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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바(Tibhar)

키네틱 스피드 / 러버왕국 Tibhar 가 마침내 드러낸 날카로운 발톱

작성자Qanan|작성시간18.04.09|조회수1,340 목록 댓글 32



<서론> 이 글을 올릴까 말까 이틀 동만 많이 망설였습니다. 사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감각으로 얻은, 제 주관적인 평가를 전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5년 사이 너무나 많이 바뀌어 버린 탁구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글을 올리는데 상당한 부담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새벽에 시간을 할애해서 컴퓨터를 켠 것은 그만큼 이 블레이드에서 받은 충격이 고스란이 남아서 가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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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금요일 거의 5~6년 만에 탁구닷컴을 방문했습니다. 여의도 쪽에서 중요한 용무가 있었고 일이 빨리 끝나,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 예정에 없이 방문한 것이지요. 저의 목적은 본래 사용했던 미디움 경도로 러버를 바꾸려는 것이었고, (카리스H에서 5Q VIP로.) 사용해보았던 카리스H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Oscar 님은 출장 중이셨고, 피터팬님과 윤선수가 맞이해주셨지요.


2. 저의 요즘 카페 생활이라고는 카페앱으로 가끔 최신글 목록을 훑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뭐가 언제 출시되었는지 뭐가 이슈인지 아무 감이 없이 지내고 있었어요. 탁구닷컴 역시 많은 것이 변해서 아는 분도 하나 없는 새로운 공간이 되어있더랬습니다. 그러니 얼른 러버만 바꾸고 시타해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이었지요.


3. 시타를 하면서 러버와 블레이드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다가 카페 이야기를 조금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키네틱 스피드에 대한 깡시님의 글과 가격 글이 생각이 나더군요. 마침 시타할 수 있는 개체가 있었고, 운좋게 시타를 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출시가 되었는지,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굉장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명색이 티보리스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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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블레이드는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제가 글쓰기를 망설인 이유 중에 하나는 도대체 제목을 뭐라고 잡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것도 있습니다. 이 블레이드는 특이한데 괴상하기만 한 괴작은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고성능이라고 하기에는 특정취향을 강하게 저격합니다. 도대체 이 블레이드를 어떻게 설명해야 여러분들이 잘 느끼실 수 있을까요?


5. 미리 사용해보신 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시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도 있습니다. 글쎄? 나는 이런 이런 느낌이었는데, 별로 나쁘지도 않고 좋았는데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 아니면, 공은 좋은데 내스타일은 아니던데 그런 얘기인가? 라는 반응이거나요. 그런데 스스로 티보리스트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짧은 시타였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힘든 경험들이 쌓였습니다.


6. 첫 번째. 여러분께서 만약 티바라는 브랜드가 추구했던, 블레이드에서 드러나던 티바만의 고집스러운 성향을 느낀 적이 있다면 조금 쉬워집니다. 끊임없는 회전의 시대, 탑스핀의 시대에서도 고집하던 점으로서의 명확함, 강타했을 때 살아나는 그 핀포인트의 강렬함은 제가 느끼는 티바 블레이드의 매력입니다. 회전을 걸기에 우수하지만 어쩐지 강타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 추상적으로 그리면 그런 느낌과도 상통합니다.


