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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의 미래상에 대해 - (7) 한국 탁구계의 현 주소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6.05.24|조회수818 목록 댓글 4

지난 글에 한국 탁구의 대회 운영 방식의 단점들을 좀 적었는데요, 적고 나서 생각하니 너무 안 좋은 것만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어느 사안을 바라볼 때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부정적인 사례만 찾아서 그것을 확대하여 얘기하게 될 경우 전체가 가진 긍정적인 면이 매몰되고 시각 자체가 어두워 지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지요. 그런 태도는 조금 경계를 해야 하겠어요.


사실 한국 탁구의 현 주소를 두고 생각해 보면 아마추어 탁구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현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략 이런 점들에서 그렇습니다.



(1)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지금은 탁구 동호인이라고 하면 레슨 받는 것이 매우 일반화 되어 있지요. 레슨을 받지 않으면 동호인 모임에 끼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자세와 깨끗한 구질의 랠리가 가능해야 하지요. 사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90년대 중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탁구장에서 레슨 프로그램을 가진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제가 92년도에 일펜에서 쉐이크로 전환했는데요, 당시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를 가지고만 다녀도 사람들이 신기해 했지요.



(2) 새로운 제도를 신속하게 받아 들인다.

한국 동호인들만큼 빠르게 스피드 글루잉 금지를 받아 들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ITTF에서 스피드 글루잉을 금지해도 어떻게든 몸에 해로운 글루를 구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한국은 대단히 빠르게 스피드 글루잉 금지가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까지 확산 되었지요.

오픈 서비스도 마찬가지에요.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최근에는 폴리공으로의 변경이 있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폴리공을 받아 들인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탁구를 친다고 하면 그냥 몸 건강이나 재미를 위해서 가볍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정성을 기울여서 국제 시합을 뛰는 선수들처럼 규정을 준수하고 계시지요.



(3) 승급의 매력이 있다.

탁구와 동양 문화간 이런 연결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아시아권 문화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몇 가지 저작물들이 있지요. 삼국지라던가, 수호지, 혹은 논어나 맹자 같은 중국 고전들이 그 예인데요,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거의 모두가 빠짐없이 읽었던 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유기입니다. 서유기에서는 수많은 요괴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그 요괴들을 맞서 싸우는 손오공이 등장합니다. 이 서유기의 주요 테마 중 하나는 바로 변신입니다. 요괴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요괴가 되는 것, 그것 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지요.

또 우리 머리 속에 많이 남아 있는 것 하나가 있는데요, 제가 탁구에 연관해서 거론하고 싶은 그것은 바로 무협 영화들입니다. 과거 성룡의 무협 영화들에 단골로 등장하던 테마가 하나 있어요.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산으로 간 주인공은 무림의 고수 사부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련을 통해 무림 고수가 되지요. 그리고 원수를 갚으러 산을 내려 옵니다.

변신과 실력 상승이라는 두 요소가 사실 동양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로망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장난감으로 터닝 메카드라는 장난감이 있었는데요, 얼마나 인기기 있었는지, 판매가의 네 배를 웃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고 품절 사태가 계속 이어져 재고가 있다고 하면 새벽부터 부모들이 줄 지어 기다렸다가 사는 일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장난감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는 바로 변신입니다.

탁구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매력적입니다. 다른 운동과 달리 꾸준히 연습하기만 하면 운동 신경이 없어도 계속 실력이 늘지요.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실력이 늡니다. 그리고 그렇게 실력이 늘다 보면 승급을 하게 됩니다.


한국은 지금 부수제를 운용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 레이팅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수제에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전국 부수와 연동되는 것은 모르겠고, 우선 우리 탁구장에서 한 부수 올리고 싶다 라는 강력한 열망이 탁구를 치는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레이팅 제도가 객관화 된 지표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매력이 있는 것에 반해, 탁구장 부수라는 것은 탁구장에 소속된 사람들 사이에서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결과 부수제의 혼탁 현상이 초래 되지요.)


아무튼 이런 면 때문에 한국의 탁구 시장은 점점 더 열기가 더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사부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 탁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이네요. 탁구는 선생님 없이 혼자서 체계를 잡아 실력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누구나 자신의 탁구를 봐 주는 상급자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 탁구를 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사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부가 없는 사람은 사부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요.

한국 탁구에서 고수가 된다는 것은 제자를 둔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특별히 자기가 어느 누구를 제자로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느 누군가는 자신을 사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미국 탁구의 예를 들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자신을 돌봐 주는 사람에게는 현금적 보상을 합니다. 이것은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이 섞여 살면서 어떻게 보면 합리적으로 실력과 정성에 댓가를 치르는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우리 한국적 감성으로 보면 잘 공감이 되는 문화는 아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사부" 혹은 "스승"이라는 개념은 과거 군사부일체라는 말에서 막연하게 느껴 왔던 것처럼 상당히 엄중한 존경과 충성의 관계를 은연중에게 느끼게 합니다. 그러므로 탁구계는 자연스럽게 고수는 대접을 받고 하수는 고수에게 의존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그런 도제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요.

이것은 좋은 고수는 어떤 사람인가, 좋은 하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가끔식 그런 사부들에게 서운한 사람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사람 사이의 정이 점점 더 약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 마음을 연결해 주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순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점이 한국 탁구의 특징이면서 또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문제가 갖는 역기능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5) 탁구장을 근거로 한 동호회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다.

