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투어는 찬경루, 운봉관이 자리한 소헌 공원에서 시작했는데
하지만 정자와 객사보다, 저 하늘빛이 더 아름답지 않아요?
청송장을 둘러보고 난 다음 이런 소나무 사잇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어내려오면 송소고택에 다다릅니다.
순딩이 삽살개가 지켜주는 홍살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채 우물가엔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안채에선 감을 말리고 꽃을 키우고 있어요.
별당 모퉁이 흙 그릇은 어디에 쓰는 건지, 뒤란의 장독 하나는 왜 쭈글쭈글한지 궁금하네요.
올 초여름에 개관한 객주문학관에 들렀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
큰길 가장자리에서 퐁퐁 솟아나는 달기 약수랍니다.
둘째날
원래 여유있게 아침먹고 나와서 주산지 들렀다가 주왕산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동행한 사진작가님, 주산지는 새벽 물 안개 걷히기 전에 봐야 한다고 해서
결국 새벽 5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하지만 정작 그렇게 주장한 사진작가는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어느 잡지 객원기자라는 분이 영화를 봤으면 실망할 거라고 하시던데
전 다행히 그 영화를 안 봤고요.(저 영화학 전공한 거 맞습니다.^^)
촬영차 여기 일곱 번 와봤다는 전문사진작가란 분이 함께 계시거나 말거나
주산지는 물론 주산지 가는 길까지 무척 아름답더군요.
그게 바로 자연의 매력이겠죠. 누가 지켜보든 말든 , 누가 찾아오든 말든
늘 한결같으면서도 또 늘 다르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제 들어갈 땐 어두워서 몰랐는데 (산속의 밤은 일찍 오잖아요)
우리가 묵은 숙소도 억새가 장관을 이룬 멋진 곳에 있었답니다.
건물 외벽 아기자기한 그림은 주인아줌마 솜씨.
숙소에서 아침 먹고 짐을 챙겨 주왕산으로 향합니다.
오늘도 하늘은 더 없이 드높아서
내 나라 하늘은 곱기가 지랄이다,
최인훈의 문장이 절로 떠오르고
산 기슭 대전사 연꽃은 이미 한물갔지만
(절집 차우차우 사진을 못 찍은 게 안타깝습니다...엄청 귀여워요.)
주왕산 단풍은 아직 초기...
주왕산 사진에는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사실 자그마한 폭포 세 개 보러 헐떡이며 올라가느라 뭐가 뭔지...
제가 잘 걷지를 못해도 사진찍는 분들이 많으면 뒤쳐지지 않는데
이번에는 저도 찍느라, 일행 다 잃어버리고 산에서 신령되는가 했어요.
(선녀라고 적었다가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려서...신령이 낫지.^^;;)
늘 느끼는 바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언제나 부족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도 그렇습니다.
내 마음 속에만 담아온 풍경은 잘 간직하고 있다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기억 속에서 꺼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