 사회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6.04.07|조회수578 목록 댓글 21

장터와 점빵 비유가 전 세대에 공감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거나 사람은 자기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 일생을 구속받는 것이 보편적이지요.

저도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생각의 실마리가 형성되는 일들이 자주 있어요.


현재 한국 탁구는 큰 틀에서 보면 엘리트 선수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더 즐겁게 탁구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식의 대회 운영을 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되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자의 문제는 논외로 하구요, 후자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미국의 탁구 문화는 어떤 형태일까요?



미국의 탁구 문화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도시 건설 형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우선 봐야 합니다.

미국은 영국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 대륙에 건너온 시점부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지요.


그들이 종교적인 탄압을 피해서 미국에 들어 왔지만, 그들에게 있어 미국이라는 땅은 안전한 곳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대륙에 들어 오면서 곧 정복 전쟁의 역사를 시작했지요.


사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은 평화롭게 그 땅에서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을 내몰고 자기들의 영토를 구축해 나간 침략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토착민들은 자기들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맞서 싸워야 할 적으로만 보였겠지요?


미국에 들어온 유럽인들은 영토 확장을 계속 하면서 도시를 세워 나갔습니다.


그런 도시 확장의 시기에 크게 활약을 한 것이 바로 철도 건설이지요.

철도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철도로 연결된 도시들은 소수의 이주민이 형성한 작은 마을로부터 점차 큰 도시로 발달했지요.


그 과정에서 철도의 뒤를 이어 대중적인 교통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자동차입니다.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는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1가구 당 1자동차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동차의 발달과 더불어 미국의 도시 확장은 바둑판 모양으로 뻗은 블록 구조를 갖게 되고,

각 블록을 이어 주는 직각 도로들이 발달하게 됩니다.

집 주소는 블록화 된 길을 따라 번호대로 발달하게 되지요.


이처럼 자동차가 대중화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중 교통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 나라처럼 좁은 곳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대중 교통으로 그 큰 땅을 연결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도 했거니와, 최초부터 자동차의 보급과 도시 발달이 같이 진행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시는 자동차 길을 중심으로 배치 되었고, 바둑판 모양의 큰 길들이 도심을 가로 지르는 것이 미국의 도시입니다.


지금도 미국인들은 그러한 도로 중심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요.

하다 못해 콜라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집 근처에 슈퍼가 없어서 차를 몰고 쇼핑몰이 있는 블록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지요.


미국은 뉴욬, 보스톤 등 몇 개의 도시를 제외하면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어렵습니다.

도로 건설이 아주 일찍 부터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부터 사람이 길을 걷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갖길이 거의 없지요. 갓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갓길 주변의 자투리 공간도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 상에 사람이 걷는다거나 혹은 자전거가 다닌다는 것을 거의 상상하지 않고 다닙니다.

그러므로 그런 문화를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나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물론 걷는 문화도 없습니다.

만약 걷고 싶으면 자동차를 타고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뉴욬 한복판에 지어 놓은 거대한 센트럴 파크가 한편으로는 멋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곳 외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곳이 없지 않은가 생각도 들어요.


걷지 않는 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도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어디를 가던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런 곳이 없어요.

약속을 정하고 차를 가지고 그곳으로 가서 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미국의 문화입니다.


복잡한 인종 구조 속에 사람 사이에 친근감도 덜하지요.

최소한 우리는 내가 소리치고 화내도 나에게 총을 들이대는 사람은 없다는 문화 속에 살기 때문에 미국의 이런 낯섬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진상짓이라던가, 갑을 관계라던가 하는 것이 더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사람 사이에 배려는 있지만, 신뢰는 또 적어요.

나와 뿌리가 다르고 생각과 태도가 다른 사람들이 혼합되어 살기 때문에, 그런 다름에 대한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나와 핏줄이 같다는 생각이 없을 때 갖는 낯섬과 경계감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런 문화적 토양 속에서 탁구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요?


위에서 적은 것과 똑같습니다.

탁구 치고 싶은 사람은 탁구 칠 수 있는 곳을 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 가서 알지 못 하는 낯선 사람과 배려 하면서 탁구를 쳐야 합니다.

