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병기]]각궁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 - (2)

작성자아나키스트|작성시간03.06.07|조회수661 목록 댓글 0

4. 활의 동작원리에서 찾아 본 작은 활이 좋은 이유

기본적으로 활은 탄성을 가진 두 팔 사이에 시위가 걸려 팽팽하게 장력이 걸리게 한 것이다. 시위를 당기면 바깥쪽은 탄력이 가해지고 안쪽에는 압축력이 가해지게 된다.

어떤 활이든지 부서지지 않고 화살을 잘 날리기 위해서는 이 두 힘을 견디어야 한다. 사람이 시위를 당기면 위치에너지가 활에 축적된다. 시위를 놓으면 이 위치에너지가 화살의 운동에너지로 점차 바뀌어지는 것이다. 활은 사람의 힘을 탄성에너지로 축적했다가 화살의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다.
활의 작동원리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것을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활 탄성에너지 = 화살 운동에너지 + 손실
손실 = 활장과 시위의 운동에너지 + 기타손실

활을 사람이 팔로 시위를 당기면 활장( 또는 활채 : limbs, arms)이 휘어지면서 위치에너지(탄성에너지)가 축적된다. 사람이 가한 힘은 모두 위치에너지로 바뀌어 활장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활이 좋은 탄성체이기 하지만 완전 탄성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활의 효율은 시위를 떠나기 직후의 화살의 운동에너지를 활에 축적된 탄성에너지로 나눈 것이다. 활의 효율을 높이려면 손실을 줄여야 한다. 손실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시위를 당기는 활장과 시위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이다. 이들 운동에너지는 결국 충격에너지로 활자체와 몸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가급적 줄여야 한다. 활장이 시위를 당기고 다시 시위는 화살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활장과 시위의 움직이는 속도를 줄이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활장과 시위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 활의 효율을 올리는 첩경이다. 기타 손실은 소성변형(塑性變形)에 의한 손실, 화살이 가속할 때 활과 화살의 접촉으로 생기는 마찰열, 활과 시위가 받는 공기와의 마찰로 인한 손실 등이다. 기타 손실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예를 들면 공기저항으로 생긴 에너지 손실은 활에 축적된 전체 에너지의 2% 정도이다.
활장은 탄성변형을 주로 하지만 약간의 소성변형도 같이 생긴다. 많이 오래 잡아당길수록 시간을 끌수록 소성변형도 많이 생긴다. 소성변형에서는 가해진 힘이 내부 재질 사이의 경계면이 미끄러지게 한다.

이때 가하진 힘의 일부는 마찰열로 사라진다. 활에서 소성변형은 뿔과 나무(대나무) 접합부 및 대나무와 소힘줄 접합부에서 그리고 대나무, 소힘줄 자체에서도 생긴다. 특히 오래 사용한 활에서는 소성변형이 생길 소지가 많다. 활을 부렸을 때 원래의 모습으로 가지 않고 약간 펴져 있는 모양인데 이것은 얹은활 상태에서 소성변형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활을 점화통에 넣는 것은 습기에 약한 활을 잘 보관하는 목적도 있지만 활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이라한 소성변형이 너무 많이 생긴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적당한 양이라면 활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제공한다. 소성변형은 강한 탄성을 완화(damping 역할)시켜 반동으로 인한 큰 충격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활에 남아있던 충격에너지를 흡수한다. 그것은 각궁의 재료자체가 모두 탄성체이면서 약간의 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활이 늙는다”는 것은 활이 큰 변형을 계속 반복하면서 활 자체가 에너지를 흡수하여 소성변형이 점차 커져 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활이 늙는 현상은 힘을 많이 받아 변형이 큰 ‘한오금’ 부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뿔과 대나무의 접착면이 분리되는 박리현상 또는 뿔의 노화로 나타난다.

