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피아노 건반의 터치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상당히 주관적인 문제거리입니다.
이 글에서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반의 터치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몇가지로 나누어 질 수 있겠는데
가장 곤란한 경우는 '팔의 힘은 남아도는데 손가락으로 집약이 안 되는 경우'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보통 피아노를 치다가 중간에 몇년 쉬다가 다시 연습을 재개한 경우에
그런 문제점이 많이 발견되는데
자기 자신은 너무 건반을 세게 쳐서 불만이라고 말하지만
전문가가 볼 땐 오히려 손가락 끝에 힘의 집약을 못 시키므로
계속적으로 힘의 집약을 연습해야만 합니다.
정말 곤란하고 애매하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경우지요.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로 손가락에 힘이 없는 것이 불만인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문제점보다는
훨씬 발전이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악기든지간에 어떤 단계를 넘기기 위해
상당한 눈물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질이 다분한 사람의 경우 발전이 빠르다가 어느 순간
상당히 힘들고 아무리 연습해도 발전이 없는 듯 느끼는 때가 오는데
(일어를 배울 때 '고꼬데와 禁煙데쓰~!'정도에선 아직 일취월장이지만
갑자기 중급으로 넘어가면서 글자가 작아지고 간지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면서
점점 싫증나고 어려워지고 발전이 둔해지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흑..)
그런 경우는 반드시 초급에서만 오는 게 아닙니다.
전 오히려 대학교 고학년으로 넘어가면서 그런 단계를 맞았습니다.
저의 한계는 바로크와 고전파 음악에서 드러났는데
그 단계를 잘 넘기지 못한 결과 지금 저는 아빠 바흐를 매우 싫어하는 슬픈 사람이 되었답니다.
'손가락에 힘이 없다'는 상태가 건반터치가 약하다는 것이나 팔뚝에 힘이 모자란다는 것이나
두 경우 모두 손가락, 손목과 팔의 근육들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터치가 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건반을 세게 터치하는 연습은 좋지않습니다.
여기에서 손가락과 팔뚝의 근육을 단련하는 훈련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근육들을 골고루 탄탄하게 발전시키기에 좋은 연습곡은
(물론 '매우 좋은' 하논과 피쉬나 등의 직접적인 연습곡집은 제외합니다)
쇼팽의 에튀드 op.25-12와 op.25-8입니다.
아무런 욕심없이 사사로운 생각을 버리고 매일매일 그 두 연습곡에 매달려 보십시오.
물론 제박자로 빨리 치는 것 보다 천천히 단단히 건반 속까지 눌러치면서
여러가지 리듬연습을 하는 게 훨씬 좋겠지요.
연주하기 위한 연습이라기 보다 근육단련을 위한 연습입니다.
또한 짧은 시일내에 효과를 노리신다면 옥타브 연습을 하십시오.
반음계로 양손 옥타브를 팡팡~! 연습(검은 건반은 4번 손가락을 씀)하는 것!
하논의 옥타브 연습도 좋습니다.
제가 옥타브 연주에 가장 힘들었던 때는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 나이 때까지도 저는 손과 체격이 작아서 옥타브 연주가 불가능했지요.
그렇게 손이 작고 힘이 모자랐던 때에 제가
단 한 달 정도만에 갑자기 옥타브를 주구장창 마음대로 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곡이 있습니다.
바로 베르디-리스트의 <리골렛토 4중창 패러프레이즈>입니다.
특히나 뒷부분.. 그거 환상적인 옥타브 연습곡이죠.
또한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6번은 누가 보기에도 좋은 옥타브 훈련곡이지요.
처음엔 몇줄 치기도 힘들지만 차츰 근육이 발달하면서 상당한 훈련이 된답니다.
저 두 곡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고 연습곡으로도 훌륭한 뭐라 말할 수 없이 훌륭한 곡이죠.
직접적으로 곡의 연습으로 들어가는 '손가락 힘기르기' 연습도 있겠지만
건반을 잠깐 떠나 책상이나 피아노 뚜껑 위에서 할 수 있는 '손가락 힘기르기' 연습도 있습니다.
피아노音樂 1990년 신년호에 실린 피아니스트이자 중앙대 교수님이신
이 혜경 선생님의 손가락 각각의 힘을 기르는 좋은 단련법을 소개시켜 드립니다.
기사에는 사진도 실려있어 이해하기 쉬우나 저의 표현력으로
사진없이 모니터 상에서 설명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먼저 다섯손가락을 편안하게 다 펴서 피아노 뚜껑이나 책상, 식탁 등의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한 손가락 씩 운동을 하는 것인데 운동을 하고자 하는 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은
반드시 책상의 면에 자연스레 편 상태로 고정을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네 손가락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한 손가락만 들어 힘있게 구부려 당깁니다.
(제대로 행하면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이 혜경 선생님이 독일에서 공부할 무렵 사사받던 교수에게 배운 방법이라는군요.
한 손가락을 당길 때 다른 손가락들은 되도록 움직이지말고 고정시켜야 하죠.
아마 넷째 손가락 당기기가 가장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게 피아노 건반을 떠나 손가락 힘기르기 훈련을
책상 앞에서나 식탁 앞에서나 생각날 때마다 해보십시오.
이 혜경 선생님 말로는 손가락 각각의 힘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또한 피아니스트이자 연세대 교수님이신 한 영란 선생님이
저에게 소개시켜주신 손가락 힘 구별하여 기르기 연습법도 있습니다.
먼저 임의로 아무 건반에다 손가락 다섯개를 올려놓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도레미파솔 건반에)
그리고 아무 음이나 한 손가락을 높이 들었다가 소리를 냅니다.
물론 또랑또랑하도록 성실한 소리~!
(한 손가락을 높이 들 때 다른 손가락들은 건반에 붙인 상태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그런 다음 다른 손가락을 높이 들어 다른 음을 치며 먼저 쳤던 건반을 떼 소리를 끊는데
먼저 건반을 쳤던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이거 글로는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러니까 건반은 완전히 들려 소리가 끊기되
손가락은 건반에서 떨어지지 말고 붙어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른 손가락을 높이 들었다가 건반을 힘있게 누르는 거죠.
상당히 집중력이 필요하고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다섯손가락 모두 연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넷째손가락 같이 특히 힘이 약한 손가락을
집중 훈련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넷째손가락이 역시 제일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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