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잡탕이야기

안주값이 밥값보다 비싼 이유

작성자공백|작성시간05.08.30|조회수508 목록 댓글 1
“오빠! 빨리 들어가자. 너무 추워.”
“추웠어? 그래. 가자. 어디로 갈까?”

종로에서 만난 희야는 정말 추웠는지 만나자마자 팔짱을 꼭 끼더니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난 속으로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분명 만나기 전까지 툴툴대며 만나자 마자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 같던 그녀가 꼭 안겨오니 오늘은 잔소리를 피할 수 있겠군, 싶었던 것이다. 항상 금세 잊곤 하는 희야는 추위에 잠시 기분상한 감정을 잊은 것이리라.
귀가 시려서 토키 모양의 분홍 귀마개도 마다하고 싶지 않은 겨울날 데이트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희야는 계속 내 팔에 매달려 들어가자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어딜 갈까?”
“그건 남자가 정해야지.”
“그래. 날씨 추우니 소주 한잔 하고 싶네. 우리 저번에 갔던 삼치집 갈까?”
“아무데나 가. 아무데나. 추워 죽겠어.”

그녀와 들어간 곳은 전에도 와본 적 있는 연탄구이 삼치집이었다. 늘 삼치를 구워대는 연기로 가득한 그 집에 들어가자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반겨주었다.

“언제나 사람이 많군. 뭘 시킬까?”
“오빠, 바보야? 삼치 집 와서 삼치 시키지 뭘 시켜?”  
“하하하. 그러네.”

그렇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끔 바보스러운 행동은 오히려 너무 완벽해 보이는 내 이미지를 이완시켜 날 더욱 멋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여기, 삼치랑 소주요!”

그녀는 목청껏 아저씨를 불렀고, 잠시 후 반쪽으로 갈린 삼치는 잘 익혀진 채로 우리 테이블에 올랐다.

“삼치안주는 왜 만원이야? 식사로 먹으면 오천 원이면 먹는데.”  
“아, 그거?”
“돈까스도 그렇지. 안주로 먹으면 두 배로 비싸.”
“내가 설명 해줄까? 이 오빠는 다 아는데.”

여자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남자. 얼마나 멋진가! 그녀에게 나의 멋짐을 원 없이 보여주었다.

여러분들도 궁금한가? 그 이유를 모두 대충 짐작하실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테이블 당 회전율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삼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과 안주로 파는 술집이 있다고 하자. 그 매장은 같은 20평이고, 테이블도 8개 같은 수다. 각 가게의 매출을 따져보자. 물론 가상적인 예이다.

[우선 식당의 경우]
* 테이블 - 8개
* 가격 - 5,000원
* 주 영업시간 - 2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1시 30분)
* 주 영업시간의 테이블 회전율 - 2회

테이블 8개, 3명의 손님이 2회전을 했다고 했을 때 총 48개의 삼치를 판 것이다.
8 x 3 x 2 = 48(개)
48개 판매, 가격이 5,000원이니 총 매출은 240,000원

[다음 술집의 경우]
* 테이블 - 8개
* 가격 - 10,000원
* 주 영업시간 - 5시간 30분. (오후 8시 - 오전 1시 30분)
* 주 영업시간의 테이블 회전율 - 1.5회

테이블 8개, 손님이 2회전을 했다고 했을 때 총 16접시의 삼치를 판 것이다.
8 x 2 = 16(개)
여기서 2개의 안주를 먹을 가능성 50%를 더하면 8개가 추가되므로 24개.
24개 판매, 가격이 10,000원이니 총 매출은 240,000원

두 매장의 매출은 비슷하다. 술집의 경우 재료값 기준이 아니라 기본적 매출을 위해 가격을 맞춘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영업시간이 긴 부분은 술에 대한 매상으로 수익이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이는 매장 개점시에 안주의 가격을 주영업시간대, 유동인구에 따른 회전수에 따라 정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상품 가격 결정의 요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있으나 그것은 천천히 살펴보기로 한다.

위와 같이 숫자마저 딱 떨어지는 좋은 예를 희야에게 설명해주고는 흐뭇해졌다.

‘넌 봉을 잡은 거야. 똑똑한 남자를 만나야 고생을 안 하지. 아무렴. 난 머리가 너무 비상하단 말이야.’

자화자찬을 하며 소주를 한 잔 걸쳤다. 그리고 삼치의 가장 맛있다는 부분을 젓가락으로 푹 떠서는 멋지게 입으로 가져갔다.

“잘났어, 정말? 그래서? 그렇게 잘나서 기념일도 까먹은 거야? 내가 일주일 전부터 말했잖아. 오빠는 나이도 젊은데 왜 깜박깜박하는 건데. 잡은 고기 미끼 안준다 이거야? 예전에는 선물도 잊지 않고 챙기고 하더니 늘 바쁜 핑계만 대고······.”

희야의 잔소리는 그 때부터 물 만난 듯 신나게 시작되었다. 언 입이 소주로 다 녹은 모양이었다.

‘안주가 식사보다 비싼 이유를 알면 뭐하나. 희야의 잔소리를 피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그날은 그렇게 희야의 잔소리를 안주 삼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배지나님 글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쿨소주 | 작성시간 05.08.31 한업소에서 매출 극대화를 위해 동일한 메뉴로 낮에는 밥, 저녁에는 술을 파는 경우에는 계산식이 달라져야 겠내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