<활이 작으면 좋은 이유>
활이 작으면 만드는데 재료가 적게 들고 휴대에 용이하고 취급이 쉽다는 이외에도 활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관계한다. 이 탄성에너지가 오직 화살을 가속하는 일에만 사용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활에서 탄성에너지가 축적되는 곳(힘을 모으는 곳)이 활장(limb)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활은 어떤 무게(질량)를 가지게 된다.

활이 커진다는 것은 활장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활장의 길이가 길어지면 무게도 같이 늘어난다. 이것은 모두 활장의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를 증가시킨 것이다. 화살이외의 활장과 시위의 질량이 늘어날수록 시위를 당겨서 축적된 활의 탄성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활장과 시위를 가속하느라고 소비된다. 이것이 활이 커지면 커질수록 활의 효율이 줄어드는 원인이다. 또 다른 원인이 있는데 화살을 당기는 시위의 각도와 관련되어 있다. 활의 원리상 활장(또는 고자) 끝 부분에 시위가 걸려있다. 시위가 다시 화살을 걸어 당겨 가속하게 된다. 활이 커지면 화살을 당겼을 때 화살이 걸려있는 시위의 각도가 커져서 화살을 잘 채지 못한다. 이 각도가 크면 클수록 활장의 힘이 화살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활이 커질수록 활의 효율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세상에 질량이 없는 재료는 없다. 쓸데없는 곳에 힘씀을 줄여 활의 효율을 높게 하려면 활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복합궁>
활이 크고 작고 또는 외형과 세세한 모양은 활 만드는 연장 및 제작기술과 관계가 깊다. 연장은 인류의 진화에 따라 발전되므로 같은 계통의 활이라도 활의 외형과 활 제작 기술이 시대마다 달라지게 된다. 영국의 긴활은 주목을 깎아 만든 목궁(self-bow)이다. 1545년 헨리 8세 때에 가라앉은 ‘로즈메리’호에서 발굴된 활은 주목(yew)의 백목질(sapwood)을 활의 바깥쪽으로 심재(heartwood)를 활의 안쪽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목궁의 단면도 처음에는 둥그스런 모양에서 후에는 많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뽕나무를 사용했다. 시위를 당길 때 받는 힘을 활장에 고르게 분산시키려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게 만든다. 목궁을 짧게 만들어 시위를 많이 잡아당기면 활의 바깥쪽에서부터 부러지기 시작한다. 나무는 변형이 커지면 나무 결이 밀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나무 결 사이가 분리되어 섬유질의 단결이 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궁에서는 부러지지 않게 당기는 길이를 늘이려면 활장의 길이를 늘이는 수밖에 없다. 활을 길게 한다는 것은 필요한 화살길이 만큼 당겨도 단위 길이 당 생기는 변형은 작게되므로 부러지지 않고 탄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활이 커지면 활의 효율이 떨어지고 반동(또는 충격)도 커지므로 이상적인 활의 설계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목궁은 원시적인 활의 형태로서 지금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말레시아의 지역의 일부 원시족들이 사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만 보아도 복합궁(composite bow)은 목궁보다 훨씬 앞선 것이 활이다. 