7. 두 번째. 여러분께서 티바라는 브랜드가 지금까지 출시했던 블레이드들에서 몇 가지 인상깊은 작품들이 있다면 또 조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님부스 올라운드, IV - T, 파워40, 트리플 카본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이버 필링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면에서 서로 먼 거리에 있는 저 블레이드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긴 블레이드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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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네, 맞습니다. 저는 이 블레이드를 시타하면서 Tibhar 의 역사가 신경을 타고 관통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공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 키네틱 스피드에서 받는 느낌은 최근 몇 년간의 출시작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혹은 트렌드에 맞춰서 희석되어버린 티바스러움이 갑자기 증폭되서 터져나온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 그런 고집이 얼핏 나왔던 블레이드가 있긴 했습니다. 퓨리어스 라는 블레이드였는데요. 아마 사용해보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9. 티바스러움이 담겨있다는 것만으로 그 정도의 충격이 오지는 않았겠지요. 7번 문단에서 제가 나열한 블레이드들을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저 블레이드들은 (제 생각에는) 티바다움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특성을 획득한 의미있는 블레이드들이었습니다. 그것은 간결함, 강력함, 단단함, 치명적임, 그리고 부드러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모든 것이 구현되지는 않았겠지만, 키네틱 스피드는 영리하게도 그 이름들을 명확하게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10. 말하자면 이 키네틱 스피드는, 티바라는 존재가 '내가 만들고 싶은 블레이드는 사실 이거였어.' 라고 뽐내는 역작에 가까워져 버린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티바의 성향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감각과 성능에 최적화시키고 있는 최고급 모델들 (VS 언리미티드 등)과는 별개로, 티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최고급 세팅으로 내어놓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도대체 티바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or 과연 의도하고 이렇게 뽑아낸 것인지 도저히 알아낼 재간은 없지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나니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더군요.


11. 우리(티바 마니아)가 좋아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그러면서도 잘 설명하기 힘든 티바스러움 이라는 것을, 그네들 스스로는 키네틱 스피드 Kinetic Speed 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설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리고 올라운드가 올라운드 성향을 설명하는 것이고, 디펜스가 그런 용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이 이름이 이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니, 그 명명에 멋스러움은 없지만 어울린다 인정할 수는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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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키네틱 스피드는 2018년 4월 현재, 브랜드를 통틀어 제가 가장 주목하는 블레이드가 되었습니다. (부연 / 티바의 최고급 라인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높은 가격과 선입견이라는 진입장벽을 어떻게 뚫고 얼마나 판매량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블레이드는 티바스러움을 좋아했던 많은 마이너 유저들 (1. 블레이드에서만큼은, 2. 티바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사람 - 가격은 괜찮아서 가성비를 추구하거나, 특이한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벼락처럼 떨어진 하늘의 선물입니다. 


티바다움을 세련되게 구현하고 있고, 성능도 매우 훌륭하며, 굉장히 뛰어난 마감처리로 고급스러워진, 그리고 누구한테나 자랑할만큼 높은 가격까지 두루 갖춘, 소장가치 200%의 `티바 블레이드`가 탄생한 것입니다.




- Qanan



Ps. 티바다움과 상관없으신 분들께 키네틱 스피드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 이 블레이드는 `진동감쇄` 라는 개념에 충실한 특수소재 블레이드입니다. 즉, 강력한 타구에서 오는 목판의 진동을 없애는 기능이 매우 충실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릴레이트 - 아라미드 계열처럼 부드럽게 사라지게 하는 감각이 아니라, 자일론 계열처럼 나쁜 진동만 없애고 타구감은 살아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어떤 구성인지 진동이 매우 억제되어 있어 단단함이 뚜렷하게 생성됩니다. 그것은 불편하지 않고 든든한 솔리드함으로 남아있어, 과거 전형적인 올라운드 합판이 크게 강화되어있거나, 그 중에서도 7겹 합판, 흡사 클리퍼가 단단해졌거나 혹은 선명해졌거나 하는 유사점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과거 단단하고 힘있는 합판을 사용하시던 분께서 폴리머 시대에 들어 갈 곳을 잃었다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위치입니다. 많은 분들이 즐기시는 alc 계열, 또 몇몇 zlc가 불편한 진동이 빠르게 사라지는 느낌이라면, 이 키네틱 스피드는 불쾌한 진동이 그냥 약한 듯한 느낌입니다. 이것은 큰 차이이며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습니다. 또한 스티가 카보나도 245와 아주 대척점에 있으며 구질은 유사할지라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감각적으로 큰 괴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발력은 높은 편, 그립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마감상태, 렌즈상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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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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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TAK9.COM_PeterPan | 작성시간 18.04.09 현재 세드릭은 러버가 부착된 샘플라켓이 사무실에도 없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보백핸드 | 작성시간 18.04.09 오홍!!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Qan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4.10 주무시는 시간이잖아요~
  • 작성자가을_하늘 | 작성시간 18.07.20 이 라켓도 표면이 잘 일어나네요
    러버 교체시 조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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