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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탁구 이야기

8부 우승했어요!

작성자붉은고등어|작성시간22.05.30|조회수842 목록 댓글 17

3년전 이맘때 탁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바로 탁구에 미쳤습니다. 타고난 몸이 둔하고 나이도 있는데. 몸 생각 못하고 열심히만 치다가 가자미근 파열로 2달, 이상근염증으로 4달 쉰 거 빼고는, 평균잡아 매주 20시간 이상쳤습니다.

 

 참 안늘더라구요. 난 왜 이렇게 재능 없는 일에 미쳤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새로운 기술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해 지는 재미가 더 크더라구요.

 

제가 출장이 많은 직업인데. 일년 반 쯤 쳤을 때 출장 갔다가 처음으로 다른 탁구당에 가봤어요. 원주 북원탁구장이라는 곳이었는데, 관장님이 친절하게 회원분들 매칭도 해주시고, 회원분들도 손님이라고 다들 한판씩 쳐주셨어요. 덕분에 다른 지역 출장갈때도 탁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탁구 오픈채팅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정말 탁구에 미친 사람들만 모여있더군요. 맨날 탁구 이야기 하고, 번개도 자주하고. 과거 세계100위, 탁구닷컴 초청전의 왕, 송파 일타강사 부터 저같은 초보자 까지 모여있었는데. 실력과 상관없이 늘 진심으로 탁구 이야기와 게임을 해주셨어요. 우리 탁구장 관장님이 맨날 웃으며 말하셨죠. “아니 걔들이 왜 너랑 탁구를 쳐줘?” 아마 같은 것에 미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방 분들 여기 잘 안보겠지만 사랑합니다. 

 

저는 광주 오포에 김경수탁구클럽이라는 곳에서 탁구를 칩니다. 관장님은 아주 쪼끔은 투박하시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지도해 주셔요. 중간 중간 몇번은 했던 말씀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시간에 한번 더 치게 해주시는게 좋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또 펜홀더 선출 이시라 요즘 유튜브에서 접하는 것과 다른 좀 옛날 스타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요즘 와서야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그 말씀들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였고, 너무 중요한 이야기 들이었구나’ 조금씩 깨닫습니다. 유튜브 내용과 달랐던 이야기들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는 것도요. 지금은 관장님과 같은 스타일에 포핸드드라이브를 해보는게 평생의 소원입니다.

 

예를 들면 “니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지 말고, 상대가 싫어하는 플레이를 하라”는 말씀을 이천오백번쯤 들었고, 내가 바보도 아닌데 왜 맨날 같은 말씀을 하시나 했었는데요… 이번 대회 결승에서. 세트 2: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제 리시브가 약간 실수로 회전을 타서 상대분 백으로 좀 깊이 갔는데. 상대분이 되게 불편해 하는 거에요. 그때 갑자기 관장님의 그 말씀이 머릿속에 쩌렁 쩌렁 울리더라구요.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해라~라~라~라’. 그 때부터 백 깊은 쪽 모는 것만 신경썼고, 그러다 보니 제 플레이는 생각 안하게 되고 상대방만 보면서 치게되더라구요. 저 보다 훨씬 잘치는 분이셨는데 2:2 3:3로 역전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쳤는데 7부로 나가도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관장님이 첫 대회는 무조건 게임 많이 경험해보는게 장땡이라고 8부로 신청하라 하셔서 사실 내심 조금 뾰루퉁 했던 것고 있었는데. 경기당에 몸풀러 가보니 정말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었어요;; 오랜만에 대회라 사람이 몰랴 7~8부만 별도 장소에서 진행했은데, 경기장 들어서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ㅎㅎ. 그리고 결과적으로 다음 대회에 더 기쁜 마음으로 7부로 출전하게 되었구요.

 

토너먼트는 정말 만화갔더군요. 죽을 똥 살똥 겨우 이기면 더 쎈 상대가 나오고. 스타일도 정말 다 다르고요. 특히 16강전 부터는 전부 풀세트 난전이었고 그 중 세번이 역전이었네요. 마지막 세분은 저보다 훨씬 잘치는 분들이셨는데. 네트도 많이 나오고 뭔가 우주의 기운에 도움을 받은 듯 합니다. 하루 지난 지금도 누워서 생각해보면 참 믿기지가 않아요. 84명 중 1등이라니. 평생 몸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본 적이 없어서 더 신기합니다.

 

참 그리고 응원이란게 정말 중요하더군요. 멘탈이 털려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순간마다 구장분들의 화이팅이 정신줄을 붇잡아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가을에 7부 우승하고, 내년 봄에 6부 우승하고, 내년 가을에 5부 우승하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만화가 아니니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죠. ^^

하지만 평생 즐겁게 몰두하고 땀흘릴 수 있는 탁구를 알게된 것, 그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분 들은 만난건 인생 최대의 행운이 … 아니고 (공식적으로는) 아내를 만난것 다음으로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글이 길었네요. 모두 부상없이 즐탁하세요- 

어느 탁구장에선가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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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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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규신 | 작성시간 22.05.31 대군 7부가 초심분인데 이제 곧 바뀐다네요.
  • 작성자오픈 1부를 도전하자! | 작성시간 22.06.06 좋은 단톡방에, 코치님에, 좋은 탁구 동료분들

    모든 게 멋집니다👍

    참, 그 단톡방은 현재 운영중인가요?
  • 작성자세온 | 작성시간 22.06.07 멋있으십니다. 축하드려요~
  • 작성자공생공사(서울) | 작성시간 22.06.23 축하합니다.
  • 작성자멘탈고수 | 작성시간 22.06.28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가치있는 결과를 얻어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많이 얻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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