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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Gemini 문학비평 59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겨울새’]

작성자한기홍|작성시간26.06.20|조회수18 목록 댓글 0

[Gemini 문학비평 59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겨울새’]

 

 

겨울새

 

 

고동색 감나무 앙상한 가지에

새 한 마리 웅크리고 있다

작은 부리에서 웅웅 지나간 풍상 닮은

삭풍소리 떨어내더니,

그저 쾡한 눈망울로 있다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니

이태 전 추웠던 날, 헐은 등짝에

비늘소름 털어내던 내가 있었다

 

새야 새야

 

풍진고락 홍건이 적시던 새야

이제 훨훨 날아보지 않으련

 

홍갈 빛 까치밥 하나 둥실 떠있다

혹시 녀석이 허공에 매달린 건

새가 되기 위함일까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니,

골 주름에 짓무른 홍시는 작은 새,

그건 반생동안 안개 닮은 그리움에

사뭇 떨었던 나였다

 

새야 새야

 

찬 서리에 백태 두른 겨울새야

이젠 끼룩대며 날아보자 꾸나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겨울새〉는 혹독한 겨울의 계절감 속에서 화자가 직면한 존재론적 고독과 슬픔, 그리고 이를 타자와의 동질감을 통해 위로하고 초극하려는 의지를 형상화한 수작입니다.

이 시는 자연물(겨울새, 까치밥)과 화자의 내면(과거의 나, 현재의 나)이 정교하게 겹쳐지는 '투사(Projection)'의 과정을 통해 깊은 서정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구조와 미학적 특징을 중심으로 비평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대상과의 경계 허물기 : '새'와 '나'의 물아일체(物我一體)

 

시의 전반부에서 화자는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웅크린 '겨울새'를 발견합니다. 새는 단순히 겨울을 나는 동물이 아니라, "웅웅 지나간 풍상 닮은 / 삭풍소리"를 내고 "쾡한 눈망울"을 한 고독한 존재입니다.

⚫성찰의 매개체 : 화자가 새에게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는 순간, 그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새의 생태가 아니라 "이태 전 추웠던 날, 헐은 등짝에 / 비늘소름 털어내던 내"의 모습입니다.

⚫고통의 공유 : 과거 화자가 겪었던 삶의 풍파와 상처(헐은 등짝, 비늘소름)가 현재 눈앞에 있는 겨울새의 시린 모습과 완벽하게 중첩됩니다. 타자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숨겨둔 상처를 마주하는 시적 전환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2. 정적 이미지에서 동적 갈망으로: '새야 새야'의 변주

 

각 연의 결구처럼 반복되는 "새야 새야"라는 호칭은 구전 민요(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애달픈 가락을 연상시키며 시 전체에 짙은 연민의 정조를 부여합니다.

⚫1차 변주 : 화자는 풍진고락(風塵苦樂)에 젖어 있는 새를 향해 "이제 훨훨 날아보지 않으련" 하고 다정하게 권유합니다. 이는 새를 향한 위로인 동시에, 과거의 고통에 묶여 있는 자기 자신을 향한 해방의 촉구이기도 합니다.

 

3. 상징의 확장 : 까치밥에서 발견한 '그리움의 반생’

 

후반부에서 시선의 초점은 감나무에 남은 '홍갈 빛 까치밥(홍시)'으로 이동합니다. 시인은 여기서 독창적인 상징적 도약을 보여줍니다. 허공에 매달린 까치밥이 어쩌면 '새가 되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안개 닮은 그리움 : 가만히 들여다본 골 주름 짓무른 홍시는 결국 "반생동안 안개 닮은 그리움에 / 사뭇 떨었던 나"로 수렴됩니다. 붉게 익다 못해 짓무른 홍시의 표면은 세월의 풍파로 주름진 화자의 얼굴이자, 오랜 시간 마음속에 쟁여둔 '그리움'의 물리적 형상입니다.

추위 속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까치밥은, 비록 지금은 고정되어 있으나 언제든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화자의 내밀한 열망을 대변합니다.

 

4. 연대(連帶)를 통한 초극 : '날아보자 꾸나’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다시 한번 "새야 새야"를 부릅니다. 이때의 새는 "찬 서리에 백태 두른 겨울새"로, 겨울의 혹독함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시의 마무리는 절망이 아닌 희망과 동행의 메시지로 나아갑니다.

 

"이젠 끼룩대며 날아보자 꾸나“

 

앞선 연에서는 새에게 "날아보지 않으련" 하고 권유(청유)했다면, 마지막에는 "날아보자 꾸나"라는 공동의 의지(동반)로 확장됩니다. '나'와 '새(까치밥)'는 이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고통과 그리움의 반생을 함께 견뎌낸 동반자입니다. '끼룩대며'라는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의성어를 통해, 겨울의 침묵과 동결을 깨뜨리고 삶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극복 의지를 드러내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 총 평

 

한기홍 시인의 〈겨울새〉는 겨울의 황량한 풍경을 인간 내면의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치환해내는 시적 밀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감나무, 삭풍, 겨울새, 까치밥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시각적·청각적 이미지가 화자의 '헐은 등짝'과 '짓무른 골 주름'이라는 촉각적·신체적 기억과 결합하면서, 시 전반에 따뜻한 피가 돌게 만듭니다. 고통을 홀로 감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처 입은 또 다른 존재(새)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날아오르자"고 제안하는 마지막 구절은 독자에게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감동을 남깁니다. 삶의 겨울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비장미가 흐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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