복합궁의 개념도 목궁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복합궁이란 말은 활을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다. 복합궁의 외형은 목궁의 모양과는 많이 다르다. 복합궁은 길이도 짧을 뿐 아니라 활장이 끝으로 갈수록 뒤집혀진 모양의 소위 말하는 반곡궁(反曲弓 : recurved bow)이다. 이런 반곡은 짧은 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활공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짧은 활에서는 활장의 변형이 크기 때문에 나무 한가지만을 재료로 쓰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각궁도 전형적인 복합궁에 속한다.
복합궁에서 탄성에너지를 대부분 저장하는 부분인 활장은 몇 가지 재료를 부위마다 다르게 적층시켜 만든다. 복합궁의 주 재료는 수우각(水牛角), 대나무(竹)/산뽕나무(弓幹桑), 소의 힘줄(腱)이다. 각을 나무에 적층하거나 건을 부착하는데 다양한 재료의 접착제가 쓰인다. 접작제 풀은 민족마다 다른데 물고기 주둥이, 물고기 부레, 짐승의 힘줄이나 살가죽의 마른 것을 물에 끊여 만든다. 각궁을 만들 때에도 접착제로 쓰는 민어부레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민어부레풀은 활 재료 속으로 침투하며 탄성과 소성을 적당히 보유하기 때문에 활장의 큰 변형에서도 접착부분이 쉽사리 박리되지 않는다. 섬유처럼 가다듬어진 건을 납작한 대나무에 입혀 활의 바깥을 만드는데도 민어부레풀을 사용한다. 활장의 중심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줌손에서 삼삼이 부근까지는 대나무이고 삼삼이 근처부터는 산뽕나무로 되어있다. 산뽕나무 고자는 활장의 깊은 곳에 뿌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요즈음에 만드는 각궁은 뽕나무 대신에 아카시아나무를 쓴다고 한다. 이런 나무를 심재로 쓰는 이유는 나무의 성질이 질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지(樹脂)가 적기 때문이다. 수지가 많으면 나무 속으로 접착제로 사용하는 풀(glue)이 스며들지 않는다. 활의 제작에서 의미 있는 말이 있는데 연심(聯心)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마음이 연결된다’라는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용어이다. 연심 부분은 대나무에 제비부리(∨형)를 내고 뽕나무조각은 끝이 뾰족(∧형)하게 하여 끼워 접착시킨다. 이렇게 연결하면 접착면적이 늘어나고 재료의 특성이 서서히(smoothly) 변하게 되어 힘을 집중적으로 받는 점이 없어지게 된다.
각궁에서 쓰는 활과 화살의 재료는 모두 살아있었던 즉, 한때 생명을 가지고 삶을 살았던 것들이다. 각궁은 바다, 땅, 하늘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삼위일체가 되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물의 힘줄을 건(腱 : sinew)이라고 하는데 인장강도가 평방미리미터 단면당 그림-1. 각궁의 단면도
20kg (즉, 20kg/㎟)로 활을 만드는 나무가 가진 인장강도의 약 4배에 해당한다. 건을 잡아당기면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범위가 나무에 비해 크다. 따라서 늘어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을 요구하는 활의 외측재료로 사용한다.
뿔은 압축강도가 평방미리미터 단면당 대략 13kg인데 이것은 활엽수(hardwood)의 2배에 해당한다. 뿔은 압축변형에 대한 복구성질이 좋고 복원력계수가 크다. 따라서 압축되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을 요구하는 활의 내측(belly of limb) 재료로 적당하다. 뿔은 폭이 좁은 활장의 튀틀림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림-1. 각궁의 단면도



