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에서 나타난 대지개념에 대한 현상학적인 고찰
만물의 생명적 근원으로서 기
풍수지리 사상에서 강조하는 자연의 이치는 기가 돌아다녀야 만물이 생겨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기가 사람의 몸을 흐르듯 대지에도 이러한 기가 흐르고 있으면서 대지에 생명을 주기 때문이다.이는 인간의 이치와 자연의 이치를 동일하게 보는 전일적 세계관으로부터 유래한다. 즉 대지를 죽어 있는 물질로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흐르고 있는 기와 같은 생명의 기가 대지 속을 흐르고 있다.
기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서 이 대지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가?
『금낭경』에 의하면,
“흙이 형체를 이루어 기가 돌아다녀야 만물이 그로 인해 생명을 얻게 된다.”
《최창조 역주, 『청오경· 금낭경』 87쪽》
여기서 기를 통해 만물이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기가 된다는 것이다.기가 운동하면서 만물에 생명을 줄 때 흙은 기의 몸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흙이 있는 곳에 기가 있게 된다.왜냐하면 기는 스스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대지에 의지해서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즉 기는 “스스로 생겨날 수 없고 흙을 따라 생겨나므로 이를 기의 몸이라 한다.흙이 하고자 하는 곳에 기가 옮겨 다니고 흙이 머물고자 하는 곳에 기도 역시 머문다.”
『청오경· 금낭경』 82쪽..
그러면 어떻게 흙은 운동하는가, 다시 말하면 기가 운동하는가?
대지는 반드시 그 ‘형세’ 를 통해서만이 기를 돌아다니게 할 수 있다.
여기서 ‘세’ 는 반드시 운동을 필요로 하고 ‘형’ 은 반드시 정지를 필요로 하는데,
세가 만약에 운동하지 않으면 세가 완전할 수 없고, 형이 만약 정지하지 않으면 기가 모일 수 없다.즉 기는 운동과 정지와의 관계를 통해 해명될 수 있다. 이는 후설의 대지가 운동과 정지를 가능케 해주는 방주이듯, 풍수지리 사상에서의 대지는 기의 운동과 정지를 가능케 하는 방주이다.
그러면 이 기는 어떤 상황에서 운동을 정지하는가?
기는 대지 속을 떠돌다가 오직 물을 만나야만 그 운동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기는 물의 근본이 되고 기가 있다는 것은 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게 되므로 이 기를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 풍수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곳이 기가 모이는 곳이고 어떤 곳이 기가 흩어지는 곳인가를 변별해야 하는 것이 풍수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기가 모이기 쉬운 곳은 흥하고 기가 흩어지기 쉬운 곳은 패한다. 만약에 높되 바람에 드러나지 않으며 낮지만 맥을 잃지 않으며 가로 비낀 가운데 굽음을 얻으며 수척한 것 같으면서 살아 있으며 끊어진 듯하면서 이어진, 이와 같은 종류의 대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대지에는 모두 기가 모인다. 고저가 균등치 못하고 대소에 상응함이 없으며 좌우가 수반되지 못하고 전후가 대등하지 못한 종류의 대지는 모두 기가 흩어진다.”
『청오경 ·금낭경』 72 쪽
그러므로 풍수의 방법으로 물을 구하는 것이 최상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방위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대지에는 《인신사해》라는 4가지 방위인 ‘사세’가 있고 더 구체적으로 팔괘의 방위인 팔방이 있다.여기서 팔방은 《진이감태건곤간손》을 말하며 오행의 기는 이 팔방에 종속된다.
“일행이 말하기를 사세란 사방의 형세이고, 팔방은 땅속으로 떠돌아다니는 기이다.”
『청오경 ·금낭경』 70 쪽
여기서 사방의 산세를 상생과 상극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산의 형세가 동쪽을 향하면 진산(震山)이 되고, 진은 오행 중에 ‘목세’에 해당된다.서쪽을 향하면 태산(兌山)이 되고, 태는 ‘금세’에 속한다. 금은 수를 낳고 수는 목을 낳고 목은 화를 낳고 화는 토를 낳고 다시 토는 금을 낳게 된다. 이것이 오행의 생기이다.
