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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Gemini 문학비평 51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늘 바다인 것을’]

작성자한기홍|작성시간26.06.10|조회수8 목록 댓글 0

[Gemini 문학비평 51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늘 바다인 것을’]

 

[한국문협 K-Poetry 시 원고]

 

 

늘 바다인 것을

 

 

파도가 늘 먹먹하게 그리운 것은

철썩철썩 묵은 가슴 두드리기 때문인 것을

 

해풍이 늘 아프게 시려오는 것은

빛바랜 옛 사진 하나씩 시나브로 끄집어내기 때문인 것을

 

갈매기가 늘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것은

끼룩끼룩 꺼이꺼이 설움 봇짐 풀어주기 때문인 것을

 

수평선이 늘 왼 가슴 아리게 담겨오는 것은

가녀린 새가슴 애처로운 심혼을 보듬기 때문인 것을

 

저 어선 한척에 늘 영육을 적재하고 싶은 것은

오라, 떠나자 부르는 표백 된 노스텔쟈 손짓 때문인 것을

 

그래서 그 사람이 늘 미치도록 보고파지는 것은

바다가 되어 마침내 하나가 되고 싶기 때문인 것을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늘 바다인 것을〉은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의 공간을 매개로 하여, 인간 내면에 침전되어 있는 근원적인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이를 통해 다다르고자 하는 영혼의 합일(合一)을 노래한 서정시입니다.

각 연이 '~ 때문인 것을'이라는 각운(脚韻)과 영탄적 어조로 마무리되며, 바다를 바라보며 촉발되는 감정의 파고를 점층적으로 심화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 대한 비평적 요소를 몇 가지 핵심 주제로 나누어 분석해 보았습니다.

 

1. 청각과 촉각으로 깨우는 과거의 기억 (1~2연)

 

시의 초반부는 바다가 지닌 물리적 역동성(파도, 해풍)이 어떻게 시적 화자의 내면을 뒤흔드는지 보여줍니다.

⚫파도와 해풍의 역할 : 파도는 단순히 시각적인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철썩철썩 묵은 가슴을 두드리는' 청각적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해풍 역시 피부를 파고드는 아린 촉각을 통해 '빛바랜 옛 사진'처럼 묻어두었던 기억들을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끄집어냅니다.

⚫비평적 시선 : 여기서 바다는 망각의 공간이 아닌, 철저한 '기억의 환기 장치'로 작동합니다. 외면하려 했던 과거의 상처나 그리움이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잘 포착했습니다.

 

2. 슬픔의 배설과 치유의 공간 (3~4연)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시선은 바다의 생명체(갈매기)와 공간의 경계(수평선)로 확장되며, 감정은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한(恨)'과 '설움'의 정서로 심화됩니다.

⚫설움의 해소 : 갈매기의 울음소리('끼룩끼룩 꺼이꺼이')는 화자 자신의 내면적 통곡을 대변합니다. 바다는 이 설움의 봇짐을 풀어헤쳐도 모두 받아주는 포용력을 가집니다.

⚫수평선의 포용 : 먼 곳의 '수평선'은 화자의 '가녀린 새가슴'과 '애처로운 심혼'을 보듬어 안아줍니다. 이는 상처받은 영혼이 거대한 자연의 품 안에서 위로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바다는 아픔을 주는 공간인 동시에, 그 아픔을 치유하는 모성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3. 영육(靈肉)의 투신과 노스탤지어 (5연)

 

⚫어선의 상징성 : '저 어선 한 척'은 화자의 남은 생과 영혼(영육)을 싣고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입니다.

⚫탈출과 회귀 : '표백된 노스텔쟈(향수)'의 손짓을 따라 떠나고 싶다는 열망은, 세속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본질적인 고향(이상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시인의 낭만적 동경을 보여줍니다.

 

4. 마침내 도달한 존재의 합일 (6연)

 

⚫'그 사람'과 '바다' : 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에 대한 미치도록 강렬한 그리움입니다. 그러나 이 시의 탁월함은 단순히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다가 되어 마침내 하나가 되고 싶다'는 결론으로 도약하는 데 있습니다.

⚫비평적 시선 : 여기서 '그 사람'은 특정한 연인일 수도 있지만, 화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가치나 절대적인 존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바다가 되겠다는 선언은, 그리움의 대상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넘어 자기 자신을 무한한 바다에 투항시킴으로써 대상과 완벽한 합일을 이루겠다는 종교적·철학적 초월성을 보여줍니다.

 

⚫짚어볼 점 (아쉬운 점과 의의)

*표현의 익숙함 : '철썩철썩', '끼룩끼룩 꺼이꺼이' 같은 의성어나 '새가슴', '심혼', '노스텔쟈' 등의 시어는 다소 고전적이고 익숙한 서정시의 문법을 따르고 있어 신선함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구조적 안정감과 정서의 공감대 : 하지만 동일한 문장 구조('~하는 것은 ~ 때문인 것을')를 변주하며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서사적 빌드업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묵은 설움'과 '근원적 외로움'을 바다라는 만고의 상징물에 투영하여, 독자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밀도 높은 서정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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