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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건곤독보(乾坤獨步)

작성자호건|작성시간26.06.14|조회수1 목록 댓글 0

건곤독보(乾坤獨步)

 

건곤독보(乾坤獨步)


이 말은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라는 말로 남송 무문혜개(無門慧開)가 선종의 옛스님들의 화두 총 48개를 모아 엮은 책인  무문관(無門關)의 첫 문장의 (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어서
천차유로(千差有路): 천 개의 다른 길이 있으니,
투득차관(透得此關): 이 관문을 꿰뚫을 수 있다면
건곤독보(乾坤獨步):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 끝 구절이다. 없는 문을 찾아 뚫으면 능히 홀로 하늘과 땅을 걷게 된다는 말이다. 이 무문관의 3칙에 구지수지(俱胝竪指)라는 구지화상의 이야기가 나온다. '구지(俱胝) 화상은 무엇인가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단지 손가락 하나를 세울 뿐이었다. 뒤에 동자 한 명이 절에 남아 있게 되었다. 외부 손님이 “화상께서는 어떤 불법을 이야기하고 계시나요?”라고 묻자, 동자도 구지 화상을 본따서 손가락을 세웠다. 구지 화상이 이런 사실을 듣고, 동자를 불러 칼로 그의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는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방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구지 화상은 동자를 다시 불렀다. 동자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 순간 구지 화상은 손가락을 세웠다. 동자는 갑자기 깨달았다.' 구지화상은 잘라진 손가락을 붙들고 울며 달아나는 동자에게 왜 손가락을 들어 보였고 동자는 그 손가락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어제는 목사님 부부와 함께 부안 상서에 있는 
개암사(開巖寺)에 다녀왔다. 능가산 바위를 열어 한뼘 땅위에 천년고찰이 고즈넉히 앉아 있었다. 도량을 한 바퀴 돌아 보고 절 뒷편에 있는 우금암(禹金巖)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원효와 의상이 우금암(禹金巖) 밑의 굴속에 머물었다 해서 그 굴 속에 한번 앉아 볼 요량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두번째 쉬며 보는 우거진 숲, 나무들 하나 같이 하늘을 향해 뻗는다 그런데 모두 각양각색으로 하늘 길을 열어 간다. 나도 한 걸음씩 오른다. 뭐할라고 다시 내려올 길을 기를쓰고 오르는가? 경사가 가파라지며 한걸음 한 걸음이 힘들다. 한 평생 나를 지배하는 이 땅의 보편질서인 중력을 이기고 오른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끌어 당기는 권력인 구심력을 이기고 밖으로 뛰쳐 나가려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오르다 병통이 났다. 세번째 쉬려고 앉았다 일어 나는데 핑 돈다. 진땀이 나고 양 어께가 천근 보다 무겁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칠순이 무색하게 열아홉의 씩씩함으로 오르다 뒤처진 나를 보고 도로 내려 왔다. 헛구역질이 나며 아득해진다. 신발을 벗고 접지를 해본다. 아무래도 혈압이 떨어진 것 같다. 산을 오르며 생각이 많으면 안된다. 결국 옷을 깔고 누워 눈을 붙였다. 목사님 혼자 바위까지 올라가고 사모님은 응급환자 옆에서 모자로 부채질하며 달려드는 모기도 쫒고 내 땀을 식힌다. 능가산을 베고 누워 천사의 부채 바람이라니 이런 호강이 없다. 한참 지나 목사님이 다시 내려오고 일어나 않아보니 우선해서 천천히 내려 가는데 목사님이 달려 내려가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마시고 세수하니 한결 낫다. 원효굴에 앉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채로 하산하였다. 헤어지면서 목사님이 '좀 어쪄? 오늘 고생만 헌거 같여...'즉답이 '천국을 다녀왔습니다.'  산을 오르는 발걸음도 생각도 모든 경험이 제각각 인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상에 오르면 머물지 못하고 반드시 내려 온다는것. 원효가 그의 『涅槃經宗要』에서 말한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이다.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적정(寂靜)하니 고요한 물에 삼라만상이 비치듯 세상의 중생들이 겪는 고통 슬픔과 아픔이 그 마음에 비치니 어찌 홀로 열반에 머물 수가 있겠는가. 열반에 든 자는 반드시 저자거리로 자비의 발걸음을 한다. 원효가 그랬다. 생멸과 진여 두 문으로 보이지만 결국 진속불이(眞俗不二)의 일심(一心)이 그를 저자거리로 내 몰았다. 원효의 일심화쟁사상을 우리나라 보다 일본 불자들이 더 추종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효는 모두가 남의 손가락을 자기 손가락 이라고 착각할 때 그렇게 자기 손가락을 든 고승이다. 경율론을 달달 외워 따라 산 것이 아니고 구도의 길에서 없는 문을 찾아 자신의 하늘과 땅을 일심으로 건너간 고승이다. 구지화상이 자른 동자의 손가락은 자신의 손가락이었다. 울며 달아나는 동자에게 들어 보인 손가락 '네 손가락 여기 있다' ' 아하! 잘라진 손가락이 내 손가락이 아니라 스승님 손가락이었네!' 동자는 흉내 내던 손가락이 아니라 자신의 손가락을 본 것이다. 동자는 손가락이 잘려진 자리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든 것이다. 그 동자는 이제 홀로 자신의 땅과 하늘을 건너간 것이다. 중력을 극복하고 산을 오르 듯 힘들어도 내 뇌속을 잠식해 기생하며 나를 조종해 왔던 종교적 밈, 모든 보편적 질서의 밈, 동일성의 밈들의 숙주를 벗고 동자의 잘린 손가락 위에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보이듯 내 손가락을 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처음 그 산을 오른 사람은 자신이 길을 내며 올랐기에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건곤독보(乾坤獨步),  비록 그 길이 힘들어도 기어이 문 없는 문을 찾아 뚫고 나의 하늘과 땅을 건너리라..개암사가 자리한 능가산 산길을 오르내리며 한 다짐이다. 
2021. 6. 16. 평화 호건🙏

 

댓글2추천해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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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ullim

    21.06.18 06:25

    첫댓글 개암사 용마루 위에 울금바위 얹혀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 사이에 떠있는
    저 바위의 문을 열어야 한다
    세상의 길은 길은 천 갈래
    나의 길은 하나

    답글

     

     씨알

    21.06.19 09:50

    "그 길이 힘들어도 기어이 문 없는 문을 찾아 뚫고 나의 하늘과 땅을 건너리라."
    장로님의 말씀이 독좌대웅붕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스님이 대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奇特大事)입니까?”
    회해가 대답했다.
    “홀로 대웅봉에 앉았노라(獨坐大雄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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