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사랑하신 최명희 작가의 일생에 혼불의 영혼이 담겨져 있는 혼불문학관" - 심원량

작성자심원량|작성시간17.04.07|조회수132 목록 댓글 0

우리말을 사랑하신 최명희 작가의 일생에

혼불의 영혼이 담겨져 있는 혼불문학관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을 소재로 한 혼불과 이 대하소설을 17년간 혼을 다 해 쓴 저자 최명희 작가를 기리는 혼불문학관에 다녀오다.

소설 혼불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상당히 암울한 시기인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어느 며느리들과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로, 호남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 민속학과 인류학적인 기록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생생하게 복원해낸 작품이다.

노봉마을은 최명희 작가의 고향인 동시에 소설 혼불의 주인공 청암부인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종가집을 복원해 혼불문학관으로 개관하여 소설의 느낌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내가 그 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았고 한적한 입구에서부터 문학관으로 가는 길을 햇살이 비춰주어 더없이 잔잔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널찍한 마당을 걸으며 소설 배경을 따라가 보며 혼불문학관에 적힌 글귀와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눈앞의 풍경과 조심스레 맞추어 본다.

넓은 잔디밭을 중심으로 건물 두 채가 있는데 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교육관으로,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방 안 책장에 빼곡하게 책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숙연해지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교육관 끝부분에는 정자가 있어서 노봉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그 곳의 단아한 풍경에 취할 수 있었다.

건물 주변 어느 곳이든 나무나 돌, 기와, 통나무 의자에 가득 적힌 글귀가 정감이 넘치고 혼불문학관과 한옥 건물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렸다.

교육관 건물의 맞은편에 자리 잡은 건물은 전시관이다. 이곳에는 최명희 작가의 집필실이 재현되어 있으며 소설 혼불의 각종 장면을 재현해둔 디오라마(작은 공간의 입체전시)와 원고나 만년필, 각종 상 등 작가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투명한 창을 통해 그 시기를 바라보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해본다.

문학관 주변에는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배경지가 곳곳에 남아있다. 소설 혼불의 중심무대이며 청암부인, 율촌댁, 효원과 강모가 거주하던 곳인 종가, 노봉서원, 노봉마을 서북쪽으로 뻗어 내린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맥을 가두기 위해 큰 못을 파고, 그 갇힌 기운이 찰랑찰랑 넘치게 한다면, 가히 백대천손의 천추락만세향을 누릴만한 곳이다 하여 청암부인이 만들었다는 청호저수지, 작가가 온 정성으로 쓴 혼불이 새암을 이뤄 위로와 해원의 바다가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새운 새암바위, 전라선 철도가 이설되어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구서도역, 달맞이 동산, 호성암 등 소설 혼불을 더 직접 느끼기에 도움이 되는 듯 했다.

 

문학관은 박물관이나 전시관과 다르게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받아들이는 의미가 크게 차이날 것 같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처음 혼불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길 때에는 별반 큰 기대는 없었던 이유가 소설 혼불을 읽지 못해서였을 듯하다.

그러나 혼불문학관은 내 고장에 있다는 사실부터 오는 느낌이 편안하고 즐거웠고, 교장선생님을 지내셨던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차오르고 소설 혼불의 배경지속에서 마주하는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 곳은 쉬어가는 곳이었다.

무엇이든 빨리, 바쁘게 앞만 보며 달리던 삶 중에서 소살소살정에 올라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편히 다리를 뻗고 물마시며 쉴 수 있는 시야가 탁 트인 그 곳은 나에게 바로 휴식처인 곳이었다.

예향의 이름에 걸맞게 문화의 뿌리가 깊은 곳에 사는 것을 행운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과 복원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된 혼불문학관에 다시 방문할 날을 기약하며...

 

 

인연이란,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혼불 중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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