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윤리규범 : 법, 계명, 계율
일반적으로 객관적 규범이란 법, 계명, 계율을 말한다. 이러한 규범들은 인간들로 하여금 바람직한 윤리생활을 하도록 규정하는 도덕적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규범 중에는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이 있다. 천륜이란 인간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법으로서 원칙적이며 불변적이고 절대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인륜은 사회, 문화, 관습에 따라 정해진 것인데, 천륜을 인간생활의 구체적인 면에 적용해 놓은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객관적 규범을 왜 따라야 하느냐를 생각해 본다면 그 규범 속에는 주관적 규범인 양심의 명령에 따라야 할 객관적인 '선'(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은 모든 만물이 지향하는 것으로 자기 존재의 충만한 상태를 말한다. '악이란 있어야 할 선의 결핍'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은 존재의 충만한 상태로서 불완전, 미완성, 가능성의 상태에 있는 존재들이 완전함과 완성된 모습, 그리고 현실화를 위해 의무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로서의 목적을 갖는다.
제 1절, 영원법 (永遠法, Lex aeterna) 혹은 신법 (神法, Lex divina)
영원법이란 하느님께서 창조와 계시를 통해 모든 피조물을 소정의 목적에로 이끄시는 신적예지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정의하기를 "피조물의 모든 행위와 운동을 소정의 목적에로 이끄시는 신적 예지(divina sapientia)의 의도"라고 하였다. 이 영원법은 모든 법의 원천이 되며, 모든 윤리와 국가법, 교회법에 구속력을 부여한다. 하느님의 법은 창조와 계시라는 두가지 양식으로 나타나는데, 창조질서에 새겨져 있는 법을 자연 도덕율(自然道德律, Lex naturalis)이라 하고, 계시의 말씀으로 드러나 밝혀진 법을 신적 실정법(神的實定法, lex divina positiva)이라 한다.
제 1항, 자연 도덕율(자연법)
자연 도덕율이란 인간이 본성적으로 신법을 향하도록 인간 안에 새겨져 있는 이성의 법(理性의 法, lex rationis)을 말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의에 의하면, "자연법은 이성을 갖춘 피조물의 영원법에의 참여"(Participatio legis aeternae in rationali creatura, ST, I-II, 91. a.2)라고 하였다. 인간은 자신에게 고유한 천부적인 이성으로서 자신의 자유행사에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연법이란 이성적 인간에게 자신의 성숙을 위해 마련된 자연적 윤리규범이라는 뜻을 가지며, 인간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하는 윤리규범을 말한다. 이러한 자연법은 자연의 물리적인 모든 법칙, 생명유지와 본능의 법칙, 행선피악(行善避惡)의 윤리적 법칙, 절대자를 따르고자 하는 신앙의 법칙이 포함된다.
제 2항, 신정법(神定法, lex divina positiva)
신정법이란 하느님의 영원법이 구세사의 도정에서 율법과 예언자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법을 말한다. 구약의 법은 율법과 예언자들을 통해 드러났고, 신약의 새법은 계시의 절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사랑의 법을 말한다.
제 2절, 인정법(人定法, 인간의 實定法)
인정법이란 인간이 신법의 정신에 따라 인간 사회의 구체적 생활에 적용시킨 법을 말한다. 자연법의 영역에서는 국가가 제정하고, 신적 실정법의 영역에서는 교회가 맡는다. 교회와 국가는 신법의 범위 내에서 신법의 권위를 가지고 해당 사물과 인간의 필요상황에 부합하는 법을 만들며, 형벌을 부과 할 수 있다(살인죄의 규정과 형벌 등)
정당한 인정법이 되기 위해선 법을 입안하는 입법자들에게 일정한 권한과 자격이 갖추어져야 하며, 이렇게 제정된 법은 준수되어야 한다. 인정법이 정당한 법으로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선 첫째,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에 의해 제정된 법이어야 하고, 둘째,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며, 셋째 법의 내용이 윤리적으로 합당하고, 넷째, 인간들이 자기 능력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법률은 때에 따라 폐지되거나 개정되기도 한다. 어떤 법률이 폐지되거나 개정된다면 그 법의 준수의무(遵守義務)는 없어진다. 그리고 어떤 법이 제정됐다 하더라도 법률이 되기 위한 위의 네 가지 요건 중 어느 것이라도 하나 결여된다면 그 법을 준수할 의무는 없어진다. 그리고 어떤 법이 존재하기는 하나 일시적으로 그 구속력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는 통념적 불가능(通念的 不可能, impossibilitas moralis)의 경우와, 형평의 원리(衡平의 原理, Epikeia)에 의한 해석, 그리고 관면(寬免, Dispensatio)을 받는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