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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넥시 제품의 네이밍에 대해 - 서문과 피터팬

작성자TAK9.COM|작성시간16.03.22|조회수435 목록 댓글 9

 

일련의 넥시 제품들을 개발하면서 새삼 그 중요성을 점점 더 깊이 체감하는 것이 바로 제품 이름을 정하는 것입니다.


제품이 가지고 있는 많은 가치와 다양한 성능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워 질 때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모습이 얼마나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각 제품의 네이밍 과정과 그 후를 통해서 점점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한니발이라는 라켓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로마에 맞서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은 용맹한 장수 한니발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최초의 이미지, 즉 이름으로부터 바로 연상되는 즉각적 이미지 외에도

한니발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미지가 또 있지요.
뭐라고 할까요, 친근하다거나 듬직하다라는 느낌.... 왠지 하얀 턱수염이 고르게 난 듬직한 서양 노인이 뱃전에 앉아 그물을 깊는 장면이 생각난다고 할까요?
 
투발루라는 블레이드는

사라져 가는 섬 투발루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되는 지구 전체적 위기인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원시림에서 등에 활과 화살을 지고 사냥감을 찾아 뛰어 다니는 갈색 피부의 젊은이가 떠오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제 주관적인 느낌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름에 대한 느낌도 다르고 그 이름을 부를 때 연상되는 그 무언가도 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름이 불리워 지면서 우리 마음 속에 무엇인가 연상되고

그 연상된 이미지가 우리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차츰 그 제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른 그 무언가를 향해

우리를 이끌어 간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의 의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이름 자체가 불러 일으키는 어떤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이름이 갖는 기본적인 의미는 좋아도 그 이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넥시 제품의 이름을 정하는데 과거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이 연구하게 됩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이것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모르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선명하게 알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이 갖는 가치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제가 이름지은 라켓 하나 하나에 대해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제가 마음에 담은 것과는 다른 개인적인 느낌을 가지시거나,

아니면 그 이름이 주는 고유한 느낌을 더 깊게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실 듯 합니다.
다만 제가 왜 그렇게 이름 붙였는지를 설명 드리면

여러분들께서 해당 제품에 대한 제작자의 마음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이 제품에 대한 애정과도 관련될 것이라고 생각해 몇 편의 글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터팬에 대해서


피터팬은 창작된 지 오래 되어서 저작권이 따로 있는 이름이지는 않습니다.
혹시라고 저작권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 해서 말씀 드립니다.

 

피터팬이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 제 마음 속에 떠오른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음 속에는 갖가지 꿈들이 있습니다.
그 꿈들은 실현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자리매김 한 후 얘기되는 그런 것들은 아닙니다.
막연하고 턱없는 꿈들일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그 꿈들을 간직하고 살았던 그 시절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답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자주 묻습니다.


그 꿈이 실현 가능하고 그 아이가 그 꿈대로 커줄 것이라고 믿으며 묻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아이가 꿈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예쁘고 또 그것을 들으면서 우리가 행복해 지기 때문이지요.


꿈을 가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그 꿈들은 자라면서 자꾸 현실적인 계산들에게 자리를 내 줍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꿈이 아닌 "장래 희망"입니다.
혹은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하는 등의 말로 물어 보지요.


왠지 청소년이 된 아이들에게 네 꿈이 뭐냐 라고 묻기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꿈이고 보다 더 구체적인 것은 장래 희망이 아닐까 생각이 되지요.

 

그런데 이 희망이라는 단어가 참 묘합니다.
희망이라는 말에는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다, 혹은 매우 어렵다라는 전제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현하기 어려울지라도 부정적인 느낌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현재를 긍정하고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꿈을 꾸고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희망이라는 단어가 참 뜻깊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가진 턱없는 낭만과 낙관만큼은 아니지만,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와 가치는 또 다른 의미에서 매우 밝고 높습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현실과는 무관한 보다 더 이상적이고 아이다운 미래를 말한다고 하면
희망이라는 단어는 마치,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그 꿈이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라는 단서를 단 채로,
"그렇지만 그래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끊임 없이 노력할 그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희망이라는 단어를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의지, 힘 등을 붙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의 꿈이 예쁘고 부럽지만
조금 더 나이 들어 붙들고 사는 단어, "희망"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가 꿈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꿈보다 더 현실적이고 그만큼 더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그 현실과 환경적 한계 들을 뛰어 넘는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단어입니다.
마치 "꿈"이 숙성되어야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꿈"들이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사그러 지지만,
그 와중에도 그 고난들을 이겨내고 살아 남은 그 꿈들이 있다면,
그것이 마치 "희망"이라는 열매 속에 담겨 있을 것만 같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은 제 개인적 감상과 너무 천착되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있습니다.
글 쓰다 보니 불쑥 우려가 드는 군요.
넥시의 브랜드 매니저로서의 제 개인적 감상이 너무 넥시라는 브랜드에 깊이 관여되어 있고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넥시에 대한 이미지를 너무 깊이 좌우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정말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보다는
넥시의 여러 제품 중 한 제품을 제작한 제작자의 개인적 소회 정도로만 봐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

 

그래서 저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참 좋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두가 살기 힘들고 세태가 팍팍하다고 느끼는 시절,
우리에게 희망은 정말 고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처음 피터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낼 때, 제 머리 속에 불쑥 떠오른 것은
우리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얼마나 어린 시절, 꿈을 가졌던 시절을 그리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묵은 상처 같습니다.
하도 오래 동안 그 자리에 있어 없는 듯 여기고 살지만,
어떤 일이 있어 그 자리를 건들게 되면 그 아픔이 눅눅하게 다시 느껴지는 그런 묵은 상처 말이지요.


