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 작가 100인 총서는 참신하고 유망한 작가의 주옥 같은 창작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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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시선------------20
제 목 : 어머니 용서하세요
저 자 : 정영란
발 행 일 : 2009년11월20일
면 수 : 145
가격 : 10,000
책을 펴내면서
어머님 닫아도 닫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어머니께 불효를 범합니다. 자식 평범한 삶 살라고 원하는 그 삶 그런대로 살았습니다. 어머니 덕택이지요. 지금 제 나이 회갑을 지나고도 몇 개는 더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제 가슴 구석진 곳에는 간난아기 옹알이처럼 옹알대는 문을 열지 않으려고 닫고 닫아도 어머님 말씀처럼 지독한 병인지 이렇게 발병해 어머니께 용서를 빕니다.
저는 이글들이 제 손에서 표ㅕ지는 날 눈물을 참지 못할 것입니다. 센 팔자 살지 말라고 어머님 말씀 거역한 적이 없는 딸이기에 센 팔자 살지말라는 저의 인생 이제 끝을 바라보아야 함에 터져버린 홍수와 같은 눈물을 이 한 권의 책이 다 젖도록 울어 버릴 것입니다.
어머님 지금도 글을 쓴다고 야단치시겠지요. 평범하고 편안한 삶으로 일생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시던 그 마음 알기에 말없이 살아온 저입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세상을 다 끌어안은 마음 어머님 이제는 기쁨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어머님 곁으로 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제 나이 그때까지 바라 봐 주시기를
정영란 시인의 시에 나타난 어머니 이미지와 서정의 흐름
김원중(시인·한국문인협회 고문·포스텍 명예교수)
Ⅰ
정영란 시인의 처녀시집 <어머니 용서하세요>의 받아 읽고 나는 한동안 감동에 젖어 있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문단에 데뷔(한비문학)하였고, 100편에 가까운 시를 묶어 시집을 내겠다는데 감동하였다.
또 시집보다 수필집에 어울리는 주제를 구태여 시라는 어려운 장르를 택해서 열정을 다 하여 썼다는데 감동하였다. 무엇보다 시집의 큰 주제가 어머니라는데 더욱 감동하였다. 어머니와 딸의 개인사(효심)가 아름다운 문학 장르인 시로 엮어서 사회를 밝게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기대하고 싶어졌다. 한 편의 시 “사랑 세레나데”부터 읽어보자.
겨울날 하얀 눈처럼
가슴 열리는 날에는
입술이 연분홍으로 익어간다
혼자가 아니기에
시야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이 기에
훗날 아주 먼
훗날에도 머물고 싶은
서로의 태양을 향해
하트 같은 미소 쌓으면
익혀 져 가는
무언의 세레나데
<사랑의 세레나데>전문
우리나라 현대시의 결점은 시를 너무 어렵게 쓴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전봉건 시인 같은 분은 ‘쉬운 시’ 쓰기 운동까지 펼쳤을까, 내가 어떤 난해시를 쓴 시인에게 자신의 작품(시)에 대해서 해명해 줄 것을 요구했더니 자신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자기가 쓴 시를 자기 자신도 모르겠다니 참으로 황당하였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난해시에 대한 거부감이 젊은 시절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영란 시인 같은 분이 계속 나와서 우리 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바람직한 문학세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영란 시인의 <어머니 용서하세요>가 우리 문단에 큰 반응을 얻을 것이다. “어머니”를 감상해 보자.
당신은 냉정하면서도
차가웠습니다
마음은 따뜻하면서
뜨거웠습니다
당신은 인정도
사정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뒤돌아서서
눈물을 지어시고
가슴이 아파
여위신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당신의 자식이 남에게
떳떳하게 보이라고
욕먹지 말라고
애써 마음 졸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빌고 또 빌고
그 나이 되어보니 그 응어리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 옛날 당신의 모습으로
Ⅱ
정영란 시인의 <어머니 용서하세요>는 총 97편의 시를 4부로 나눠서 수록하고 있다. 제1부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것을”에는 배, 사안, 세레나데, 그리움 등 22편을 제2부 “희망을 젖게 하는 따스한 계절에”는 산새, 목련, 꽃망울 등 15편을 수록했다. 제3부“산다는 것은 희망을 가지는 것이기에 뿌리를 깊게 하고서 가지를 밀어가며”에서는 생의 답안지, 소박한 끔을, 우선 멈춤 등 35편의 시를 수록했다. 또 제4부“세월이 지남에 짙은 자국 다시 돌아보며”에서는 우정, 만날 고개, 절제 등 25편을 수록하여 총 97편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외형적으로나 내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집이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시로 써야할 것은 시로 쓰고 산문(수필)으로 써야할 것은 산문으로 써도 바람직하다. 문학 작품을 꼭 시로만 써야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연을 수필로 써서 엮으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다.
저자의 60여 평생 생애를 뒤돌아보면 얼마나 하고 싶은 소재(내용)가 많이 있겠는가 저자의 넘치는 에너지로 시도 쓰고 수필도 쓰는 문학가가 되기를 바란다.
열지 않아도
굳이 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닫아 두었다가
열고 싶을 때에
열어 보여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굳게 다문 입술은
잇몸도 다물어 있을 것을
알고 있기에
안으로 안으로만
더는 닫지만 않는다면
일 년 삼백육십 오일을
닫아두어도
열어 달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
열고 싶을 때에 열어
굳게 닫혀있는
하이얀 잇몸 드러내어
속살도 살그머니
그때그때 보여도
아무도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기다리는
그 모습 그대로를
기다리이다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웃는 모습 보조개 이는
얼굴을 알고 있기에
찬바람이 몰아쳐도
따스한 손과 손이 마주하는 출입문을
<닫혀 있는 문>이란 시의 전문이다. 정영란 시인은 참으로 호흡이 긴 시인이다. 누가 말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넘치는 시적 에너지와 긴 호흡을 잘 활성화 시키면 훌륭한 시인으로 문단에서 빛날 것이다. 나이를 초월해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문학으로 보여 준 정영란 시인의 건필과 행운을 기원하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