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다양한 탁구 이야기

[짠내 폴폴 탁구 이야기] - 곡현

작성자곡현|작성시간22.11.21|조회수391 목록 댓글 8

안녕하세요, 교내 동아리 활동이 바빠 용품 탐험은커녕 개인 연습조차 못하고 있는 곡현입니다. 이번 적룡혀니님 이벤트 주제가 흥미로워서 간만에 글이나 적으려고 합니다.
(내용이 많이 깁니다^^;)


이야기는 2017년도까지 거슬러갑니다...

때는 17년도 1월, 총 레슨 경험 3개월의 예비 고2였을 때입니다.
카페활동을 오래 하셨다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중펜을 쳤습니다. "생활체육은 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는 예전 코치님 말씀대로, 셰이크핸드 라켓을 펜홀더로 잡고 쳤죠.

그리고 중3 때부터 그 무렵까지 꾸준히 해온 운동이 없었기에, 예전에 조금 배운 탁구를 살려 취미활동으로 삼겠다 생각했습니다.
예전 코치님 연락처가 남았던 터라 연락을 드리고 레슨 시작.
평일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주말은 저녁부터 밤까지 학원을 다녔기에 일요일 오전에 두 타임을 몰아서 레슨을 받았습니다. 포핸드를 워낙 못해서 어깨가 안 들릴 때까지 드라이브만 했었죠ㅎㅎ

일요일 오전에는 실버 회원분들만 계셔서 내내 포핸드 랠리 연습과 복식만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작 몇 시간이었지만 공부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짠내 나는 고딩의 짬 내 만든 시간.

그러다 봄이 오고, 레슨을 해주시던 코치님께서 먼 곳에 탁구장 개업을 하게 되어 주말 레슨이 불가능한 상태.

저는 어떻게든 탁구가 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합니다.
금요일에 기숙사 조퇴증을 끊고 저녁에 다른 코치님께 레슨을 받기로 합니다.
(학기중에는 평일에는 기숙사, 주말에는 집에서 학원을 다닙니다.)

지역 8부 승률 최하에서 시작한 첫 생체의 맛. 자기 탁구 칠 시간도 부족한 아저씨 아주머니 사이에서 게임 한 판 부탁하고, 매일 레슨 받아도 부족할 판에 주 1회 레슨 받으니, X폼은 레슨때 고쳐도 1주 지나면 초기화..

그래도 탁구 열정만은 식지 않아서 정말 틈틈이 탁구를 쳤습니다.
그나마 실력이 비슷한 친구가 있었고 교내에 항상 오픈된 탁구대가 두 대 있었습니다. 전후좌우 모두 좁고 바닥이 회색 대리석이었지만... 그때는 앞뒤 가릴 게 없었죠

점심 종이 울리면 급식실로 미친듯이 달려가서 밥을 삼키고, 누구보다 빠르게 탁구대를 선점해서 몸을 대충 풀어줍니다(포핸드 랠리에 드라이브 연습만 하면 대부분 도망갑니다).
40분 채 되지 않는 시간, 게임 몇 판 돌리면 수업 예비종이 울립니다. 탁구장은 별관 지하고 교실은 5층이라 또 열심히 뛰어올라갑니다. 가끔 교복 입고 치는 날에는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해집니다.

짠맛 나는 탁구 이야기.

파트너는 공부벌레라 방과후에는 가끔 한번 쳤습니다. 한시간 넘게 맞수 친구와 게임을 하면 머리가 상쾌해집니다.

정신건강과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일까요. 애매한 상위권에 그치던 성적이 1년동안 엄청난 우상향을 보입니다. 고2때 각종 교내대회가 많은데, 상도 기대보다 많이 탔습니다.


하지만 겨울방학 말... 어머니는 결국 레슨 금지령을 내립니다(코치님 曰, "이제 겨우 포핸드 좀 고쳤나 했더니 레슨을 못 받아??").
파트너 친구도 점심탁구의 빈도가 줄어듭니다. 계속해서 오를 것 같던 성적은 크게 떨어지고, 공부 집중력이 예전같지가 않아집니다.

그렇게 제게 고3은 탁구뿐 아니라 제일 중요한 성적까지 큰 암울기가 됩니다..

피와 눈물의 짠내음이 퍼지는 탁구 이야기.

무심하게도 두 학기가 빠르게 지나고, 수능이 끝난 날 저는 이틀 전에 미리 주문해놓은 새 러버(배송날짜 맞추려고..)를 붙이고 싱글벙글 탁구장으로 갑니다.

..이리하여 탁구에 무한한 애정과 유한한 시간을 가지던 시기가 지나갔습니다.
'차라리 부모님께 "탁구를 쳐야 성적이 는다"고 고집을 부려 설득했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왕왕 제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도正道겠지요.


...그래서 결론은, 레슨과 개인 연습 좀 하고 싶네요. 코로나 제한이 풀리고 동아리 활동이 왜 이리 바쁜지.. 빨리 후배들이 자리를 잡아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곡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22 네 맞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제 아래 학번 부원들이 올해 제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스들이 전부 졸업한 상황이라...제가 사실상 동아리 내 레슨을 도맡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다시 저에게 온전히 집중할 예정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스파워 | 작성시간 22.11.22 곡현 올! 플레잉 코치님^^
  • 작성자오비트랩 | 작성시간 22.11.22 탁구 열정이 느껴지는 글 잘봤습니다 ^^!
  • 작성자슈미아빠 jw | 작성시간 22.11.22 열정이 느껴지네요!!
  • 작성자적룡혀니 | 작성시간 22.11.22 [짠내 폴폴 탁구 이야기] - 곡현
    접수 2번 감사합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저는 그때 축구를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렸었네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