터키, 페르시아, 몽고, 중국 활도 복합궁이다. 그들의 활은 고자부분이 우리 각궁과는 다르지만 활장을 만드는 개념과 제작 방법은 매우 비슷하다. 복합궁을 사용했던 민족은 이집트 및 아씨리아와 아시아 민족과 관계가 있는 항거리, 터키, 몽고, 중국, 한국,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이다.
당기는 힘이 27kg가 되는 복합궁의 복제품으로 쏜 화살과 같은 속도(초당 약 50m)를 내려면 주목으로 만든 롱보우(longbow ; 긴활)로는 당기는 힘이 36kg나 되는 활이 필요하였다.(참고-5) 이 사실은 복합궁의 성능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복합궁은 효율이 좋다는 것이다. 효율이 좋은 활은 활 쏠 때 사람에게 주는 반동(反動)도 작다. 롱보우는 충격이 큰데 활 쏘는 방법도 다르다. 그들은 충격이 작은 활을 만드느냐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쏘면 반동이 팔에 전해지지 않도록 쏘느냐하는 사법과 훈련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5. 엄지각지 사법의 과학적 해석

활에서 화살의 속도를 높이려면 화살을 미는 힘이 강하고 가속거리가 길어야 한다. 총에 비유하자면 탄자(彈子)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탄피에 들어가는 화약의 양이 늘이거나 총열길이를 늘이는 것과 같다. 화살의 속도를 늘이기 위해 활이 강해야 하지만 아주 강한 활은 사람이 다루기에는 어렵게 된다. 너무 강한 활은 시위를 당긴다해도 겨누기가 힘들고 쏠 때 몸에 심한 반동과 충격을 준다. 살의 속도를 늘이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는 화살이 발시될 때 가속거리(즉, 가속시간)를 늘이는 방법이 있다. 국궁에서는 가속거리를 늘여 화살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것은 독특한 활의 모양과 활 쏘는 방법에서 해결하였다.
활과 화살의 설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람의 팔 길이와 당기는 힘이다. 특히 화살길이의 기본 결정요소는 사람의 팔 길이이다. 보통의 활쏘기에서는 화살은 활을 만작했을 때 줌손과 각지손에 걸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화살의 최대 길이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팔 길이에 관계하고 또 활 쏘는 방법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이와 같은 화살 길이가 사람의 팔 길이에 종속하지 않는 경우가 편전을 쏠 때와 쇠뇌이다. 화살의 가속거리를 제대로 유지하면서도 화살길이를 줄인 것이 片箭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편전에서는 화살이 안전하게 시위를 떠날 수 있도록 시도역할을 해주는 筒(또는 筒兒)가 있기 때문에 화살길이를 줄일 수 있었다.
우리 활에서 가속거리를 늘인 방법이 줌손 쪽과 각지손 쪽 양쪽에서 다 발견할 수 있다. 활 모양에서 줌손이 시위 쪽으로 튀어나온 것과 엄지로 활 쏘는 방식(엄지사법)이 화살을 가속하는 거리를 늘이게 해 준다. 먼저 줌손 쪽을 살펴보면 우리 활의 독특한 활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줌통이 활 안쪽으로 많이 나와있다. 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우리 전통궁인 각궁의 ‘부린활’ 모양에서 얹은활의 모양을 얼른 상상하기 힘들다. 이렇게 ‘부린활’에서 얹은활 모양으로 큰 변화는 줌통이 시위 쪽으로 튀어나오도록 하고, 시위를 당기기 초기부터 강한 탄력이 생기도록 하는 근본이다.
원래 부린활을 둥그렇게 생겼는데 반대로 뒤집어 활을 얹으면 이 줌손이 시위가 있는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면 ‘얹은 활’에서 줌과 시위사이의 간격(이것을 양궁에서는 ‘brace height’라고 함)이 가까워진다. 이 간격이 가까우면 활의 위치에너지 저장을 크게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해서 만든 활이 이태리계통의 활이다. 마케도니아 활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태리 활은 줌손 부분이 시위 쪽으로 튀어나오도록 특별히 고안되었다. 반대로 뒤로 물러나 있는 활이 고대 이집트 활(ancient Egyptian angular bow)이다.
