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이제까지 말한 것에서 우리가 잘못했을 때 가져야 할 중요한 행동 규칙이 나온다.
물론 죄를 지은 데 대해 마음 아파하며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다시는 하느님을 거스르지 않을 은총을 겸손하게 간청하며
적당한 때에 고해성사할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고찰한 대로 슬퍼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평화를 되찾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영성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빨리 평화로워질수록 좋다!
스스로에게 성을 내기보다 평온해짐으로써 훨씬 빨리 진보할 것이다!
중요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를 사로잡은 마음의 동요로 어떤 잘못을 범할 때
우리는 흔히 기도생활에도 냉담해져 늘 해오던 기도를 그만두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좋은 구실을 댄다.
'죄를 지은 내가, 하느님을 거스른 내가 어떻게 이런 상태로 그분 앞에 선다는 말인가!'
어떤 때는 기도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이는 중대한 잘못이며 악마가 불어넣는 거짓 겸손이다.
우리의 기도 습관 중 아무것도 바꾸어선 안 되며 오히려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이 아니면 어디서 잘못을 치유받겠는가?
우리 죄는 예수님한테서 멀어지게 하는 어떠한 구실도 될 수 없다.
우리가 죄인일수록 그분께 더 가까이 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분은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성한 사람이 아니라 환자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 9,12-13)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규칙적 기도생활을 하기 위해 먼저 의인이 되기를 기다린다면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죄스런 상태 그대로 주님 앞에 나서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를 받고 차츰 성인이 될 것이다.
우리가 깨트려야 할 큰 착각이 있다.
우리는 깨끗하게 잘 단장된 자신에 만족할 때 비로소 주님 앞에 나서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는 자만심이 많이 깃들어 있다!
결국 우리는 자비를 구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대때로 무의식중에 바라는 가짜 성덕,
우리에게 하느님이 필요 없게 만드는 이 성덕의 본질은 무엇일까?
참된 성덕은 이와 달리 우리가 얼마나 절대적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의존해야 하는지를 더욱 깊이 인정하는 데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말한 모든 것을 요약하는 "영적 투쟁"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잘못에 떨어졌을 때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주기에 이 글의 결론 삼아 인용하고자 한다.
그 문장에는 '영적 투쟁 중 상처를 입었을 때 가져야 할 태도!'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우리가 상처 입었음을 느낄 때, 다시 말해 순전히 나약함 때문이든 악의를 품고 한 것이든
무슨 잘못을 범했음을 깨달을때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슬픔과 불안에 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곧바로 하느님께 나아가 겸손한 신뢰로 이렇게 말씀드리라.
"오, 하느님, 이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립니다.
저같이 약하고 눈먼 피조물한테서 길 잃음과 추락 외에 무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씀드리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며
잘못에 대해 깊은 아픔을 느끼기 위해 잠시 멈추라.
그 후 마음을 동요시키지 말고 모든 분노를
자신을 지배한 열정에, 죄의 원인이 된 열정에 돌려라.
그러고는 "주님, 만일 당신의 무한한 선으로 저를 구하시지 않았다면
저는 더 큰 죄를 범했을 것 입니다."라고 말하라.
그다음 자비로우신 아버지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네가 저지른 모욕을 꾸짖기보다
또다시 그런 무질서에 떨어질까 염려하며 여전히 손을 내미시는 하느님을 보면서
어느 때보다 더 사랑하라.
신뢰에 가득 찬 마음으로 말씀드리라.
"오, 하느님 당신을 보여주십시오.
뉘우침으로 겸손해진 죄인에게 당신의 신적 자비를 느끼게 해주십시오.
저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당신을 떠나거나 멀어지지 말게 해주십시오.
당신 은총으로 저를 굳건하게 하시어 다시는 당신을 거스르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하느님이 너를 용서하셨는지 아니지 알려고 들지 말라.
그렇게 하는 것은 쓸데없는 불안만 일으켜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거기엔 교만과 악마의 망상이 자리 잡고 있다.
악마는 정신을 불안하게 함으로서 너를 해치고 괴롭히려 든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맡기고
네가 아무 잘못도 범하지 않았을 때와 똑같이 차분하게 너의 수행을 계속하라.
네가 하루에 여러 차례 하느님을 거슬렀다 해도 그분께 대한 신뢰를 잃지 말라.
내가 앞에서 말한 것을 두 번, 세 번, 마지막까지 실천하라.
악마를 이런 방법으로 대항하는 것이야말로 악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악마는 너의 이런 방법이 하느님을 매우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며,
다른 때에는 쉽사리 이길 수 있었던 사람에게 진 것에 대해 큰 창피를 느낄 것이다.
잠깐 실수로 범하게 된 잘못으로 마음이 동요하고 낙담하게 될 때 첫 번째로 할 일은
영혼의 평화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결론을 짓기 위해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고자 한다.
악을 저지르는 것이 위험하며 악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사실이지만
나약한 우리로서는 선만을 행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자!
사실 원죄로 물든 우리 안에는 오만이 깊이 뿌리 내리고 있어
어떤 선을 행하든 그 선을 우리것으로 가로채거나 적어도 일부라도
우리의 능력과 덕에 돌리려는 욕심을 벗어나기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주님이 이따금 우리가 악을 저지르거나 불완전에 떨어지도록 허락하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쉽게 거만해지고 이웃을 경멸하며,
모든 것은 하느님한테서 거저 받은 것임을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교만보다 더 참된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이 커다란 악에서 보호하시려고 주님은 때때로 우리가 어떤 결점에 빠지는 작은 악을
허락하시는데, 우리는 이에 감사해야 한다.
이런 보호장치가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멸망시킬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