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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국인 코치를 데려오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 4. 배타성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6.02.12|조회수526 목록 댓글 4

4. 배타성

 

이제 전혀 다른 측면의 또 다른 문제를 살펴 보겠습니다.

 

한국 탁구계는 대단히 배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탁구인이 탁구용품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싫으신 분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단지 탁구인 출신이라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누리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일면 이해가 됩니다.

탁구 선수들은 한 팀에 머무르면서 훈련을 하더라도 수많은 팀들과 교류하면서 훈련을 하게 됩니다.

즉 각 학교 코치들이 서로서로의 인맥에 의해 교류 훈련을 수시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전 선수들이 서로 서로 알게 됩니다.

같이 훈련하면서 선후배 관계도 생기고 코치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선생님의 관념이 어렸을 때부터 생깁니다.

마치 이등병이 되면 병장이 뭐라 하지 않아도 층층시하 위에 있는 선임병들의 위계에 눌려 병장 앞에서는 설설 기게 되는 것처럼, 탁구계의 층층시하 위계 질서는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공교합니다.

 

그래서 비탁구인이 그 안에 들어오면 매우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탁구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위계질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비탁구인은 거기에 낄 자리가 없는 것이죠.

 

이게 무슨 말인지 좀 더 이해를 도우면요, 우리 말은 평등한 두 사람이 나누는 말이 명확하지 않고 항상 존댓법이 사용되기 쉽습니다. 정말 평등한 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소수의 친구들 외에는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그래서 항상 나이나 직급에 의해 상하 위치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말을 낮추거나 존대하거나 하는 것이 한국 문화입니다. 즉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서열을 결정해야 언어 생활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죠.

이런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이 위계적 질서와 만나게 되면 매우 엄중한 계층 서열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탁구계입니다. 탁구계에서는 코치가 타 학교 선수들을 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 학교 코치보다 대부분 윗 선배일 경우가 많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됩니다.

즉 전체 탁구계가 이 서열 구조 속에 있는 것입니다.

아래 위를 잘 알아서 행동해야 합니다.

 

예전에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와서 선수들간의 이 위계질서를 깨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한국 탁구계에서는 이런 공교한 위계질서의 네트워크를 깨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곧잘 후배들이 버릇없다고 하고 선후배 간의 질서를 내세웁니다.

국가대표 감독이건 뭐건 다 이 위계질서의 맥락 속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중국인 코치가 영입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불을 보듯 뻔한 것이 그 사람이 이 위계 질서 속에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가 상당히 애매할 것이고,

탁구계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죠.

일단 탁구계는 밥그릇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탁구계가 아닌 다른 국가의 코치에게 밥그릇을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앞서 적은 3편의 글에서는 중국인 코치의 단점을 얘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한국 탁구계의 고질병도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묶인 체육계, 특히 탁구계가 그런 측면이 매우 강하구요....

이런 위계질서 속에 타국가 코치가 한국에 들어와서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코치 밑에 위치한 훈련 전담 코치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런 위계질서 없이 자유로운 코치 자리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인 코치를 영입한다는 것은 한국이 중국 탁구를 배운다는 측면까지 나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한국인 코치가 가르쳤던 것의 단점도 지적할 수 있고 선수들에게 순수한 정보를 자기 뜻 대로 전할 수 있는 중국인 코치 자리는 아마도 금세기 말이나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즉 좋은 코치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앞의 3편의 글의 결론이라면, 이번 글의 결론은 그런 좋은 코치라면 한국적 토양의 탁구 문화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편의 글의 결론입니다.

 

(한국 탁구계에 대한 이런 글은 제가 비난받을 소지도 많아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이 객관적으로 한국 탁구계의 문제를 비탁구인이 평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저는 앞선 3편의 글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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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고슴도치 탁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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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2.12 2012년 작성글입니다. ^^
  • 작성자언젠간마롱껌딱지 | 작성시간 16.02.13 정답은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 라는 것입니다. 종종 윗사람이라는 사람들이 이런말을하죠. "나 아니면 안된다." "나 때는 안그랬어." "헝그리 정신이 없어." 등등 사실 이런 쓸대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때문에 이나라 스포츠의 발전이 없는거죠.. 축구계에서도 선배의 진학을 위해 후배들이 무리한 어시스트를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국가대표 축구에서도 실력있는 후배들이 실력 없는 선배의 눈치를 보다가 선수생명을 끝내는 경우도 많았고 윗선의 강합으로 국대에 발탁된 예도 많았지요...
  • 답댓글 작성자언젠간마롱껌딱지 | 작성시간 16.02.13 실력으러 국대선수가 되고 실력으로 국대코치가 되고 실력으로 국대감독이 되어야지 "이번에는 니가 할차례야" "다음은 너야" 이런식의 낙하산은 이제그만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물론 지금의 국대 감독 코치 선수들을 비난하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몇몇 바람직하지 못한 예들을 넉두리 삼아 올림니다. 지나치다면 삭제를 하지요..
  • 작성자suh66 | 작성시간 16.02.13 한국 탁구의 발전이 안되는 제일 큰 이유가 위글 내용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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