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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헬로비전 고 김도빈 조합원 2020.1.8 추모 기자회견과 추모제

작성자희망연대노조|작성시간20.01.09|조회수277 목록 댓글 0























(사진 : 희망연대노조, (사)희망씨,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노동당 부산시당, 미디어오늘)


죽음의 외주화가 근본원인! 비용절감 생명경시로 인해 촉발! 

여전히 LG헬로비전과 LGU+는 책임 회피 

고인과 유족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원청!  

 “죽지 않고 일 할 권리, 안전하게 일 할 권리”

LG헬로비전 – LGU+ 사회적 책임 촉구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명복(冥福)이 아니라, 천수(天壽)를 누리고 싶다

-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다하라!


『장례식장에 하청업체 대표와 원청이 보낸 관리자들이 들어선다. 단정한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잠시 곁눈질로 빈소 안 풍경을 재면서 이내 풀 죽은듯한 표정을 짓는다. 영좌 앞에 다가가 향을 집어 촛불에 불을 붙인다. 두 번 절을 하고 유족들에게 맞절을 한다. 입구에는 보란 듯이 이름이 적힌 화환이 늘어 서 있다. 다음날 조회시간에는 안전에 대한 일장연설이 쏟아지지만 죽은 노동자의 빈자리가 쪼개져 남은 노동자에게 부과된다. 남은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음의 자리로 밥벌이를 하러 간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다. 고객 집 옥상에서 케이블TV를 설치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노동자는 하루 평균 13집, 한 집에서 3~40분 내로 작업을 완료해야 했다. 원청인 LG헬로비전이 설치건수 기준으로 하청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빨리 일을 해야만 했다. 함께 작업하는 동료라도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자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LG그룹 방송·통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에는 LG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가 쓰러져 죽었다. 하지만 산재처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에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다. 건물 밖에서 인터넷 선을 끌어와 내부로 연결하다가 6m 높이에서 추락했다. 넉 달 동안이나 사경을 헤매다가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런데 원청인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아직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고객서비스 업무는 하청업체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본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매년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고 쓰러져도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다하지 않았다. 업계 내 다른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서 현장안전을 책임져 나가는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여전히 하청업체들의 실적을 저울질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명복이 아니라, 천수를 누리고 싶다. 내세(來世)가 아니라, 현세(現世)를 살고 싶다. 우리는 LG유플러스가 묵묵부답인 입을 뗄 때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요지부동인 엉덩이를 들 때까지 함께 외치고 싸울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다하라!

하나. LG유플러스는 ‘노동안전실태조사’를 수용하라!

하나. LG헬로비전은 교섭 지연 해태를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단체협약으로 보장하라!

하나.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라!


2020년 1월 8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ㅡㅡㅡ

[투쟁결의문]



살기 위해 투쟁하자



부산의 한 주택 옥상. 동지는 혼자 일했고, 혼자 쓰러졌다. “살려 달라” 소리치지 못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2020년의 세밑, 김도빈 동지는 세상의 밑에 가라앉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동지의 명복을 빈다.


동지는 숨 쉴 틈 없이 일했다. 사측은 30분에 한 건씩 일을 꽂아 넣었다. 하루에 14명의 고객을 만났다. 사측은 동지를 98%까지 쥐어짰다. 사측은 이미 마른수건이 된 동지를 계속 쥐어짰고, 동지는 조금씩 쓰러졌다. 도대체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살아남은 우리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운이 좋은 것뿐이다.


죽지 않았을 것이다. 통신재벌 LG가 인터넷 설치 AS 작업을 외주화하지 않았다면, 원청인 LG가 유지보수수수료를 삭감하고 지표를 맞추라고 압박하지 않았다면, 2인1조 시스템을 갖췄다면, 업무 간 충분한 휴식을 보장했다면, 노동안전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상식적인 인식과 교육이 있었다면, 동지는 지금 우리와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LG가 책임져야 한다. 왜냐면 노동자가 죽지 않을 노동조건을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원청, 통신대기업, 재계서열 4위의 재벌 LG뿐이기 때문입니다. 설치‧AS 업무와 고객대면 업무를 외주화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하청 노동자를 쥐어짜내 이윤만 뽑아내는 것이 바로 LG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인수 과정에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그 계획 어디에도 ‘노동자’는 없었다.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선전했지만 현장노동자에 대한 비용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LG는 “협력업체를 유지하겠다”며 했다. 중간착취-비정규직 구조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인수합병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 LG헬로비전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연봉 2600만원 고액연봉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CJ가 LG에 인수되면서 현장 노동자들은 또 다시 고용불안, 수수료 삭감에 시달리고 있다. 범인은 바로 외주화에 빌어먹는, 이 빌어먹을 LG다.


LG는 그런데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어떤 애도와 추모도 하지 않는다. LG헬로비전 사장 송구영은 신년사에서 “‘헬로’라는 인사말처럼 개인과 가정(Home), 그리고 지역사회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동반자로 거듭나야한다”고 했다. LG유플러스 부회장 하현회는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경험 혁신 이루자”고 했다. 뻔뻔하기 그지없다. 외주화,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적압박, 저임금, 고강도, 위험노동, 감정노동, 산재… LG 마크를 달고 LG 고객을 만나 LG 서비스를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 LG가 이야기하는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는 노동자들은 LG와의 모든 접점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양심이 있다면 그 입 다물고, 김도빈 동지에 대한 추모부터 하고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라.


살고 싶다.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 혼자 일하다 쓰러져서 외롭게 죽지 싶지 않다. 우리는 살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살려 달라”는 말 대신 “투쟁” 구호를 외칠 것이다. 김도빈 동지가 살아있다면 동지는 끝까지 싸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고, 비정규직 없는 LG를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다. 김도빈 동지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김도빈이다. 투쟁! 


2020년 1월 8일

김도빈 동지를 기억하고 LG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나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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