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군 중장보병의 주무기인 글라디우스는 짧은 양날검입니다.
동양의 도검처럼 베는 용도가 아닌 찌르는 용도였죠.
밀집된 혼전 상태에서는 베는 것보다 찌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어서
지중해 세계에서 로마 중장보병은 이 짧은 단검으로 맹위를 떨쳤죠.
--------------------- [원본 메세지] ---------------------
얼마전에 이 게시판에서, 공화정 말기의 로마군과 秦漢시대 중국군이
맞짱(?)뜨면 누가 이길 것인가에 관해 진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평가는 극과 극이었습니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무지했다고
봐야 할까요. 이런 말 하는 저도 부끄럽습니다만. 저도 사실 로마군
정도는 개때같은 함성만 지르고, 생각도 없이 무식하게 돌격해서 치고
받고 쌈박질만 잘하는 군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시황제 초기의 秦나라 군대나, 흉노를 고향에서 몰아낸 무제 시절의
漢나라 군대라면 눈 감고도 이길 줄 알았지요..ㅡ.ㅡ
얼마전에 카이사르가 집필한 '갈리아 전기'를 읽어 봤는데, 로마군도
그렇게 단순한 군대는 아닌 모양이더군요. 특히 적에게 거짓 투항자를
보내서 로마군이 후퇴하려 한다는 정보를 퍼트려, 역으로 이용해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춘추전국 시대의 그것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것만큼 교활하고 악랄하지는 않았지만.. 암튼 로마군도 의외로 잘
싸우더군요.
그나저나. 암튼 로마군 전투력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이 좀 있습니다.
로마군의 우위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중국군이 쏘는 화살 정도는 방패로 거뜬히 막아버린다는 겁니다.
로마군의 직사각형 방패가 무식하게 튼튼해서 화살 정도는 이빨 자국도
못 내고 튕겨낸다는 소리인데. 저는 여기에 약간 의문이 있습니다.
칼라에 전투에서 수레나스가 개량한 활에서 발사된 화살이 로마군의
방패를 관통했다고 합니다. 로마인을 하늘 모시듯이 하는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의 증언이니 믿으셔도 될 겁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도 몇 권 보았고. 방패가 관통될 정도이니
갑옷 정도는 있으나 마나 였겠죠. 수레나스가 개량한 활은 주목으로
만들어진 활 2개를 합친 것 뿐. 도저히 성능에서나 제작 방식의
하이테크에 있어서나 동양의 복합궁에 견줄만한 것은 아닙니다.
사거리가 150m로 로마군보다 세 배는 더 길었다고 하지만, 주목으로
만든 활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동양의 활은 2개 합칠
필요도 없이 그냥 쏴도 150m는 장난이죠. 물론 전투에서 보편적으로는
90m를 기준으로 일제 사격에 나섭니다만. 이 정도 거리에서 로마군의
방패를 꿰뚫는데 위력이 부족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것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250m를 기준으로 쇠뇌의 일제 사격이
시작됩니다. 위력은 흉노 선우의 친위 기병대가 추풍낙엽..ㅡ.ㅡ
칼라에 전투에서 파르티아 군이 쏜 화살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로마군의 방패를 꿰뚫었다는 것인지 기록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히 파르티아의 경기병들이 로마궁병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최소한 50m 이상은 떨어져
있었다는 계산이 나오겠죠. 이 정도 거리라면 아무리 방패를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흉노와의 전투로 단련된 漢군 병사들의 화살
사격으로부터 절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궤멸당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폭풍우같이 몰아치는 화살
사격이 결코 만만치 않은것이, 화살 사격으로만 끝난 전투가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250m의 거리에서 쇠뇌 따위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면 로마군 쪽에서는
이에 맞설만한 장비가 전무하죠. 뭐 로마군에도 투창기 따위가
있었다면서 그러지만, 그렇게 치자면 그리스에도 쇠뇌가 있었던
것이고. 단순히 있었다거나 있었다는 설이 있다고 해서 전력으로
인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정규군에게 대량으로 지급되고,
주요 전력의 일부분으로써 전쟁터에서 대규모로 운용된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秦나라 말기에 함양에만 쇠뇌병이 5만명 있었다고 하죠.
