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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아래서 함박꽃 피우기/원무현

작성자안은주|작성시간08.06.24|조회수27 목록 댓글 0

푸조나무 아래서 함박꽃 피우기

 

                                       원무현

 

세파에 시달리다 속에 불이 날 땐

푸조나무 아래로 가지

가서 나무가 꺼내놓은 그늘을 걸치지

걸치고 있노라면 열이 숭숭 빠져나가는 옷 한 벌

그때  내가 옷값으로 지불하는 것은

그저 노거수를 안아 주는 것

껴안으면 지난 겨울 삭풍에 살이 에이고

북풍에 가지가 찢겼던 몸이 귀를 당기지

그 몸에 귀를 맡기면 들리는 나무의 말

끓는 속 타는 몸 식혀주는 이 그늘

무엇으로 씨줄 날줄을 삼아서 짠 것인지

오백년 세월이 면면한 직조 비법이 귓속에 고이지

폭포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하는

나무의 비법은 주저 없이 불난 속으로 쏟아지지

쏟아져 오장육부 구석구석 흘러 들지

마침내는 서늘해진 몸에서 함박함박

웃음꽃 피어나지

 

     [2008년 시선 봄호 좋은시로 선정]

 

오백년 노거수가 드리운 그늘을 시인은 노고수를 한번 안아주고 얻어 걸친 옷 한

벌에 비유하고 있다. 그 그늘은 한여름 땡볕으로 퍼붓는 세상의 오욕을 가려주기도

하고, 왕방울로 흘러내리는 노동의 땀방울을 식혀주기도 하고, 피곤한 영혼을 어루

만지는 새소리로 다가오기하한다. 그 모든 푸조나무의 평화는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 한 자락에 깃들어 있다  (최영철시인의 해설평 중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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