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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 문학 강의

제11강 주정적, 주지적인 시냐?

작성자한라짱|작성시간06.04.22|조회수1,599 목록 댓글 0

 제11강 주정적, 주지적인 시냐?

 

 (전시 학습확인)


참여시와 목적시 그리고 경향시와 민중시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준 다음(10강 참고)


이제 여러분들의 이름을 가지고 자기의 본질(正體性)을 표현한 시라면 느낌(가슴)으로 썼느냐? 아니면 머리(意志)로 즉 썼느냐?  이같은 물음에 여러분 모두가 자신있게 답할 것이다.

 

철수나 순이 모두에게 자기 이름의 의미를 아는 학생과 모르는 학생의 장래는 분명 다를 것이다. 내가 여러분에게 자기 이름에 의미를 붙여 3행시(시조)를 지어라는 과제를 주었을 당시는 모두가 가슴보다 머리가 무거웠을 것이다. 그 이유는 스스로 느낀 자연의 정서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숙제였기 때문이리라. 그렇지 않고 봄소풍에서 느낀 아름다운 산수에 대해 글을 지으라고 했다면 아마 이름에 의미를 넣어 짓는 글보다 머리가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짓고 싶은 마음에 의해 지었으면 순수 서정시요, 그렇지 않고 타인에 의해 억지로 씌어졌다면 머리로 쓴 주지적인 시라하겠다.

 

“선생님 oo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우리 구암고교 교가를 선생님께서 직접 作詞(작사)하셨다. 고 그러시던데 왜 학교장이 작사자로 등재되어 있습니까?” 하고 철수가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 하고는 시간을 좀 끌고는

 

“우리의 글인 한글(훈민정음)은 지은이는 누구냐?’ 고 하며 다시 질문하였더니 異口同聲(이구동성)으로 세종대왕이라고 하는데 그중에 몇몇이 이르기를 “성삼문 외 集賢殿(집현전) 學士(학사)들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한 학생이 “한글날 하면 세종이요, 세종하면 한글날이지 않습니까?” 하고 세종이 맞다는 투다. 

 

“경부고속도로나 창원 신도시는 누가 만들었나?” 하며 질문을 다시 던지자 대답 역시 당시 박대통령이라고 하는 학생이 절반이요, 절반은 ‘박대통령 한사람의 힘이 아닌 여러 분야의 기술진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이룩된 것이라’고 하면서 학생들끼리 서로 의아한 투다.

 

“자!... 그만하고 한글이나 경부고속도나 창원 신도시 계획 갈은 굵직한 사업은 중앙행정부서나 지방행정부인 시도에서 계획안을 사전에 올릴 수도 있고, 대통령이 직접 어떤 사안을 전담 부서에 맡겨 구체안을 토대로 심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한글 하면 집현전 학사 보다 세종이요, 경부고속도나 창원 신도시는 박대통령이 만들었다는 것이 상식적이다.”

 

 우리글 훈민정음도 1442년 성삼문은 박팽년, 신숙주, 하위지, 이석정 등과 더불어 삼각산 진관사에서 사가독서를 했고, 정음청에서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강희안, 이개 등과 함께 한글의 창제를 앞두고 당시 요동에 유배되어 있던 명나라의 한림 학사 황찬에게 성삼문은 13번이나 내왕하면서 음운을 질의하고, 다시 명나라에 여러 번 건너가서 음운을 연구하여 한글 창제에 일등 공신이었지만 나라 임금인 세종의 업적임엔 틀림이 없다.

 

“선생님! 한글이나 경부고속도는 거창한 국가 프로잭트이기 때문에 그래도 수긍이 가지만 우리학교 교가는 한 분이 지었는데 왜?  학교장의......” 

 

“그만 그만 알았어요. 여러분 중에 단독 주택을 지어사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집을 지은 사람은 목수냐? 벽돌공이냐? 미장공이냐? 아니면, 목조집이 아닌 벽돌집을 지어달라고 건축업자에게 부탁한 집 주인이 있는데, 다른 이가 집주인에게 이 집은 누가 지었느냐? 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당연히 집을 지어달라며 돈을 준 주인이 집지은 사람이다. 이처럼 조직사회, 학교라는 공직 사회도 그런 慣行(관행)이 있다. 구암고교가 신설학교로 개교되어 교무회의에서 교직원을 상대로 학교 뱃지나 校歌(교가)를 공모케하여 선정된 것이다. 열 달을 뱃속에서 그리고 마지막 解産(해산)의 고통을 격은 産母(산모)에게 낳은 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학생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면 그만이지! 호적이 남의 것이라 이러쿵 저러쿵 탓하는 어머니는 없다.”