“오행의 기는 모든 생명체에 두루 갖추어져 땅속을 돌아다니는데 사람이 제 스스로 이것을 알지 못할 뿐이다.”
『청오경 ·금낭경』 61 쪽
그러면 땅속을 돌아다니는 기 또는 생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금낭경』에서 “음양의 기는 내뿜게 되면 바람이 되고 오르면 구름이 되고 떨어지면 비가 되고 대지 속을 흘러 다닐때는 생기가 된다”
이처럼 풍수에서 요체가 되는 생기가 음양이기로부터 생겨나는데 이 음양이기는 원래 하나의 양의 기다.이 기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둘로 분리되어 음양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상보적 관계이다..즉 양은 음의 몸이며 음은 양의 用으로서 동양사상에서는 몸과 용이 자기동일성을 유지한다.
“역에 이르기를 일음일양을 도라 일컫는다 하였다. 양이나 음 홀로는 생성하지 못하고 음양이 상배되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형세를 논함에 있어서 산은 음이요 물은 양이다. 무릇 산과 물이 상배해야 음양이 있는 것이 된다. 산과 물은 모두 멈추면 음이고 움직이면 양이 되기 때문에 결국 산과 물은 각각 음양이 있는 것이다. 음이 오면 양을 수용하고 양이 오면 음을 수용해야 하니 용혈도 상배해야 음양이 있게 되는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무릇 음 홀로 낳지 못하고 양 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니
음양이기는 서로 돕고 서로 감응해야 생성의 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청오경 ·금낭경』 71 쪽
그러므로 생기를 이루는 음양이기는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만물의 생성을 가능케 한다.이 음양이기가 내려와 오행을 낳게 되는데, 이 오행은 물로써 그 근본을 삼으니 기는 물의 모체가 된다.그러므로 물은 땅 위의 기로서 외기이며, 땅속의 기는 오행의 기로서 내기를 의미한다.“음양이 부합되고 천지가 서로 통할 때 내기는 안에서 생명을 싹트게 하고 외기는 밖에서 형상을 이룬다.
안팎이 서로 의지하는 곳에 풍수는 스스로 이루어진다.”
『청오경 ·금낭경』 41 쪽
즉 내기는 혈이 따뜻하여 만물에 생명의 싹을 트게 하고 외기는 산천이 결합되어 형상을 이루게 한다.풍수지리 사상은 이러한 음양론과 오행설을 기반으로 주역의 체계를 그 논리구조로 삼는다.“수많은 지리서가 있으나 그 뜻을 묶으면 음양이라는 두 개념 사이에 머무는 것이니, 음양의 기묘함을 꿰뚫어 알 때 사람 사이에 지선으로 행세하여도 부끄러움이 없다.”
『청오경』에 의하면 “태초에 혼돈의 상태에서 기가 생겨나 크게 밑바탕이 되면서 음양이 분리되고 맑음과 탁함이 이루어졌으며 생로병사가 생겨났다.”
그러므로 장사를 지낸다는 것은 생기에 의존하게 되는데 만물의 생성이 대지 속에 있는 생기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장사를 지낸다는 것은 묻는 것이고 감춘다는 것이다. 생기가 대지 속에 있는 생기의 형태로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오행의 생기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에게 있어 닫혀진 대지가 열려진 세계를 은폐하여 그 드러남이 숨겨져 있음으로부터 나타나듯 풍수사상에서도 열려진 세계가 대지에로 은폐되어진다. 그렇지만 은폐된 세계는 단지 은폐된 것으로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기를 통해 다시 드러나게 된다.
음양이기로부터 나오는 생기가 대지 속을 흘러 다니고 있는데 이를 지기라 부른다.
“모든 대지 위에 드러난 기는 모양이 있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기가 대지 속을 돌아다니기에 이르면 만물에 생명을 베풀어주고는 있으나 잡을 수도 볼 수도 없다.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지기라 한다.”
『청오경 ·금낭경』 71 쪽
이 지기가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 이 풍수지리의 출발점이다.
출처 : 현상학과 한국사상
저자 : 한국현상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