서로 같이 운동은 하지만 꼭 그 사람과 친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탁구장을 떠나면 서로 다음에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또 만나지 못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미국의 탁구 문화는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예의를 갖춰 운동하고,

그러다 헤어지면 또 언젠가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다시 못 만나도 괜찮다는 정도의 인간 관계를 기본으로 합니다.


물론 미국도 클럽이 있고 자주 만나는 탁구 친구가 있겠지만,

적어도 미국의 탁구 문화의 근간은 사는 곳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탁구 치는 곳에 모여서 탁구 치는 동안 예의를 갖추고,

그리고 헤어지면 되는 그런 문화입니다.




미국의 이런 탁구 문화는 미국식 레이팅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레이팅 시스템의 도입을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계신데요,

레이팅 시스템이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깊이 알지 않아도 같이 예의를 갖춰 탁구를 칠 수 있게 도와 주는 시스템입니다.


레이팅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보니 어떤 분들은 레이팅 시스템이 전 세계 탁구인들 사이에 보편화된 제도인 것처럼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 보다는, 이처럼 서로간 깊은 친밀감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즉시 파악하고 탁구를 즐기게 하는 것이 레이팅 시스템인 것이지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어느 탁구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탁구장에는 일부 매일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수많은 뜨네기 탁구인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 간에 서로 탁구 파트너를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서로 서로 수준을 맞춰 파트너를 찾아야 적당히 즐기겠지요?

너무 수준 차이가 나면 탁구 자체가 어려워 지거나, 혹은 어느 한 사람은 희생을 해야 하니까요...




이런 식의 탁구 문화를 그래서 저는 장터 문화라고 부른 것입니다.

여러 곳에서 모였고, 서로 한 마을 사람이라는 친밀감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규칙 아래서 거래가 이뤄 지지요?

이곳이 바로 장터입니다.


미국의 탁구 문화도 결국은 이질적인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우리처럼 한 탁구장에 소속되어 계속 얼굴 볼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 자리에서 현장 지불을 해야 하지요.

그래서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탁구를 잘 치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탁구를 치고 나면 못 치는 사람이 고맙다고 돈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2부입니다.

그런데 모르는 탁구장에 갔어요. 서로 실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탁구를 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6부 실력입니다.

둘이 열심히 1시간 동안 탁구를 쳤어요.

그랬더니 끝난 다음 6부 분이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5만원을 주시는 거에요.


또 탁구장에 갔더니 코치가 있어요.

우리 같으면 한 달 단위로 돈을 내고 등록하고 정해진 시간에 치겠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그 지역 사람이 집앞 탁구장을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 정해서 매일 온다는 것은 약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치는 탁구장에 상주해 있구요, 레슨 받으러 온 사람이 코치에게 가서 시간 되십니까? 하고 물어 봅니다.

시간 된다고 하면 시간당 얼마의 레슨비를 내고 그 시간에 레슨 받는 거에요.

그것도 선불로 지불합니다.


이런 식의 문화가 미국식 탁구 문화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대단히 합리적이고 예의 바르며, 사람들 사이의 이질성을 수용해 줄 수 있는 문화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조금 이상한 면도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지요.



우리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하나 있긴 있어요.

바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거행되고 있는 전국 오픈 탁구 시합들이 이런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 사람과 탁구를 쳐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치고 다음에 언제 만날지를 잘 모릅니다.

그런 만큼 함부로 대하면 안 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하지요.

오늘 시합한 사람과 깊이 친해지고 시합 끝나고 밥이라도 한끼 먹는다, 이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대회를 잘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간에 바로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정보가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레이팅 시스템이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레이팅 시스템은 서로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같이 탁구를 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제도이지요.


그렇다면 점빵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독일은 레이팅 시스템이 없을까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을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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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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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8 예, 도움 되셔서 좋네요~^^
  • 작성자아슬란 | 작성시간 16.04.08 좋은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8 예, 감사합니다~^^
  • 작성자러브 올 | 작성시간 16.04.08 앞으로 10년 후 한국의 탁구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8 예,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연재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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