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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시의 5세대를 열며 (2) - 5세대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작성자Oscar|작성시간17.10.11|조회수1,080 목록 댓글 34

앞선 글에서 넥시 브랜드를 운용하는 저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소개 했습니다.

그 글을 참조하여 아래 내용을 읽어 주시면 보다 더 공감이 되실 듯 합니다.


최근 들어 넥시의 5세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왜 넥시는 세대라는 개념을 브랜드에 도입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듯 합니다.


본래 탁구 브랜드들은 넥시와는 많은 다른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몇몇 사례들을 살펴 볼까요?


일례를 들면 버터플라이 브랜드는 선수들에 많은 의존을 합니다.

블레이드의 이름은 선수 이름을 붙여 론칭되고, 선수 이름이 바뀌면 같은 제품에 디자인만 바뀌어도 다른 블레이드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스티가사는 블레이드 제작에 있어서만큼은 대단히 유니크한 흐름을 보여 왔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제품을 제작하는 면을 보여 줍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탁구 브랜드 중 가장 브랜드다운 가치를 가지고 있는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탁구닷컴이 에이젼시를 하고 있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이 두 회사 제품들의 흐름에 대해서는 제가 굉장히 긴 글로 이미 밝힌 바 있어서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버터플라이는 1980년대 말 카본이 들어간 제품군을 새롭게 시장에 도입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히노키 목재에 의존한 일펜 제품들 외에는 대부분 스티가 블레이드의 카피 제품, 혹은 응용 제품에 불과 했지요.

버터플라이의 유니크한 가치는 카본이 들어간 제품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스티가사는 특유의 접합 방식으로 인해 버터플라이처럼 단단한 카본 소재를 제품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독자적인 유럽 브랜드의 길을 걸어 가지요.

스티가가 본격적으로 카본 제품을 사용하게 된 것은 버터플라이에서는 보유하지 않은 스웨덴의 특허 소재, 텍스트림을 사용한 카보나도 블레이드를 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개의 회사가 그래도 탁구용품 업체 중에서는 브랜드라는 가치를 지닌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개의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는 이 두 개의 회사에서 제작한 제품들을 카피해서 수많은 제품군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많이 판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두 개의 회사 중 버터플라이 역시, 제대로 된 브랜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동일한 제품군에 선수 이름만 바꾸어 달면서 계속해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지요.

그리고 카본 소재로부터 아릴레이트, 자일론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군사적 행보에 맞춰 개발되는 특수 소재들을 사용하면서 제품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이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스티가는 그런 흐름과 상관 없이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어서 세계 유일의 블레이드 개발사라고 이름 붙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벤치 마킹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벤치 마킹을 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죠.

잘못된 벤치 마킹 사례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 하나는 타사의 유명 제품과 동일한 제품인데,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홍보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신생 브랜드들이나 중국 회사들이 주로 하고 있는 방식인데, 마케팅에서도 최하의 마케팅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타사 제품을 동일하게 모방하지는 않지만 그 구성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독자적인 제품인 양 홍보하는 형태입니다.

타사 제품의 구성을 동일하게 따라 하면 비슷한 성능이 나올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각 목재의 두께가 정확하게 측정 되기가 어렵고, 동일한 구성을 완벽하게 알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된 접착제의 성분과 분량에 따라서 성능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원목에서 옵니다.

동일하게 이름 붙인 원목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나라에서 자란 나무인가, 어떤 형태로 건조되었는가, 목재에 약품 처리, 열처리 같은 것들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가 등에 따라서 전혀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동일하게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성능이 전혀 다른 경우이지요.

넥시 제품을 만들면서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아주 미세한 두께 조절로 구질이 확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이 날리지 않으면서 묵직한 회전이 걸리는 단 하나의 레시피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탁구 블레이드는 벤치 마킹이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유명 브랜드들이 높은 가격에 블레이드를 판매하는 것 자체가 어렵겠죠.

동일하게 만들어서 저렴하게 팔려는 업체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넥시는 타사 제품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벤치 마킹을 하는 것도 자제를 하고 있지요.

다만 넥시의 제품군 속에서 하나의 제품이 출시되면 그 다음 제품의 컨셉을 잡아 가는 방식으로, 어떤 선형적인 길을 걸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생겼어요.



넥시의 4세대 제품군을 시작하여 카나프, 체데크, 젤롯, 올람, Z blade, 루비콘까지 만들어 오다 보니,

어떻게 보면 더 이상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를 느낀 것입니다.

넥시의 모든 블레이드들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단종되지 않고 대부분 그 가치를 유지한 채 시장에서 관심을 받으며 판매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각 제품들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 모든 제품들이 정말 빠짐 없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어떤 지점들을 다 채우고 있습니다.





저는 수치 정보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표를 제공하지 않아 왔는데요, 최근에 탁구 매거진 카페에서 잘 정리된 자료가 제공되어 인용합니다.

이 표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제품들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표만 봐도 넥시의 블레이드들이 정말 빈틈 없이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처럼 다양한 여러 제품들이 각각의 포지션을 가진 채 시장에서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넥시의 4세대를 이어 가던 어느 한 시점에서 저는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그 하나는 이렇게 많은 제품들을 만들었는데, 새로운 제품군을 그 사이에 자꾸 끼워 넣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 첫번째 질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작된 제품들을 조금 더 리뉴얼 해서 폴리공으로 변화된 현 시점에 적절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요.