훈련에만 2년이 넘게 걸린다는 놈들인데, 진승 오광등의 반란으로
필요에 따라 장한이 계속 차출해서 끌고 나가는 바람에, 유방이 입성할
당시에는 거의 남아있는 인원이 없었다는데..ㅡ.ㅡ
영화 글레디에이터를 보니. 로마군이 시작부터 화살을 쏴대서 약간
황당했지요..ㅡ.ㅡ 차라리 투창을 던졌다면 얼마나 보기 좋겠습니까?
그리고 게르마니아 야만인들이 쏘는 화살을 방패를 겹쳐서 몽땅
막아내니 더욱 황당했지요. 로마군의 방패는 진정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솟아나오게 말입니다. 하지만 티타늄
합금도 아니고, 방패가 생각만큼 그렇게 튼튼한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장담은 못 하지만, 중국 궁병의 화살로부터 방패가 완전히
관통당하지는 않더라도 팔과 함께 꿰뚫어버릴 힘은 된다고 생각하는데
암튼 의문입니다..ㅡ.ㅡ 암튼 로마군의 방패가 그렇게 튼튼할지 저는
의문입니다. 동양권에서 사용하는 화살이 웬만한 갑옷이나 방패
정도는 쉽게 관통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도대체 로마군의
방패는 두께가 얼마나 두껍다는 것이며, 합금으로라도 만들었다는
것인지. 게다가 그렇게 튼튼한 방패를 겹치고 쌓았으면 왜 파르티아
경기병들이 쏴대는 화살에 피해가 막심했다는 것인지.. 그렇게 방패
똘똘 말아쥐고 뒤로 천천히 후퇴하면 끝나는 일 아닙니까???
암튼 방패의 방어력에 대한 의문입니다.
게다가 더 큰 의문은 그 커다란 방패를 과연 로마군 전원이 들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마치 로마군에게 화살을 쏘기만 하면
로마군은 전원이 방패를 머리 위에 들고 벽을 만들어서 모조리 튕겨
낸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5만명 10만명씩 집결해서 치고 박고
싸우는 대회전에, 5만이 넘는 로마군이 전원 머리 위에 방패를 들고
화살을 튕겨내면 얼마나 멋진 장관이 아니겠습니까만.
저는 그렇게 로마군이 방패를 전원 들고 있었나 의문이 갑니다.
방패와 검은 그렇게 어울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가끔씩 대학가를
거닐다 보면 기동대 버스들이 늘어서 있죠. 제 사촌형이 기동대
출신이라 좀 잘 아는 편인데, 방패들고 있는 전경들 절대 곤봉도
함께 들고 있지 않습니다. 전경들 들고 다니는 철방패 아시죠? 아마
로마군 방패보다 가볍고 튼튼하면 튼튼했지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담이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강하게 내리 치거나, 돌을 던지면
깨지기도 한댑니다..ㅡ.ㅡ 그런데 왜 방패만 들고 곤봉은 들지
않냐구요? 그 커다란 방패를 들고 곤봉을 이리저리 휘두를 재주가
없으니까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방패 뒤에 곤봉 든 대원이 한 명씩
달라붙죠. 물론 곤봉 든 대원은 방패를 들지 않습니다. 이것 말고
타원형으로 생긴 짧고 가벼운 방패가 있습니다. 민첩하게 움직이기
좋도록 하면서 던지는 돌을 튕겨내기도 하는데, 이 친구들은 곤봉을
들고 다닙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로마군 방패와
글라디우스. 저는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 커다란 방패를 들고 검을
휘두를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커다란 방패에는 보통 창을
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경대야 시민들을 창으로 찌를 일이
없으니까, 방패만 들고 있지만, 로마군이 대한민국 전경처럼 방패로
찍으면서 전진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커다란 방패에 어울리는
공격용 무기는 창을 제외하곤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방패를 들고
있으니까 창은 길이가 제한 되겠죠? 한 손으로 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방패를 들고 있으니까 제 기량대로 마음껏 창을 휘두르기도 제한이
있겠죠? 역시 그런 방패를 들고 있으면, 창은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위에서 내리 찍듯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인데. 만약 로마군이 그렇게
전부 방패들고 다니면서 화살을 거뜬히 막아낼 수 있다면. 저는
