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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관계라는 파동속에 나를 지키는 일

작성자나 도|작성시간26.06.16|조회수29 목록 댓글 0
"난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 가고 싶어.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사랑을 하고 싶어. 지독한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지혜롭게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법을 지금보다 조금 더 배우고 싶어."

 

비슷한 고민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서, 어쩌면 나보다 그 미로 속에서 더 깊이 헤매며 길을 찾아본 이들에게서 나는 기묘한 안정을 찾는다. 그것은 가족이나 연인에게서 느끼는 안온함과는 결이 다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묵직한 연대다. 그들 곁에 있으면, 내가 세상의 하찮은 먼지 한 톨에 불과할지라도 꽤 근사한 먼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게 나를 지탱해 주던 존재들이 때로 예측하지 못한 파동을 일으킬 때면, 나는 그 변화를 온전히 긍정으로 받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정답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삶은 흥미롭지만, 때로는 그 불확실함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애초에 저들에게 햇살 같은 평온을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내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었더라면,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런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원망하는 밤이 종종 찾아온다.

 

그럼에도 나는 불나방처럼 기꺼이 뛰어든다. 열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 곁에서 나를 태운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세계는 영원할 거라 호언장담하며, 매 순간에 서툰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무게가 버거울수록 서로의 어깨를 겯고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내가 그들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의 아픔이 그들에게 가닿아 공감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평화롭게 했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을 빌려보자면, 나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충족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가고 있었다. 소속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안정감은 어느덧 현실과 부딪히며,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인정 욕구로 진화했다. 리더십 있는 모습, 사교적인 태도,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유머 감각까지. 나의 모든 행동은 그 욕구의 계단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사랑도, 일도, 사회적 평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갔다. 본래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욕심이 나를 변질시키고 있었다. 긍정적인 변화라 믿었지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몸과 마음은 이내 번아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살지?',

‘이 사람과 있어서 정말 편한가?'

‘나의 가치관을 흔드는 외부의 자극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수많은 질문을 생략한 채,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에만 나를 맞추고 있었다.

 

머리 아픈 고민을 잠시 멈추고 글을 쓴다. 복잡한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 그 중심에는 '나'라는 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너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라는 강한 믿음을 예열한다. 비로소 달궈진 마음으로, 욕구에 충실한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에게 대답해 본다.

 

"난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 가고 싶어.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사랑을 하고 싶어. 지독한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지혜롭게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법을 지금보다 조금 더 배우고 싶어."

 

흔들려도 좋다. 다만, 어떤 궤도를 돌고 있더라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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