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서울 대교구 주보

제2618호 2026년 6월 21일(가해)ㅣ특별면

작성자어리니|작성시간26.06.22|조회수21 목록 댓글 0

 

< 똑똑똑, 주님 남북의 문을 열어 주소서 >

 

 

저희 공동체는 서울에서 북향민 청소년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립하였고, 우리는 여러 식별 과정을 거쳐

임진강이 흐르고 눈만 뜨면 북한이 보이는 임진각 가까이,

파주시 문산읍으로 이사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군부대가 있어 군인 아저씨들이 지역 주민으로 함께 생활합니다.

훈련 기간에는 총소리가 들리고, 탱크가 사열하며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접경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북향민들의 ‘친정집’을 운영하며 매일 ‘달팽이 평화 순례 기도’를 바칩니다.

북향민 여성들은 고향이 그립고 쉬고 싶을 때 친정집을 찾아옵니다.

우리는 정성껏 요리해 함께 밥을 먹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습니다.

 

그분들은 친정집이 생겨 명절이나 휴가 때 갈 곳이 있어 든든하고 힘이 된다고 좋아합니다.

때로는 북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때는 수녀님들이 여분의 음식과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챙겨 드리기도 합니다.

     

저는 이분들이 탈북 과정에서, 그리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중국에 남겨둔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깊이 느낍니다.

 

북한에도, 중국에도, 남한에도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어 무거울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들을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연민이 느껴지며,

더욱 정성껏 모시라는 부탁을 받는 듯하여 오늘도 부지런히 진심을 다해 움직입니다.

     

저희 공동체는 접경 지역을 선택하여 매일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파티마 평화성당에서 임진각까지 달팽이 평화 순례 기도를 바칩니다.

이 순례 기도는 의정부교구 이성만 신부님이 시작하셨는데,

남북 분단 이전 북한 지역에 있던 성당들과 그곳의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고,

오늘을 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으로 걸으며 바치는 묵주기도입니다.

 

우리는 분단 이전 이북에 있었던 성당들을 순례하며 기도로 성당을 짓습니다.

묵주기도 1단은 벽돌 한 장, 벽돌 20만 장은 본당 하나의 건축 재료가 되어

순례 기도로 벽돌을 쌓아 갑니다.

지금은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 부근에 있었던 ‘계림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임진각 전망대에 올라 북한 산자락을 바라보며

간절한 기도 퍼포먼스를 합니다.

임진각 너머 임진강이 흐르고, 그 위로 경의선 철로가 북으로 향해

도라산역, 개성역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곳을 북으로 가는 문으로 여겨

‘똑똑똑, 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하고 두드립니다.

남북 교류가 시작되어 북향민들도 북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택배를 보내며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자비의 주님, 평화를 주소서, 서로의 문을 열게 하소서!

 

고명자 카타리나 수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