저는 한국의 현재 탁구 문화는 시합 운영 방식은 장터식으로 진행하지만 일반적인 탁구인들의 삶은 점빵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동호회를 돌아 다니면서 탁구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탁구 자체가 파트너가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동호회든 한 곳에 소속되어 그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탁구를 친다는 것은 곧 어떤 탁구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가입되어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미국도 그런 동호회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지만 매일 저녁 들러서 탁구를 치는 그런 동호회의 개념이 미국은 형성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아마도 교통 문제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는 걷는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걸어 다닐 수 있는 근거리에 있는 탁구장을 둥지 삼아 탁구 연습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걷는 문화 자체가 없지요. 대중 교통도 없고 운동을 한다고 하면 차를 타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탁구치는 체육관으로 가야 합니다. 사실 걷는 문화가 없다는 것은 시설을 대규모로 만들고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게 만듭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차타고 탁구 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한국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한국은 걷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탁구장을 다니는 것이 보다 더 일반적이지요. 특히 한국은 인구가 많고 좁은 곳에 밀집되어 사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작은 규모의 사설 탁구장이 많아 그런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탁구장 동호회가 보다 더 활성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대단히 좋은 점인데, 문제는 이런 탁구장별 동호회들이 서로 실력을 겨루는 리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 글의 종착점을 미리 말씀 드리면, 현재의 장터식 탁구 대회에서 벗어나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 리그제 탁구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 가서 더 자세히 적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동호회는 탁구를 매개로 한 인간 관계를 형성해 주고 그 결과 현대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인간 소외의 문제를 보완해 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매번 승부가 난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 지고 있는 전쟁터같은 나라이지요. 어느 곳에 커피숖이 잘 된다 싶으면 그 앞 뒤로 여러 개의 커피숖이 생기는 것이 한국의 실상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평가 받고 어른들은 직장에서 평가 받습니다. 경쟁이 많은 만큼 평가도 많이 받지요.

그런 일상적인 경쟁과 평가 속에서 사람들은 호전적이 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탁구장에 오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승리의 쾌감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야구나 농구처럼, 한 번 승부를 보려면 팀을 만들고 오래 동안 운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경기에서 여러 셋트로 승부를 보고, 또 매 점수마다 자잘한 승부를 내지요. 그러니 탁구만큼 많은 승리의 쾌감을 주는 운동이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사회 내의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 수록 탁구가 주는 짜릿함은 더욱 더 깊은 중독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것을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요, 결국 탁구의 본질은 승부와 승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어떤 승부와 어떤 승리를 줄 것인가 하는 것이 탁구의 활성화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대회 문화,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관리되는 대회 운영 방안 마련 등이 중요하지요.



(7) 실내 스포츠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가며 그 경쟁을 견뎌 내기 위해 체력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토는 좁고 운동할 곳은 많지 않지요.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베풀 수 있는 체육 활동을 꼽는다고 하면 탁구가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동사무소까지 탁구장을 만들고 또 운영하고 있지요.

즉 실내 스포츠라는 면에서 탁구는 아주 큰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건물이라도 탁구대를 놓을 만한 공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교회, 관공서 등 탁구대를 두고 사람들에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계속 늘어다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아이들과 가끔씩 배드민턴을 치는데요, 배드민턴을 치려고 해도 정말 고려할 게 너무 많아요. 공간도 문제이지만 제일 큰 문제는 날씨이죠. 바람 불지 않는 날이 많지 않으니까요. 한편 날씨와 상관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천정이 높아야 하므로 일반적인 건물은 불가능하지요. 그런 것에 비하면 탁구는 천정이 높지 않아도 되고 차지하는 공간도 작으므로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있는 메리트가 크지요.



(8) 정부, 지자체의 지원 확대

7번 항목에 연결해서요, 결국 적은 예산으로 용이하게 지원할 수 있는 운동이 탁구이다 보니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계속 늘고 있지요. 특히 노령 인구가 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탁구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요즘 아이들이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탁구는 대단히 선진국형 스포츠입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 탁구가 융성한 국가들을 보면 탁구 인구가 줄지 않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은 위에 열거한 요인들 때문에 더욱 더 탁구에 깊이 빠져 들게 될 거에요.



이상 8가지의 요인들을 살펴 보았는데요, 이것은 결국 한국 탁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 탁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화두도 던지는 것이구요.


그럼 한국 탁구는 장터형과 점빵형 중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지금 까지의 글을 읽고 어느 정도 짐작 가시는 분들도 계실 듯 한데요, 다음 글에서 마저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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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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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변대리 | 작성시간 16.05.24 오늘은 긍정적인 면에서의 부각에 더 중점을 두신듯 하십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4 예, 감사합니다. ^^
  • 작성자팔광 | 작성시간 16.05.24 오랬동안 생각해오신 글을 올리셨네요.
    매우 공감가는 훌륭한 글을 접했습니다. 글 쓰시면서 정리하고 수정하시느라 밤 새셨겠네요 .^^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4 아... 아침 시간에 탁구 레슨이 있어서요... 레슨 받느라고 잠시 중단했었어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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