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구두를 신고 움직이는 방향을 연구하고 몸으로 춰내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꼈는데, 또 다른 즐거움이 찾아왔다. 매주 꾸준히 그의 수업을 들어보면 온전히 준비해 온 안무를 공유하고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춤 수업이 단순한 배움이라기보다는, 소통과 공유의 장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자꾸만 보여주려 하고, 눈에 띄려고 하며 생각보다 단순한 목적과 욕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해왔다.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보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이해하며 현재 배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어땠을까?
대회나 배틀, 공연과 같이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주어야 할 때는 분명 내가 가졌던 생각이 맞지만, 수업에서는 퍼포먼스 보다도 배우고 있는 그 과정을 더욱 가치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주 수업에 갈 때마다 반겨주고 함께 땀 흘렸던 그 시간들이 나중에는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성장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거쳐온 시간들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지 않고, 삶에 그대로 녹아들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춤을 배우거나 배우지 않고 춰내는 행위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안무만 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분명 자신의 생각과 흔적이 담겨있다. 마치 사람이 글을 쓰거나 말하듯이 몸으로 춤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끊임없이 기록하고 담아낸다.
내가 좋아해서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도 같은 의미가 되어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던, 매주 손꼽아 기다리던 수업이었다.
내가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쉽게 말해 사색하며 사람 구경하는 것을 즐긴다고 표면적으로나마 얘기할 수 있겠다. 나는 누군가의 머릿속을 지레 짐작하거나,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바라보곤 한다.
종종 눈에 띄는 것은 두 명이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서로의 대화가 즐거워 보인 적도 있고,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를 하거나 앞사람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이 좋다.
그때의 나는 보통 혼자서 책을 읽거나 이렇게 사람들을 구경했다.
나는 이렇게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나 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큰 행복감과 휴식을 얻는다.
사사로운 문제들과 고민에 빠져 바로 눈앞의 것들 조차 알아채지 못할 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그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단둘이 만나는 시간을 좋아한다. 여럿이서 보내는 시간도 즐겁지만 단 둘이 만나 대화를 하거나 시간을 보낼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내게는 더 값지다.
온전히 눈앞의 사람에게 집중하며 겹겹이 쌓이는 감정들은 오직 그때 서로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컨대 그때가 가장 서로의 장점을 잘 발견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존재함으로써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꿈과 관련된 곳에 연락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아 실망감을 안은 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아무런 기대 없이 내디딘 발걸음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주말이었고, 아무도 없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도착했던 곳은 자연스럽게 내가 미래에 꼭 닮은 곳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품게 해 주었다. 철통보안이 나를 가로막을 때, 달리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지만 그 앞에 가만히 서있으니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나는 천천히 주변을 구경했다.
얻고 돌아온 것이 없다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정확하게 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나를 부르지 않는 곳에 직접 찾아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진정으로 나를 위한 행동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