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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4) 부드러움을 주목하다.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5.09.01|조회수2,117 목록 댓글 31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바로 표층의 문제입니다. 스티가는 90년대에 들어 서면서 표층이 약하다라는 비판을 직면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 철학 자체가 약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서 이런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지요. 당시 우려 되는 상황은 조만간 스피드 글루잉이 퇴출될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스피드 글루잉이 사라지고 나면 수성 글루가 사용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블레이드 표면이 약할 경우 치명적이 될 수 있지요.

스티가는 비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진행한 첫 번째 시도는 표면층에 코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과거 클리퍼 CR 블레이드에서 시도된 바 있으므로 손쉽게 이쪽 방향으로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Optimum 류의 블레이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제품들은 반짝 거리를 표층 코팅으로 인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가왔습니다. 항상 천연 목재의 순수한 감각에 의존했던 스티가의 제품 라인업에서 조금은 인공적인 감각으로 이동한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지요.

 

스티가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그리고 스티가적 감각을 보증해 주는 보증 수표 같았던 표층을 버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이때 놀라운 변화가 시도됩니다.

그것은 그동안 스티가가 줄곧 사용해 왔던 부드러운 표층을 포기하고 단단한 표층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스티가는 Ebony 라는 목재를 사용해서 Ebenholz 블레이드를 출시하였는데, 이 블레이드가 공전의 빅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왕리친 선수가 사용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바라 마지 않는 꿈의 블레이드가 되어 버렸지요. 한국에서도 비로소 스티가의 저력이 증명되는 시점이 바로 에벤홀즈 블레이드의 등장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때가 또한 탁구닷컴이 스티가 제품을 막 들여 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지요.

 

 

단단한 표층으로 전환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할 수 있습니다만, 스티가가 그때 이룬 것은 단순히 소재의 변경 만이 아닙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표층을 매우 얇은 두께로 저민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모험이었지만 그런 개념 자체가 부재했지요. 어느 정도의 두께가 되지 않으면 가공하는 단계에서 부스러기가 나거나 파쇄될 가능성이 있다고들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스티가는 매우 단단한 소재를 선택하면서 그 소재를 극도로 얇게 가공해서 표층의 단단함을 추가하면서도 감각적 메리트를 잃지 않았지요.

 

이후 중국의 수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에보니 표층의 블레이드들을 생산했지만 스티가의 에벤홀즈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선 목재 자체가 스티가에서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것 같구요,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스티가에서 사용한 에보니 목재는 매우 잘 마르고 단단한 느낌의 목재였으며 또 그것을 얇게 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짐작하기로는 당시 스티가에서 목재를 얇게 켜기 위한 새로운 설비들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필요 없던 시설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

아무튼 비슷한 블레이드는 있어도 에벤홀즈와 같은 성능의 제품은 없지요.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개념 선상에서 로즈우드가 등장하지요. 로즈우드는 에보니 층을 사용했던 에벤홀즈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지만 감각적인 면에서 조금 더 푹신하게 공을 앉아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존의 스티가 감각에 다가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뒤이어 메이플우드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메이플우드 블레이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사용자들의 예측 가능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스티가는 어떤 변화를 찾아야 할 시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에벤홀츠, 로즈우드, 메이플우드 라는 하드 우드 삼총사는 당대 탁구계를 뒤흔들었던 대 변혁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탁구 라켓 계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였고 모든 브랜드들의 시야를 확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었지요. 넥시는 이 세 블레이드에 빚진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세 블레이드를 연구한 끝에 지금의 하드우드 시리즈들이 출시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체데크와 젤롯, 그리고 올람의 느낌이 이 세개의 블레이드들과 어떻게 다르게 셋팅되는지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매니아 여러분들에게 큰 재미가 될 듯 하네요.)

 

이 세개의 블레이드가 등장한 것은 과거 스티가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한 20년 동안 이루어질 변화가 3년 동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큰 변화이지요. 그런데 이 세개의 하드우드 표면 블레이드를 연작으로 출시한 이후 스티가는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새로운 표면층을 개발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스티가 다움으로 회귀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여전히 스티가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드러운 표면층(림바가 대표적이지요)이 가진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티가는 끊임없이 바로 이 부드러운 표층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지요. 에보니로 전환해서 많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조금씩 림바 표층을 향해 회귀하는 움직임이 이때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움직임은 로즈우드를 거쳐 CC 시리즈라는 블레이드에서 더욱 분명해 집니다. 로즈우드에서 조금 더 안아 주는 감각을 선보였다가 이제 CC 시리즈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림바로 회귀해 버립니다. 다만 CC 블레이드의 경우는 물들인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림바보다더는 훨씬 더 단단한 표면 소재가 되었지요. 즉 변형된 부드러움이라는 면에서 순수 목재의 부드러움을 중요시 하는 스티가의 본래 모습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거론한 에보니를 사용한 에벤홀츠, 그리고 로즈우드, CC 블레이드를 하나의 거쳐가는 단계로 생각할 우려가 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에벤홀츠와 로즈우드는 그 특유의 감각을 대체할 용품이 전혀 없다는 면에서 독보적인 제품이구요,  CC5 제품은 (CC7은 무게가 무거워서 한국 시장에 많이 들여오지 못 했네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카보나도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수립한 블레이드라는 면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입니다. 사실 카본 제품에 푹 안아 주는 감각이라는 것은 일본 블레이드 제조사들이 생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컨셉이지요. 스티가의 개발 흐름 속에서만 가능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다음에는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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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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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2 스티가 블레이드 개발사 연재를 하루 쉬구요, 대신 올람 발매에 앞서 소개글을 한편 올렸습니다.^^
    넥시 포럼으로 가 보세요.
    http://cafe.daum.net/hhtabletennis/ALQV/1287
  • 작성자세모래 | 작성시간 15.11.01 순수합판인데도 돌뎅이 같은 느낌이 나는 중국 블레이드를 시타한적이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아~~자야되는데...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1.01 ~^^
  • 작성자Jorba | 작성시간 16.02.25 정보 소중히 공유하겠습니다.
  • 작성자청담동 | 작성시간 18.11.15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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