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소설 다이제스트

<공중그네 - 고슴도치>(오쿠다 히데오)

작성자글사람|작성시간13.02.14|조회수171 목록 댓글 0

<공중그네 - 고슴도치>(오쿠다 히데오)

 다이제스트: 이사라

 
  샹들리에에 처음 보는 스위치용 체인이 매달려 있다. 체인 끝에는 원추형 손잡이가 달려있다. 그것도 뾰족한 끝 부분이 아래로 향한 채. 
  서서히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호흡이 가빠져, 세이지는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비틀 거실로 나갔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심야의 냉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기도가 좁아지기라도 한 것인지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빨대로 숨을 쉬는 느낌이다. 
  한참 후에야 요란하게 트림이 나오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서른 두 살인 세이지는 시부야 일대를 세력권으로 하는 기오이 파 중간보스다. 마흔까지 자기 일파를 만드는 게 세이지의 현대 목표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있었다. 구치소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들어와요~”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괴상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으흠~, 세이지라고 합니다.” 세이지는 가슴을 뒤로 젖히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만나는 상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런 식으로 굴게 된다.

  “어~이, 아유미짱.”
  이윽고 안쪽 커튼이 열리면서 흰색 미니스커트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나타났다.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젓가락보다, 식칼보다 훨씬 무서운 게 주사기다. 
  “서, 선생님. 난, 실은 선단 공포증이라구요,”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찬스잖아,”
  믿을 수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야쿠자가 되고 처음 겪는 일이다. 일반인에게 농락을 당하다니.
  “당신 말이야~. 환자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순순히 넘어갈 거 같아. 엉?”
  “치료인 걸 어쩌나. 고름은 째서 짜버려야 빨리 낫는 법이야. 피도 조금 같이 나오긴 하지만.”

  “강박신경증의 경우, 돌발적인 행동에는 일단 어떤 계기가 있게 마련인데. 뭐 짚이는 거라도 있나? 예전에 칼에 찔린 적이 있다거나, 입에 총구가 박힌 적이 있다거나. 맨주먹으로 싸우다가 모래가 뿌려져 앞을 못 본 적이 있다거나.”
  순간 불쾌해졌다. “이것 보세요, 영화랑은 다릅니다. 그리고 요즘 야쿠자들은 싸울 여유가 있으면 돈 모으는 데 신경을 더 쓴단 말입니다.”
  “원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면 잠재적인 건가?”
  “잠재적?”
  “마음 한구석에 있긴 한데,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부분. 예를 들면, 사실은 야쿠자가 적성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거나.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 가즈미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바늘을 감춘다. 
  “괜찮아, 해도 돼. 아마 괜찮을 거야. 자, 이리 꺼내 봐.”
  얼굴을 들이대자 가즈미가 쭈뼛쭈뼛 바늘을 내밀었다. 
  스멀스멀 몸 안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완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지만, 두려워서 어쩔 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이 공포증도 차차 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머~, 아무렇지도 않잖아.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세이지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신병 증상이 있는 야쿠자를 만났던 이야기, 그것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이야기······.
  “세이짱뿐이 아니었구나. 예민한 야쿠자 선생이.”
  “조폭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모두들 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오히려 죽어라 뻗대는 거지.”
  “그럼 은퇴하는 건 아니구?” 가즈미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거둬준 은혜라는 게 있고.”
  “세이짱네 오야붕, 몇 살이지.”
  “여든이 넘었지.”
  “얼마 안 남았네. 은혜 끝나는 것도.”
  “너 정말······.”
  세이지의 마음속에는 이제 불안감이 하나도 없다. 몇 년 후, 자신은 평범한 쥐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헌데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Copyrightⓒ 유용선 All rights reserved.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