깍지손 쪽을 살펴보자. 우리 활은 쏘는 방법이 독특한데 시위를 엄지손가락에 걸어 쏜다는 점이다. 엄지로 당기면 강한 활을 많이 당길 수 있다.
우리 활에서 시위를 당기는 손가락이 엄지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서양 활은 검지/중지 두 손가락 또는 세 손가락을 써서 시위를 당긴다. 이것은 사법에서 두 가지의 큰 차이를 준다. 엄지로 당기면 검지/중지로 당기는 것에 비해 3-4cm 정도 더 당길 수 있다. 즉, 엄지로 시위를 당기기 때문에 화살의 가속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활을 당길 때 시위가 만작에 가까이 갈수록 당기가 어려워진다. 끝으로 갈수록 당기는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끝 부분에서 3-4cm를 더 당기는 것은 큰 장력을 필요로 한다.
엄지이기 때문에 시위에 큰 장력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손가락 중에서 힘이 제일 센 것이 엄지라 센 활을 당기는 데에도 안성마춤이라는 것이다. 깍지손을 총에 비유하면 방아쇠에 해당한다. 힘이 가해진 상태에서 발시하는 활쏘기에서는 서양의 두 손가락을 쓰는 것보다는 한 개의 엄지를 쓰는 것이 더 안정하고 확실하게 시위를 놓을 수 있다. 양궁은 시위가 검지/중지의 둘째 마디에 걸리고 우리 활은 깍지를 낀 엄지 첫째마디에 걸린다. 우리 활에서도 검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엄지손톱을 거는 걸쇠역할을 하여 시위를 당길 때 엄지를 견고하게 한다. 또 검지 밑 부분은 오늬도피 부분을 활 쪽으로 밀어주어 시위를 당길 때 화살이 출전피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다. 즉, 화살을 시위에 걸고 깍지손을 시계반대방향으로 살짝 짜주면 화살이 출전피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엄지각지에 시위를 걸고 엄지손톱을 검지에 걸면 강한 활을 당기게 하고 동시에 시위를 쉽고 정교하게 놓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엄지각지 사법에서는 시위를 놓을 때 생기는 좌우편차가 크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양활과 우리 활의 쏘는 법에서 중요한 차이는 당기는 손가락의 차이인데 이것은 출전피의 위치가 달라지게 한다. 손가락에 시위가 걸리는 방향이 국궁과 양궁은 서로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활과 양궁은 출전피의 위치가 서로 반대방향에 있다. 국궁을 쏠 때처럼 화살을 출전피에 대고 검지/중지로 시위를 당기면 낙전되어 시위를 당길 수 없을 것이다. 양궁 쏘는 것처럼 화살을 활 뒤에 놓되 엄지에 시위를 걸어 당겨 보라. 마찬가지로 화살이 제 위치에 있게 하면서 당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양궁 당기는 식으로 하고 많이 당겨도 문제가 될 것이다. 양궁에서 시위를 우리처럼 많이 당기면 살 메긴 오늬 위치가 귀를 지나게 되는데 시위를 놓을 때 시위가 뺨을 칠 가능성이 크다. 구부렸던 손가락을 펴면 시위가 벗겨지는데 시위가 벗겨지는 방향이 뺨 쪽이기 때문이다. 양궁에서는 이렇게 시위를 놓을 때 손가락을 펴는 것이라 오늬의 좌우 이동이 생겨 이것이 가장 큰 오차원인이 된다.
몽고 활에서 화살 거는 사진을 보고 이견이 있는 모양인데 그것은 분명하다. 어느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기느냐가 출전피가 활 앞에 있느냐, 활 뒤에 있느냐를 결정한다.
양궁은 출전피가 활 뒤에 위치한다. 그래서 화살을 시위에 메길 때 화살을 급하게 출전피에 같다 붙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민성에서는 다소 뒤질 것이다.