 

“선생님! 우리학교 교가는 그럼 主情(주정)적인 시입니까? 아니면 主知(주지)적인 시입니까? 하고 교지 앞의 실려있는 교가를 펼쳐보이면서 동환이가 묻는다.


구암고교 교가 가사

 

태백산 굳센 정기 팔용에 뻗고

태평양 맑은 물결 합포에 닿아

우뚝섰다 그 이름 마산구암고

젊음의 기상이 용솟음 치고

배달의 동량이 자라나는 곳

자율과 정의의 햇불을 들어

아 아 영원히 뻗어나리 마산구암고 (1절)

 

앞에는 무학산 우뚝히 솟고

저 멀리 마산만 대양을 향해

우뚝섰다 그 이름 마산구암고

진리의 바다가 용솟음치고

겨레의 지성이 자라나는 곳

자율과 정의의 햇불을 들어

아 아 영원히 뻗어나리 마산구암고 (2절)
 

 “그래 좋은 질문이다. 야외 나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지었다면 그것은 주정적인 것이고, 교가는 청소년 시절 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품고 열심히 학문에 힘쓰도록 向學心(향학심)을 고취하고 구암고교가 길이길이 성장하기를 기원한 것이기에 주지적인 것이다. 그러나 교가 공모발표 날 나는가슴이 울렁거려 그날 밤은 고스란히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단다. 숙제를 받아 마음이 무겁기보다 짓지 아니하고는 못배길 강한 의욕(마음)이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지은 나는 主情(주정)적인데 남들은 主知(주지)적이라 말한다. 아무튼 시나, 소설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이러쿵 저러쿵 난도질을 하는 일은 바람직한 문학 감상이 아니다. 작품을 읽은 후 무엇이 독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여운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참여시다. 목적시다. 이런데 너무 파고들 필요도 없고 입시 출제에 있어서도 그런 문제를 내지 않는다. 다만 교실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이런 용어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눈요기만 하는 것으로 족하다.”


主情主義(주정주의)Emotionalism 문예상의 용어로서 주지주의의 意志(의지)보다 感情(감정)을 중시하는 창작 태도를 말한다. 문예 史上(사상) 主情主義(주정주의)적 이름으로 불리는 특정적 유파나 양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합리적인 낭만주의 시는 主情(주정)적이며 루소의(장자크 루소 1712-78) 작품인 소설 에밀(1762년), 고백론, 빠리 대주교 끄리스또프 보몽에 대한 변박서(1763년), 신으로부터의 편지(1764년) 등 글이나 유럽에 전파되었던 感傷(감상)적인 소설이 主情(주정)주의적 경향을 띄고 있다.


감정을 상위에 두는 주정주의(主情主義:情緖主義)나 의지를 상위에 두는 주의주의(主意主義)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의 주지주의는 1930년대에 김기림(金起林) 정지용(鄭芝溶) 이양하(李敭河) 최재서(崔載瑞) 등에 의하여 시작되었으며, 김광균(金珖均) 김현승(金顯承)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선생님 감정 절제 방식에 대해서 논의 하는 거는.. 조금 웃긴 것 같은데요”

감정을 절제해야 된다니???

 

"선생님 위에서 말씀하신 구암고교 교가는 주지적인 시가 아니고 주정적인 것이라는 뜻인데 이해가 잘 안됩니다. 우선 머리가 아니고 마음이 먼저였다니 말입니다."

"설명을 더하면 교무회의에서 교직원을 상대로 교가 가사를 공모했을 때 교직원 모두가 머리가 무거운 이가 있을 수도 있고, 반면에 가슴이 울렁인 이도 있을 테지? 개교 당시 교직원 가운데 국어교사가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다섯 명이나 계셨다. 그런데 만약 본교 교직원이 아닌 남이 지었다거나, 국어 교사가 많이 있는데도 타교과 선생님이 지었다고 했을 때 그 여운이 좀 다르지 않겠나? 머리가 무거운 이는 짓지 않을 것이고, 마음이 움직인 이는 짓지 않고는 못 버틸 강한 열정이 머리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김춘수 선생의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에 대해 더 공부하기로 하고 주지주의(우리나라 소위 모더니즘이라 불리는 30년대) 시는 감정표현을 적지 않을 경우 주지주의 형식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김기림이 말하기를..

① 정서적 우세에서 지성적 우세

② 현실에 대한 초월적 태도에 대하여 비판적 적극성

③ 청각적 요소에 대하여 시각적 요소를 많이 강조한다. 라고 했다.

 

 

김춘수 선생의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 게시판에 게시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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