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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없애기 위해 엘리트 시스템을 없애야 하는가?

작성자Oscar|작성시간21.01.08|조회수1,052 목록 댓글 58

 

(본 글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를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후보자가 사퇴하였기에 해당 글을 제 글로 카페에 개시합니다.

 

 

폭력을 없애기 위해 엘리트 시스템을 없애야 하는가?

 

한국 스포츠계는 일제 시대의 잔제인 폭력의 문화가 유산으로 남겨지면서 그 폭력을 부추길 수 있는 몇 가지 환경적 요인들을 지녀 왔다.

과거 냉전 시대 하 미소간 군비 경쟁과 더불어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은 스포츠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어 왔고, 올림픽은 곧 군비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양 진영간 전쟁터가 되어 왔다.

미소 뿐만 아니라 동독, 서독간에도 메달 다툼이 치열했고, 남북 대치 상황 하에서 우리나라도 메달 획득을 위해 노력해 왔다. 냉전시대 하 올림픽 메달을 위한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생활 체육을 국가 스포츠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결과를 빚었고, 국가 예산은 전문 체육인을 육성하는데 주력해 왔다.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괜찮았고, 그들을 위해서는 합숙 훈련이 일반화 되었다. 합숙소에 들어가면 가정과 차단된 채 운동에 전념해야 했고, 그 결과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선수들은 지도자와 선후배간 엄격한 규율 속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지내 왔다.

 

특히 미소, 중국에 비해 인력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는 각 학교마다 성적을 내지 못 하면 팀이 해체되는 일도 빈번하게 있었고, 그 결과 코치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내는데 집중했으며, 선수들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자신의 신체를 관리하지 못 하고 단기적은 승부에만 집중해서 운동을 해 왔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지도자들은 폭행을 정당화해 왔다.

가정과 부모로부터 단절된 채 합숙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안에서 성폭행 관련 문제도 자주 일어났다. 자기에게 무엇을 훈련할 지를 결정해 주는 지도자가 성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쉽게 맞설 수 없는 층층시하의 위계질서 속에서 선수들은 오직 승부 지상주의 냉혹한 환경 속에 고립된 채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왔다.

최근에 고인이 된 최숙현 선수의 사례만 보더라도 폭력이 얼마나 우리 스포츠계에 만연되어 왔는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관행을 일소하고자 정권은 엘리트 체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기획안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통합시켰으며, 스포츠계의 미래 계획안을 그리는 스포츠 개혁위원회는 권고안을 통해 선수들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수업을 들으면서 지낼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문제는 엘리트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인가 하는 것이다. 엘리트 시스템 자체가 폭력의 근원이요, 악이라고 보는 시각은 수단과 현상을 동일시한 사고방식이다.

우리와 비슷한 스포츠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나 크게 개혁한 사례로 일본 사례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8월, “스포츠기본계획의 바람직한 방향; 풍요로운 스포츠 환경을 목적으로”라는 기본 계획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개혁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유럽식 스포츠 클럽 제도를 전국에 확산하고, 기존의 엘리트 시스템은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개혁안도 그러한 방향성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이 성공했고, 일본에 잘 맞았다고 해서, 그 방안이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일본은 서양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많은 나라이고, 그들의 법과 체제, 사회 구조를 모방하고 자국에 적용하는데 익숙한 국가이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적 현실이 있고, 한국적 해결 방안이 있다.

현 세대의 선수들에게 지금 당장 클럽제를 도입할 테니 엘리트 시스템을 종식시키자고 말하는 것은 현 세대를 희생시키고 대한민국 스포츠의 수준을 단번에 강등시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표현이다. 일본도 20년이 소요 되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엘리트 시스템이 곧 폭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체육인들은 흔히 간과하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클럽제가 활성화된 유럽에서도 소수의 정상급 선수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며 지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엘리트 시스템과 비슷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공교육 틀을 우선하면서 엘리트 선수들을 그 속에 집어 넣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결국은 뛰어난 선수들이 공적 도움 없이 사적 자원으로 운동하게 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스템 하에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 3의 방안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자는 아래와 같은 방안들을 제안한다.

 

 

1.     엘리트 시스템과 생활체육 시스템은 공존할 수 있다. 엘리트 시스템을 희생해야 샐활체육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2.     폭력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가 크다. 합숙 문화는 되도록이면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의 거주지와 먼 곳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으므로 합숙은 선수와 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시간을 두고 없애야 한다.

 

3.     지도자들에 대한 폭행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직장인들에게는 성 차별 문제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강의가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 지도자들에게도 해마다 반복하여 관련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바람직한 코칭법에 대한 연수 제도도 필요하다.

 

 

4.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벌백계하는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힘이 있는 지도자가 폭행을 저지르면 협회가 나서서 감싸는 것이 그동안의 모양새인데, 이런 형태라고 하면 정부는 물론이요, 국민들의 지지도 받기 어렵다.

 

5.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는 것은 그동안 체육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체육계가 나서 자정 활동을 펼쳐야 한다. 해당 문제를 위한 조사팀도 필요하고,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나 연구활동도 필요하다.

 

6.     무엇보다도 상하 위계 질서에 의해 촘촘히 묶여 있는 스포츠 관행들을 해체해야 한다. 스포츠는 실력으로 겨루는 대등한 장이다. 그곳에 선후배, 나이, 출신지가 선수들에게 압박을 줄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의사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형성을 위해 스포츠계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이상 6가지로 방안을 적어 봤는데, 이런 해결책을 도입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각계 협회들이 공통의 의견을 수립하고 내부적인 자정 노력도 진행하면서 정부와 협상하며 새로운 미래상을 그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추후 바람직한 미래상을 위한 지속적인 고민을 대한체육회가 나서서 진행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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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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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세모래 | 작성시간 21.01.10 도쿄에서탁구 제 말이 다 맞지는 않지요. 저는 제 의견이 아니라 님한테 시비건거 맞구요.
    도쿄님은 의견 말 할때는 의견답게 쓰세요. 뇌피셜 긁적이지 마시고...
    PS. 구지 => 굳이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1.10 도쿄에서탁구 체육계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아니면 추측이신가요?
  • 답댓글 작성자발트너처럼 | 작성시간 21.01.10 세모래 222
  • 답댓글 작성자발트너처럼 | 작성시간 21.01.10 도쿄에서탁구 근거는요?
  • 답댓글 작성자세모래 | 작성시간 21.01.11 도쿄에서탁구 이제까지 댓글 중 유일하게 팩트를 찝은 댓글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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