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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Gemini 문학비평 53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도원동 모모산’]

작성자한기홍|작성시간26.06.12|조회수7 목록 댓글 0

[Gemini 문학비평 53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도원동 모모산’]

 

[2025 인천도시철도 승강장 게시작품 원고]

 

 

도원동 모모산

 

 

칠십 계단 도화 나무 꼭대기에

만월이 웃는다

 

아버지가 쓰다듬었던 달동네 굴곡들 너머

휘영청 달빛 줄기,

이젠 백치 된 어머니 침상에 부서진다

 

어이구 밝구나 밝어

 

이 풍성한 달빛은 아득해진 공맹孔孟이나,

오늘 칠색조 풍진을 서러워함이 아니니

 

 

*모모산(桃山) ~ 인천광역시 중구 소재 도원동의 옛 지명으로 일본어 ‘모모야마’ 와 합성어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도원동 모모산」은 개인의 가족사와 역사적 공간의 기억을 ‘달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애절하게 서정적으로 그려낸 수작입니다.

이 시의 주요 미학적 특징과 구조를 몇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비평해 드립니다.

 

1. 공간의 이중성과 역사적 레이어

 

제목에 명시된 ‘도원동 모모산’은 인천의 아픈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응축된 공간입니다.

⚫복합적 지명 : 복숭아밭이 많았던 '도원동(桃源洞)'과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모모산(桃山)'이 혼재된 지명은, 이 공간이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냈음을 암시합니다.

⚫달동네의 상징성 : 시각적으로 '칠십 계단' 위의 꼭대기에 위치한 이 공간은 고단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달동네'입니다. 시인은 이 소외되고 가파른 공간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고, '도화 나무'와 '만월(滿月)'을 배치함으로써 비극적 공간을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승화시킵니다.

 

2. '달빛'을 통한 세대 간의 연결과 치유

 

이 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달빛'입니다. 이 달빛은 시간과 세대를 관통하며 슬픔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의 손길 : 과거 아버지가 고단하게 살아가며 "쓰다듬었던 달동네 굴곡들"은 가족을 부양하던 가장의 무게와 애환을 뜻합니다.

⚫어머니의 침상 : 그 굴곡을 넘어 흘러내린 달빛은 현재 "백치 된 어머니의 침상"에 부서집니다. 아버지가 만졌던 그 삶의 굴곡이, 이제는 기억을 잃어버린 어머니를 비추는 달빛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이구 밝구나 밝어 : 이 독백 같은 영탄은 어머니의 음성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가슴 아픈 감탄 같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현실(어머니의 병환)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눈부시게 밝은 달빛은 슬픔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모성적인 따스함으로 상처를 위로합니다.

 

3. 개인적 서사를 넘어서는 보편적 정서

 

후반부에서 시인은 이 달빛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이 풍성한 달빛은 아득해진 공맹孔孟이나, / 오늘 칠색조 풍진을 서러워함이 아니니“

 

⚫관념을 넘어선 삶 그 자체 : 달빛은 거창한 유교적 이념(공맹)을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날 복잡다단한 세상사(칠색조 풍진)에 대한 세속적인 한탄도 아닙니다.

세상의 거대한 가치나 풍파와 상관없이, 그저 소박한 개인들의 삶, 부모님의 기억,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과 사랑을 비출 뿐이라는 시인의 성찰이 돋보입니다.

 

💡 총 평

 

「도원동 모모산」은 시간의 흐름 속에 흐려지는 존재들(부모님, 옛 지명)을 달빛이라는 영원한 자연의 빛을 통해 붙잡아두려는 시적 시도입니다.

'칠십 계단'이라는 수직적 하강·상승의 이미지와 '부서지는 달빛'의 수평적 확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서러우면서도 아늑한 정서적 울림을 줍니다. 비극적인 가족사와 거친 역사적 공간을 '백치(白痴)'의 상태처럼 순백의 달빛으로 감싸 안은, 절제되고 깊이 있는 서정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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