로마군이 왜 글라디우스로 유명한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로마군이
그리스의 밀집대형과 무엇이 틀린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리스의
밀집대형보다 방패가 조금 더 커지고 직사각형이 되었다는 것 뿐인데,
그 덕분에 창의 사용은 더욱 제한이 있고, 이런 로마군이라면
마케도니아 군대에게 전혀 이길 방법이 없지 않나요? 투창병이 초반에
텔라를 조금 던져서 마케도니아 군대의 선두를 뭉개겠지만, 결국
본격적으로 붙어버리면 끝짱 아닐까요??? 그리스 군과 틀린 곳이
없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기동성만 더욱 느려지고 말았죠. 이런
군대라면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시위대도 중무장한 전경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경험자의
이야기나 관련 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쇠파이프 하나만 달랑 들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중무장한 전경대를 포위하여 박살내는 일은
흔합니다. 정면에서 맞붙어도 쇠파이프로 방패를 때리면서 밀어 붙이면,
숫적으로 세 배 가량 많은 중무장한 전경대가 뒤로 밀리는 동영상도
많이 있습니다. 전경대는 측후면에 시위대가 나타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합니다. 그래서 사복중대의 도움을 반드시 받습니다. 시위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들입니다. 일반적으로 백골단이라
알려져 있죠. 중무장한 전경대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사복중대는
피합니다.
로마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필로폰네소스 전쟁에서도 중무장한
밀집대형이 경보병에게 격파당하는 일은 흔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의 밀집대형은 마케도니아 장창부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로마군이 그렇게 화살비를 몽땅 막아낼 정도로 - 물론 방패의 방어력이
그만큼이나 강할까에 관한 의문은 이미 제기했지만 - 전원 방패를
들고 다니면서 창을 꼬나쥐고 있다면, 그리스 군과 틀린게 하나도
없죠. 글라디우스는 뭐죠?
그것도 아니라면 로마군은 방패. 창. 글라디우스. 이렇게 들고
다니다가.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방패와 창을 버리고
글라디우스만 들고 싸우게 된다는 것인지. 참 헷갈리네요.
오히려 그런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는 일부가 아닐까요?
앞의 몇몇 병사들이 아닐까요? 화살비를 몽땅 막아낼 정도로 전원
방패 들고 다니면. 도대체 글라디우스는 어떻게 휘둘란 말이죠?
그런 군대라면. 굳이 화살 쏠 필요도 없이. 얼마든지 보병 대 보병
전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글라디우스는
두렵지만. 방패가 없는 것 보단 못하겠지만, 과연 로마군이 중국군의
일제 화살 사격으로부터 거의 피해가 없이 안전할 수 있을까요?
전원 방패를 들고 다닌다면 놀라우리 만큼 안전할 수도 있겠지만..
화살이 아무리 방패를 관통해도, 앞줄을 제외하면 피해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므로..ㅡ.ㅡ 곡사로 날라오는 화살은 위력이 약해지니까.
그런 군대라면 중국군 입장에서는 전혀 어려울 것 같지 않는데 말입
니다. 글라디우스가 진정으로 두렵죠. 하지만 그런 병사들은 전투
초반의 화살 사격으로 어느 정도 제거가 될 것이고.
결국 보병 대 보병으로만 맞붙어도 이 정도면 중국 vs 로마는 거의
대등한 승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병사들 개개인 기량에서는 로마가 앞설테고. 하지만 전투 시작전의
장거리 발사무기의 사격으로 많은 로마군이 본격적인 백병전에 앞서
사살되거나, 부상을 입고, 견고한 밀집대형이 흔들릴 것이니까.
그렇다면 같은 수의 중국 보병과 로마 보병이 맞붙어도 용호상박.
거기에 기병이 가세하면 중국측의 우세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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