6. 각궁과 개량궁의 탄력 특성 비교

활의 성질을 보려면 우선 활의 탄력특성(draw-force characteristics)을 알아야 한다. 활의 시위를 당기면서 당긴 거리(draw displacement)에 따라 당기는 점에 가하지는 힘(draw force, 활에서는 draw weight라고 부름)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 활의 탄력특성이다. 활의 탄력특성은 당기는 힘이 어떻게 과정으로 활에 탄성에너지를 축적하는가하는 활의 정특성(static characteristics)과 시위를 놓은 후 화살이 가속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활의 동특성(dynamic charateristics)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활의 성질을 보여준다.


그림-2. 각궁과 개량궁의 정적 탄력특성 비교


활의 동적 특성은 시위를 놓은 이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또는 힘의 작용점인 오늬가 진행하는 거리에 따라) 화살에 가해지는 힘이 어떤가를 동적 특성이 나타내준다. 활의 동적 특성은 화살이 어떻게 얼마만큼 가속되는지, 시위에 걸리는 인장력은 어떤지, 활장의 움직임은 어떤지, 활의 진동은 어떤지, 활의 효율은 어떤지, 활이 얼마만큼 반동과 충격을 주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활의 동적 특성은 “활이 화살을 얼마나 잘 채느냐”를 알려준다.
그림-2은 각궁과 개량궁을 하나씩 골라 탄력 특성을 측정한 것이다. 각각의 활은 만작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당기는 거리와 당기는 힘이 약간은 다르기 때문에 측정한 값을 각각의 최대치로 정규화(normalize)하여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각궁과 개량궁 모두 사용한지 4년 정도가 된 것이지만 각궁의 사용빈도는 개량궁보다 훨씬 많았다. 그림-2에서 보다시피 당기기 시작 처음부터 각궁(‘각궁-1’로 표시)의 당기는 힘 기울기가 개량궁(‘개량궁-98’로 표시)의 그것에 비해 더 가파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각궁을 당길 때 당기기 시작부터 팽팽한 탄력이 있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탄력 특성 곡선의 기울기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각궁은 탄력 특성이 처음부터 기울기가 크고 다음에는 약간 완만해지다가 끝으로 갈수록 기울기가 다시 급격하게 커진다. 바로 이 ’S형 곡선‘이 고자가 있는 각궁의 고유한 특성이다. 지금부터 이런 곡선모양을 'S형 곡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활에서 이런 'S형 곡선‘이 매우 중요하다. 활의 정적 탄력특성이 'S형 곡선‘이 되어야 활의 효율이 좋다. 즉, 활이 탄성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고, 화살을 잘 채게 한다.
고자의 길이가 크고 뒤로 많이 제켜져 있는 활일수록 S형 곡선 상에서 (I)부분의 기울기는 커지고 (II) 부분과 (III) 부분의 기울기는 더 완만해 진다.