분명 그 자리에 있고 생생하게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지만,
우리는 마치 어린 시절, 철없이 꿈을 꾸고 마음껏 상상하던 옛 모습들을 흔적없이 다 지운 듯,
다 잃어 버린 듯,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현실에 기반해서 정확하게 계획하고 이끌어 가는 그런 것이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살아가지요.


그것이 어느 특정 연령, 특정 직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국제 경제가 하나로 묶이고 세계의 시장이 인터넷과 각종 정보 매체에 의해
하나로 묶여 버린 지금의 시장 속에서,
넥시가 걸어가야 할 길도 어쩌면 현실적인 계산 속의 합리성의 시장인지 모릅니다.

 

제가 넥시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 제품이 합리적인 것이냐 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것도
지금의 시대가 그것을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이 가진 기능이 합리적인가,
가격이 합리적인가,
그리고 이 제품이 가진 이미지가 합리적인가 라는 질문들을 저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가끔이지만, 치기어린 낭만을 부려 봅니다.


이것은 그런 계산기로 두드려 대는 제품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꿈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하소연 해 보게 됩니다.

 

사실 오래 동안 그런 말을 속으로 많이 했었지요.
많은 분들이 아마츄어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 어쩌면 자기 자신이 갖고 싶었던 꿈의 블레이드들을
마음 속에 소망하여 오셨을 것입니다.

저는 매번 블레이드들을 만들 때마다 그 오랜 세월 제 가슴 속에 불을 지피고 피어 올랐던
작은 꿈의 불씨들이 희망의 단계를 거쳐 열매로 맺혀 지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그것을 생각하면 넥시는 정말 우리 탁구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번 넥시의 제 3의 물결 제품들을 준비하면서
제 마음 속에 타오르던 하나의 단어 "희망"을 일련의 연관된 단어들로 묶어 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의 꿈을 표상하는 "피터팬"
우리 민족의 한과 소망을 담은 "아리랑"
그리고 사라져 버린 인류의 꿈들을 상징한 "잉카"
아직 샘플 단계이긴 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아득한 꿈을 상징한 "오즈"에 이르기까지
제 마음 속에 줄곧 불꽃을 일구어 냈던 단어는 희망이었습니다.

 

이제 이 희망을 여러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잃어 버린 88만원 세대들에게도
그 세대를 바라보는 386세대들에게도,
자신의 시대로부터 배신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는 모든 절박하고 가난한 세대들에게도
이 희망은 필요합니다.

 

작은 탁구 용품 하나에 무슨 이 거창한 얘기들인가,
과장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적어도 이 제품을 사용하시는 몇몇 분들은 이 제품을 통해 제 마음을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라도 이 마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요.

 

피터팬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꿈꾸던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소망 없는 이 시대 가운데 우리에게 희망을 갖도록 하는 그 무엇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센치해 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공적이고 단단한 글들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브랜드 매니저가 출시되는 제품들을 너무 개인적인 블레이드로 만들어 가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런 비판을 받을 것도 같습니다. ^^

 

그런데 이 블레이드가 어린 시절의 꿈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글 역시 조금은 꿈처럼, 마치 꿈을 꾸듯이
그렇게 써 내려가도 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조금은 여러분들이 그 꿈에 실려 공감해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브랜드 네이밍에 관한 연작글 중 첫 번째 글을 마칩니다.

다음 편도 곧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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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고슴도치 탁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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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3.22 넥시 로고에 있는 나뭇잎은 종려나무 가지입니다. 승리를 반기거나 새로운 왕의 도래흘 환영할 때 흔들었던 나무 가지이지요. 새 시대를 횐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작성자다같이 셰이크 (구/나홀로 펜홀더) | 작성시간 16.03.22 아! 넥시 로고 나뭇잎이 종려나무잎을 표현한 것이군요. 로고가 대마(마 혹은 삼)의 잎과 비슷해서 궁금했었는데요. 여기서, 왜 로고 모양이 하필이면 마약을 연상시키는 잎 모양이냐고 가끔 질문을 받아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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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3.22 예~^^ 미국에서는 그렇더라구요~^^
  • 답댓글 작성자다같이 셰이크 (구/나홀로 펜홀더) | 작성시간 16.03.23 TAK9.COM 예, 전에 살던 프랑스와 지금 와있는 스위스에서 이렇게 종종 오해를 받네요^^
    이제 뭐라고 대답해 줄 수 있는지 확실해졌군요.
  • 답댓글 작성자TAK9.CO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3.23 다같이 셰이크 (구/나홀로 펜홀더) ~^^ 진작 말씀 드릴 것을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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