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한 여자들 중 처녀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
“상대한 여자들 중 처녀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
1960년대 중반, 70여명의 미혼 여성을 상대로 혼인을 빙자한 간음죄로 법정에 섰던 그 이름도 유명한 ‘박인수 사건’의 재판에서 박인수가 진술했던 유명한 말이다. 그 시대에도 그랬으니...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언도한 권순영 판사는 “법에 비추어 가치있고 보호할 사회적 이익이 있는 정조만을 법은 보호하는 것”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었다.
2심 재판에서 박인수는 징역 1년을 언도받았다. 재판장은 그 이유를 “여성 질서의 확립을 위한 당국의 조치”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남겼다. 그래서 이 사건은 더욱 유명해졌었다.
이 사건은 정숙한 여성과 정숙하지 않은 여성을 구별하여 법은 정숙한 여성의 성만을 보호한다고 했고, 이어서 여성의 정조와 정숙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최연희 의원의 모 신문사 여기자성추행 사건으로 한동안 세간이 떠들썩했다. 아직도 최의원과 여론과의 심리적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음이다.
성추행 당한 여기자와 같은 신문사 기자단이 합동으로 최의원을 고소했다는 둥, 야심한 밤 노래방에서 함께 폭탄주를 돌려 마시고 그렇게 고주망태가 되도록 그 자리에 머물었던 여기자가 더 문제라는 둥, “그렇다면 식당주인은 껴안아도 되는 거냐”라는 둥...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누가 누구를 벌해야 하는가?”
곧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터져 나오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부도덕성이 주제로 붙어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런저런 사건도 이런저런 사건에 뒤죽박죽 휘말려 섞이고 쪼개지고 늘어지더니 모든 게 밀가루 반죽이 칼국수나 수제비 되어 두루 뭉실 목구멍으로 넘기면 그만인가?
얼마 전 최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것으로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국민들의 의구심을 없애줌으로써 그 일이 대다수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작금의 내로라는 남성들치고 폭탄주 안 마셔 본 사람이 없고, 노래방 가서 남녀가 어우러져 부루스 한번 안 춰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 최의원의 행각이 내심 이해도 간다.
반면 작금 여야라는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부상하여 여성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기도 아주 어렵다고 본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가 염원하는 페미니즘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도 큰 상채기로 남았다. 박 대표님 역시 여성의 입장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차라리 법정에 서라. 의원직 역시 법의 판단에 맡기시라. 그놈의 의원직이 무엇이건대 그리 붙들고 늘어지시나? 이 사건은 면책특권과도 거리가 먼 사안이다.
그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판결이 나면 벌을 받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법조인 출신으로서의 떳떳함이요 그런 행동을 보임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내 이제 와서 저 오래전의 ‘박인수 사건’을 더듬으며 법의 판결에 맡기자고 고언을 하는 것은,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의 윤리관에 다시한번 경종을 울리고자 함이요, 최의원과 여기자가 모두 함께 살아남는 길을 닦아보자는 것이다.
매일 아침 어찌할 바를 몰라 쓰린 속을 쓸어내리기 보다는, 돈독한 마음을 먹고 한번 속 시원하게 털어버리시라. 이 사건이 역사적 사건이 안 되게 하려면 말이다.
2006. 3. 28
황사에 마음마저 뿌연 날
-홍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