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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울새 - 양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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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학습 ▣ |
◉ 가로 세로 일 미터쯤의 유리 상자들이 벽을 따라 즐비하게 세워진 그곳은 들어서자마자 썩 좋지 않은 냄새를 풍겨주었다. 새들의 오물이나 잠겨 있는 실내 공기 탓이겠지만 냄새만으로도 이쪽 세상과 저쪽의 바깥세상을 확연히 구분짓게 한다.
◉ 악취가 풍겨오는 한은 어쩔 수 없노라고 그가 말하였다. 썩고 있는 쓰레기를, 막혀 있는 시궁창을 치우지 않고 는 그는 견딜 수 없어했다.
◉ 그녀는 이제 조류원 안에서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한다.
◉ 죽은 나뭇가지 위에 동그마니 얹혀져서 참새, 콩새, 종달새 들이 유리벽 바깥의 인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깃줄에서, 때로는 미풍의 보리밭 이랑에서 정답게 울어주던 바깥세상의 새들과는 전혀 닮지 않은 것처럼 보 임은 무거운 침묵 때문인가.
◉ 부리나 깃털의 색깔로 방울새를 알아낸 것은 물론 아니었다.
◉ 노래, 아마도 노래가 사라진 탓이었다. 방울 같은 목소리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만 그것은 방울새로 불리워진다.
◉ 두터운 유리벽 안에 갇혀서, 푸른 하늘 대신에 시멘트 천장을 이고 죽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한은 방 울을 따올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 한때는 함께 살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없는 아빠가 아아, 여기 동굴 속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아이가 소리친 줄로만 알았다.
◉ [이제 아이는 방울새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저 먼 곳에 살고 있는 방울새를 생각할 것이다. 방울새 대신 노래를 불러주면서, 방울새의 닫혀진 입을 대신해 주면서 아이는 방울새를 떠올리겠지.]
◉ [그 경쾌하고 단순한 노랫가락이 끌고 가는 무거운 발걸음. 쪼로롱 방울새야. 쪼로롱을 부를 때의 아이 입은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고 그들의 걸음은 잠깐 허둥거린다. 쪼로롱 방울새야. 발길을 가다듬으며 그녀는 눈꺼풀의 떨림이 시작할 조짐을 느꼈다. 파드득 떨리는 눈꺼풀. 쪼로롱 방울새야. 미끄러질 듯한 걸음. 보이는 모든 것이 파들파들 몸을 떨고 아이는 나풀거리며 달려간다.]
◉ 이번에야말로 헛손질과 얼룩진 벽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 한 번만 입을 열어 모음과 자음을 발음한다면, 한 번만 부리를 벌려 방울 소리를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히 견디어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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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정리 ♣ |
▣ 양귀자
▣ 주제 : 진정한 존재 의의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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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의 길잡이 ☺ |
'방울새'는 작가의 두 번째 연작소설집인 "원미동 사람들" 속에 실려 있는 열한 편의 연작 단편 중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80년대 초반,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위성 도시인 부천의 원미동을 전체적인 공간 배경으로 하는 "원미동 사람들"은, 주변부로 밀려난 도시 서민(소시민)들의 삶의 애환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낸 작가의 대표적인 창작집이다.
'방울새'는, 사회 운동을 하다 잡혀가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남편을 둔 '그녀'와 그녀의 조숙한 딸 '경주',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식당 주인 '윤희'와 '윤희'의 아들 '성구'가 과천의 동물원에 갔다가 하루를 보내고 오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이야기 내용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여러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거나 인물들 간의 갈등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다. 시간 흐름과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해 봐야 일행이 동물원 안의 수많은 인파에 밀려 이런저런 동물들을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구경하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후반부에서 조류원의 새들을 구경하고 돌아온다는 것이 고작이다. 서술된 내용의 대부분은 서술자의 초점 대상인 '그녀'의 시선과 그 시선에 잡히는 대상들에 관한 짤막한 소묘, 그리고 그러한 대상들로부터 받은 인상과 내면의 상념, 사색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제목에도 등장하는 '방울새'는 그 상징성에 주목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놀이공원, 동물원, 조류원, 유리 상자 등 삼중, 사중의 담과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아가는 '방울새'는 표면적으로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남편'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억압, 격리되어 있으며 폐쇄된 공간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이미지에 주목해서 보면, 자신들의 진정한 존재 의의를 상실한 채 꿈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내면의 불안함마저 일상의 한 자락이 돼버린 현대인의 부유하는 삶은 작품 최후 몇 문장, "그녀는 손을 쳐들어 눈두덩을 짓누른다. 아직 눈꺼풀의 경련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그녀는 연신 눈두덩을 짓누르고 있다. 그러다가 그것이 자신의 손버릇임을 깨닫고 이내 그녀는 손을 늘어뜨린다"에서 암시된다.
▣ 참고 자료
양귀자의《원미동 사람들》은 11편의 연작 소설 형태로 되어 있다.
1. 멀고 아름다운 동네
2. 불씨
3. 마지막 땅
4. 원미동 시인
5. 한 마리의 나그네 쥐
6.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7. 방울새
8. 찻집 여자
9. 일용할 양식
10. 지하 생활자
11.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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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충 학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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