즉 넥시의 4세대는 넥시가 원한 것을 다 이룬 세대입니다.

해 보고 싶은 것을 다 해 봤지요.


타사 제품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제품들, 즉 더 빠른 것(덱스터), 더 자연스러운 타구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한니발, 오스카) 등등을 1세대를 제작하면서 충분히 만들어 봤고,

2세대로 넘어 가면서 가변 반발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그것이 극대화 된 제품들 (리썸, 칼릭스 등)부터 그것이 상당 부분 조정된 제품들까지 (카보드, 칼릭스 2) 또한 가변 반발력을 가진 다양한 표면의 제품들도 충분히 만들어 봤습니다. (화이트 애쉬의 아마존, 히노키 표층의 스파르타쿠스, 양 표면층이 다른 라비린토스, 투발루 등)

3세대에서는 어떤 하나의 목표점을 한국형 한방 블레이드에 두고, 깊은 임팩트 감각을 가진 일련의 수많은 제품들을 다양한 표층과 구성을 쏟아 냈죠. (히노키 복합 소재류인 잉카, 아리랑, 5겹 합판 피터팬, 7겹 김정훈 등) 

그리고 4세대에 들어 와서는 다양한 표층 끌림을 기반으로 폴리공 시대를 위한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조금 큰 점으로 끌리는 체데크와 카나프, 젤롯, 면으로 끌리는 루비콘, 작은 일점으로 콕 찝히는 올람, 제트블레이드 등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다양하게 해 봤습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이 시점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아니 회귀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고, 절대로 회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동일한 제품에 제품명만 갈아 붙이고 신제품처럼 재출시하는데, 그것은 저에게 있어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는 최초로 제작된 제품에 대한 실례이죠.

그 당시 정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인데, 그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든다면 그 제품을 사랑하고 계신 분들에게 큰 실례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의 가치를 스스로 저평가하는 결과가 됩니다.


두번째로는 브랜드 운영자로서 결국은 나태한 방식을 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뭔가 아주 좋았고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낼 수는 없지요.

지금 시점에서 과거에 좋았던 것을 다시 취한다고 하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5세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넥시의 5세대를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1. 넥시의 지난 세대 제품들을 충분히 연구하여 그 제품들에 적용된 기술들을 재검토합니다.


2. 해당 제품들의 가치를 지금 시대의 용품, 즉 폴리공에 적용합니다.


3. 지난 시대의 제품들이 가진 가치를 업그레이드 하는 개념보다는, 그 가치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도록 합니다.



넥시가 5세대 제품으로 최초 출시한 차크라의 제품을 예로 들어 보지요.

차크라의 기본 구성은 이전에 티바 이름으로 출시된 악티움입니다.

그러나 악티움은 3세대 제품으로 3세대적 색체를 가지고 있지요.


이 제품의 포핸드 면을 4세대 제품인 루비콘 소재로 교체하고, 조금 더 무게를 늘림으로써,

넥시의 5세대 수비형 블레이드인 차크라가 탄생했습니다.


특히 차크라는 백핸드와 포핸드면의 반발력과 공을 잡아 주는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포핸드면이 조금 더 공을 세워서 잡아 준다는 느낌이라면, 백핸드 면은 공을 더 눞혀서 잡아 주는 느낌?

특히 롱컷트 구질을 다룰 때, 백핸드는 공이 짧게 떨어진다는 개념이 강하죠.


물론 타사 제품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최초 사용시에는 다소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악티움의 장점을 이어 간다는 넥시 브랜드의 가치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적 수비 전형이 필요로 하는 포핸드 공격의 강함과 백핸드 공격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는 제품입니다.



즉 앞으로 이어지는 넥시의 제품들은 지난 세대의 제품들이 조합되면서, 혹은 지난 세대 제품들의 일부 특성들이 반영되면서,

새로운 일군의 제품으로 개발되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세대의 제품을 더 열등하게 여기면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지난 세대 제품에서 생성된 데이터들을 반영해서 새로운 세대를 열어 가는 방식을 취할 것입니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이런 생각의 바탕에서 어떤 방식으로 아르케 블레이드를 제작했는지를 상세하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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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13 옷 출시가 많이 늦어지고 있네요. 노력하겠습니다 ~^^
  • 작성자그리소스토모 | 작성시간 17.10.13 버터플라이의 판매정책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동일한 구성이지만 그립 모양새와 라켓 인쇄,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은 훌륭한 판매 전략 같습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목판의 성능은 마음에 들지만 그립이, 디자인이, 이름이 불만이야'
    선택지가 많은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대 환영 입니다.

    저는 넥시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13 같은 사양에 가격만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넥시는 같은 사양으로 다른 이름을 붙이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손잡이 사이즈는 일부 변경되고 있고 앞으로도 디자인 변경은 고려할 수 있겠네요~^^
  • 작성자Earlybird | 작성시간 17.10.14 저도 수치표를 보고 처음엔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 넥시의 다음 버젼은 어디로 가야 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양면의 나무가 다른 트렌스포머로 가시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랬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길인데, 이렇게 늘 새로운 길을 뚫고 있는 넥시의 다음이 항상 기대되네요ㅎㅎ 빠른 출시일보다 내구성, 완성도 있는 라켓이 출시되길 기대해봅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15 예, 저를 너무 잘 이해해 주시네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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