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 고슴도치>(오쿠다 히데오)
다이제스트: 이사라
샹들리에에 처음 보는 스위치용 체인이 매달려 있다. 체인 끝에는 원추형 손잡이가 달려있다. 그것도 뾰족한 끝 부분이 아래로 향한 채.서서히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호흡이 가빠져, 세이지는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비틀 거실로 나갔다.베란다 창문을 열고, 심야의 냉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기도가 좁아지기라도 한 것인지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빨대로 숨을 쉬는 느낌이다.한참 후에야 요란하게 트림이 나오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서른 두 살인 세이지는 시부야 일대를 세력권으로 하는 기오이 파 중간보스다. 마흔까지 자기 일파를 만드는 게 세이지의 현대 목표다.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있었다. 구치소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들어와요~”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괴상한 목소리가 대답했다.“으흠~, 세이지라고 합니다.” 세이지는 가슴을 뒤로 젖히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만나는 상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런 식으로 굴게 된다.“어~이, 아유미짱.”이윽고 안쪽 커튼이 열리면서 흰색 미니스커트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나타났다.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젓가락보다, 식칼보다 훨씬 무서운 게 주사기다.“서, 선생님. 난, 실은 선단 공포증이라구요,”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아,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찬스잖아,”믿을 수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야쿠자가 되고 처음 겪는 일이다. 일반인에게 농락을 당하다니.“당신 말이야~. 환자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순순히 넘어갈 거 같아. 엉?”“치료인 걸 어쩌나. 고름은 째서 짜버려야 빨리 낫는 법이야. 피도 조금 같이 나오긴 하지만.”“강박신경증의 경우, 돌발적인 행동에는 일단 어떤 계기가 있게 마련인데. 뭐 짚이는 거라도 있나? 예전에 칼에 찔린 적이 있다거나, 입에 총구가 박힌 적이 있다거나. 맨주먹으로 싸우다가 모래가 뿌려져 앞을 못 본 적이 있다거나.”순간 불쾌해졌다. “이것 보세요, 영화랑은 다릅니다. 그리고 요즘 야쿠자들은 싸울 여유가 있으면 돈 모으는 데 신경을 더 쓴단 말입니다.”“원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면 잠재적인 건가?”“잠재적?”“마음 한구석에 있긴 한데,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부분. 예를 들면, 사실은 야쿠자가 적성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거나.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집으로 돌아오니 아내 가즈미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바늘을 감춘다.“괜찮아, 해도 돼. 아마 괜찮을 거야. 자, 이리 꺼내 봐.”얼굴을 들이대자 가즈미가 쭈뼛쭈뼛 바늘을 내밀었다.스멀스멀 몸 안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완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지만, 두려워서 어쩔 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이 공포증도 차차 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어머~, 아무렇지도 않잖아. 무슨 일 있었던 거야?”세이지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신병 증상이 있는 야쿠자를 만났던 이야기, 그것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이야기······.“세이짱뿐이 아니었구나. 예민한 야쿠자 선생이.”“조폭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모두들 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오히려 죽어라 뻗대는 거지.”“그럼 은퇴하는 건 아니구?” 가즈미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거둬준 은혜라는 게 있고.”“세이짱네 오야붕, 몇 살이지.”“여든이 넘었지.”“얼마 안 남았네. 은혜 끝나는 것도.”“너 정말······.”세이지의 마음속에는 이제 불안감이 하나도 없다. 몇 년 후, 자신은 평범한 쥐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헌데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Copyrightⓒ 유용선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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