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은 진보쪽 지식인들이 이런 소리들을 지껄이곤 한다.
"서로 다른 집단들끼리 적대시하게 만드는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다 정치인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조작해낸 거짓말이다. 각 나라의 민중들끼리는 서로 얼마든지 화목하고 우애롭게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런 주장들이야말로 현실을 무시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식의 "민중들끼리의 우애"를 강조하는 주장들은 사실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 이론을 옮긴 말들인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 민중과 소련 민중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고 대했을까? 우애롭게 화목하게 지낸 관계도 물론 없지는 않았다. 독일의 공산주의자들 중에서 독일군의 침공 정보를 소련에 알려준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부류들은 어디까지나 소수였고, 절대 다수의 독일 민중들은 소련인들을 가리켜 "열등하고 미개한 저질 족속들."이라고 멸시했다. 소련 민중들 역시,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해서 잔인한 학살을 저지르자 "독일인들을 모조리 죽여라! 그들의 여자와 아이, 노인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마라!"고 외치며 독일인 피난민들을 향해 무차별 폭격과 발포를 퍼부어 수십만 명을 죽였고, 독일 영토 내로 쳐들어가서는 독일 여자들을 무수히 강간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2차 대전 와중에 "독일 민중과 소련 민중들은 서로 우애롭고 화목하게 지냈다."라고 말할 수 있나? 있다면 그건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민중과 일본 민중의 관계도 결코 다르지 않다. 절대 다수의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미개하고 열등하고 지저분하고 무능한 저질 족속이라고 극혐했다. 만약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혐오하고 멸시하지 않았다면,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어째서 일본인 민중들로 구성된 자경단이 일본 군대 및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수천 명의 조선인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할 수 있었을까?
또,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인들 중에서 조선인을 가장 멸시하고 혐오한 부류는 다름 아닌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인들이었다. 참고로 조선의 일본인들은 결코 조선인들과 섞여 살지 않았다. 일본인들끼리만 따로 모여서 살았고, 그래서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으로 도망치려는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보고는 "조선 땅에 조선인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과 일본 민중들이 서로 친근하게 여기며 지냈다는 말들은 그래서 믿을 수 없는 거짓이다.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왜 일본이 패망하자 수많은 일본인들이 죄다 일본으로 달아났을까? 그냥 조선 땅에 살 것이지.
물론 조선인도 결코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제가 패망하자 조선인들은 세상이 바뀐 것을 알고 그동안 미워하던 일본인들을 상대로 약탈이나 폭행을 마구 저질러서 일본인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서둘러 달아났으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민중들끼리의 우애나 화목을 강조하는 소리들은 원시 시대에 전쟁이 없고 평화롭게 지냈다는 주장만큼이나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역사 왜곡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진보 쪽에 속하는 자들은 "왜 역사에서 분노나 증오를 가르치느냐?"라고 항의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자들이야말로 지독한 위선자들이다. 왜? 그런 식의 논리라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있었던 나쁜 일들은 왜 가르치나? 그런 일들을 자세히 알게 되면 분노나 증오를 느끼게 될 텐데? 또, 다른 나라 사람인 일본인들은 결코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같은 나라 사람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일당은 얼마든지 미워해도 좋다는 황당한 이중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나쁜 일들을 의도적으로 덮어버리려는 짓거리라면 그자들이 그렇게 욕해대는 뉴라이트와 뭐가 다른가? 뉴라이트들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있었던 나쁜 일들을 의도적으로 덮어버리고 그 시대가 아름답고 행복했다고 포장을 해서 사람들에게 역사왜곡을 한다고 욕을 먹었던 것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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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화염폭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11.22 역사는 실제로 벌어진 현실을 가르쳐야지, 그걸 어느 이데올로기의 영향에 따라서 덮어버리거나 미화하려고 한다면 역사왜곡이 될 수 밖에 없다. 뉴라이트나 진보들이나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둘 다 잘못을 저지를 위험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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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화염폭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11.23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불었지만, 2010년대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국을 증오하는 혐한류가 사회를 휩쓸고 있죠. 우호적인 감정이 순식간에 증오로 바뀌는 현상을 보면, 다른 나라 국민들끼리의 유대를 강조하는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이죠. 그런 얄팍한 감정 따위에 우리들의 운명을 맡겨서는 더더욱 안 될 것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 건강히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