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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김수영

작성자꽃편지*韓英淑|작성시간09.05.23|조회수942 목록 댓글 2


                                                                              -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상징적, 주지적, 의지적, 참여적, 역동적

표현 : '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라는 네 개의 동사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

              동일한1 통사구조의 반복

              대립적 심상의 반복

              반복을 통한 시의 역동감과 리듬감을 획득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풀 →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

                권력자에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불의에 저항해온 민중(민초)들.

    * 눕는다 → 풀의 여리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

    * 동풍(바람) → 반민중 세력, 억압, 독재 권력, 가혹한 현실,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힘(정치 경제적 권력)

                           풀과 대립적인 심상

    * -보다 → 풀과 바람의 대립적 국면을 좀더 확실하게 하는 기능을 함.

    * 울었다 → 무력한 굴복. 짓밟힘을 당함.

    * 날이 흐려서 → 억압하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겁을 먹고 미리 굴복함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민중의 각성.  억압을 뚫고 저항하는 행위

            나약한 존재의 의미를 지닌 풀이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전환되는 계기가 표현됨.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부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풀의 넉넉함과 너그러움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현재의 상황을 표현한 구절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인식

    * 풀뿌리 → 민중을 억누르는 더욱 가혹한 억압과 그 억압을 뚫고 일어서는 더욱 거센 저항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표현임.

주제 : 민중의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풀의 수동성(나약함)

◆ 2연 : 풀의 능동성(강인함)

◆ 3연 : 풀의 강인한 생명력(의지력)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풀>은 김수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때문에 그의 시세계가 이 시에 축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려는, 그럼으로써 '풀/바람'의 암호를 풀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힘에 의해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김수영의 시세계 전체를 볼 때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바람이 불고, 풀은 그에 따라 흔들리기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풀/바람이라는 대립구도로 짜여진 이 시에서, 모든 서술어(눕는다, 울었다, 누웠다, 일어난다, 웃는다 )의 주체가 풀이라는 데서부터 잘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시인이 보기에, 풀은 자신의 삶과 생명력을, 주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좁은 땅에 뿌리박고 지루한 삶을 견디며 자유로운 바람에 희롱당하는 것 같지만, 기실 풀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강인하다. 그것은 자기 삶을 훌륭하게 견뎌낸다. 때로 그것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나는 예언자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쓰러졌을 때 먼저 일어나고 울 때 먼저 웃는 인고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시는 김수영의 참여시인으로서의 면목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시인이 참여시의 옹호자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단순하게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그 사회의 모순 구조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화되어 있다. 시인은 통제된 질서보다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의 혼돈이 시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시라는 형식을 통해 더 많은 자유의 획득을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38선을 뚫는 힘이 되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이런 시의 축적을 통해 진정한 민족의 역사적 기점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는 이 점에서 참여시의 효용성을 신용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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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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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꽃내음/최남선 | 작성시간 09.05.25 ㅎ~공부 잘 하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시길!~~^^*
  • 작성자百空 정광일 | 작성시간 09.05.31 하이고 기죽어 어째 요러큼 잘 파헤쳐 놨당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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