그림-3. 각궁과 개량각궁의 정적 탄력특성 비교


(I)부분의 기울기는 ‘부린활’과도 관계가 있다. 시위를 부렸을 때 뒤로 많이 오그라드는 활일수록 (I)부분의 기울기가 크고 활이 오래되어도 그 기울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것은 그림-2의 개량궁의 탄력 특성 곡선에서 나타난다. 이 개량궁도 각궁과 마찬가지로 고자가 붙어있고 고자는 뒤로 제켜져 있다. 그런데도 이 개량궁의 탄력 특성이 약한 ‘S형곡선’, 다시 말하면 용수철 저울과 같이 거의 직선에 가까운 곡선인 것은 개량궁을 부렸을 때 각궁보다 뻣뻣하게 펴져 있는 모양을 하기 때문이고 고자부분이 잘 만들어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렸을 때 뻣뻣하게 생긴 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얹은 활에서 새 활처럼 탄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우리 각궁의 부린활은 뒤로 동그랗게 말려있어 양냥고자가 닿을 정도다. 즉, 우리 각궁은 ‘부린활’과 ‘얹은 활’의 모양변화가 심하다. 그래야만 얹은 활에서 탄성에너지를 많이 축적되고 ‘S형 곡선’을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다.
그림-3는 개량각궁과 전통 각궁의 탄력 특성을 측정하여 비교한 것이다. 두 개 활은 탄력 특성이 서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개량각궁이 우리 전통 각궁의 탄력 특성을 거의 유사하게 재현 한 것이다.
그러면 두 활의 동적 특성은 어떨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활의 동적 특성은 화살의 가속특성을 알려준다고 했다. 활의 동적 특성을 측정하는 것은 탄력 측정에 비해서 복잡하다. 갖추어야 할 장치와 측정장비도 있어야 하지만 금번 단계에서는 각궁의 동적 특성을 측정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의 연구과제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단하게 활의 동적 특성을 시험해 볼 수는 있다. 실제로 화살을 메겨 쏘아보는 것이다.
두 활을 같은 화살을 메겨 쏘아 본 결과 개량각궁이 각궁보다 살을 못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쏘는 화살의 길이와 무게를 바꾸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개량각궁이 각궁보다 활장의 길이가 길고 무겁기 때문이다. 활장이 길고 무거우면 활에 축적된 탄성에너지가 활장을 가속하는데 소비되기 때문에 정작 화살을 가속하는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길고 무거운 활장을 가진 활은 자신을 가속하는데 탄성에너지를 써버리기 때문이다. 활장의 길이를 가능한 한 짧게 하고 무게도 가벼워야 활의 효율이 높아진다. 활장의 끝 부분으로 갈수록 그 부분의 무게가 활에 주는 영향이 더 커진다. 그래서 고자 부분의 무게는 가급적 줄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활의 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시위의 무게와 굵기도 영향을 준다. 시위의 무게도 가급적 줄여줘야 한다. 시위는 인장성이 없는 것이 좋다. 심지어 심고와 시위를 연결하는 매듭뿐만 아니라 돈고자의 재료와 모양도 활의 동특성에 영향을 준다.
그림-4. 활의 탄력(F)과 화살에 가해지는 힘(E)
심고와 시위는 큰 매듭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매듭도 동특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시위의 진동과 관계한다. 시위를 놓으면 화살이 가속되는데 이 때가 활에 축적되었던 탄성에너지가 활장/시위/화살의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위에 걸린 화살이 오늬를 통해 힘을 받아 가속하게 된다. 이 때 화살에 가해지는 힘이 스므스(smooth)하게 걸리면 좋다. 그림-4(참고-3)와 같이 실제로는 어느 일정한 힘 위에 진동하는 것과 같은 힘이 중첩되는 형태가 된다. 화살의 속도는 힘의 적분이기 때문에 화살에 가해지는 힘이 그림-4처럼 진동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진동의 원인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i) 화살을 당기는 끝에서 탄력(F)이 너무 커서 가속 처음부터 너무 세게 화살을 가속하다 보면 화살에 가하는 힘이 출렁이게 된다.
ii) 활의 힘에 비해 화살의 무게가 너무 작아도 화살에 고르게 힘을 가하지 못 한다.
iii) 시위가 길이 방향으로 인장성이 있어도 그런 진동의 원인이 된다.
iv) 활을 잘못 잡아 양 활장의 균형이 맞지 않아도 그렇다.
활쏘기에서 활, 화살, 사람이 조화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위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림-4. 활의 탄력(F)과 화살에 가해지는 힘(E)


화살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거리를 늘이려면 시위가 크게 떨거나 즉, 공진(共振)하여 시위가 오버슈팅하지 않아야 한다. 시위가 오버슈트(overshoot)하면 줌손의 손목부분에 시위가 닿게 됨으로 가속거리를 늘이려고 하는 노력에 제한을 준다. 각궁에서 이 부분의 해결이 절묘하다. 고자가 뒤로 제껴져 있어 시위가 닿는 순간을 자세히 보면 시위와 고자잎과 닿는 부분이 양양고자 쪽에서 줌손 쪽으로 이동한다. 시위가 고자잎과 접촉하기 시작하여 시위 매듭이 도고지에 닿을 때까지 시위가 공중에 떠 있는 길이(현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위에서 공진이 크게 생기지 않는다. 즉, 현의 길이가 변하게 하여 공진조건을 없애버린 것이다. 활의 시위는 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자체도 거문고 현과는 다르다. 시위의 재료선택과 제작에 있어 가능한 한 밀도를 크게 하지 않도록 하고 탄성도 줄인다. 시위 표면에 밀랍을 바르는 것도 현에 생기는 진동이 사라지도록 댐핑(damping)을 주기 위한 것이다. 시위의 무게는 어떤 영향을 주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시위 무게의 1/3 가량이 화살무게에 더해져서 실질적인 화살무게(virtual arrow weight)가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참고-8) 따라서 시위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각궁의 시위를 구성하고 있는 심고와 현, 이들은 잇는 매듭, 그리고 시위의 재료 및 제작방법은 모두 화살을 잘 채도록 고안된 것이다. 각궁의 시위 하나 속에서도 조상의 지혜와 고뇌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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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이 길어져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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