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돌고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습니다. 해양쓰레기가 바다 위에 떠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죽은 돌고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체를 떠나지 않고 계속 옆에 머물며 지키는 돌고래가 있었습니다. 죽은 새끼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미 남방큰돌고래로 보입니다.
돌핀맨 이정준 감독이 수중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어미는 JTA120 남방큰돌고래로 확인되었습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가 만든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 목록표 120번째 돌고래입니다.
핫핑크돌핀스는 2023년 8월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이 돌고래를 처음 목격하였고, 8월 15일 드론과 카메라로 어미 돌고래가 새끼 사체를 등에 이고다니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간 새끼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는 이 어미 돌고래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이미 부패가 시작된 새끼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며칠간 메고 다니는 것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장례의식일까요?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죽은 돌고래를 며칠 간 수면 위로 끌어올리거나, 메고 다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수진 대표가 서귀포시 범섬 부근에서 관찰한 2014년 시월이의 사례 그리고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2020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관찰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2023년 5월에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큐제주에 의해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언론에서 죽은 새끼를 잊지 못하는 어미의 모성애가 지극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JTA120 돌고래가 새끼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게 하는 관광선박들이 너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광복절 연휴 기간에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하루종일 관광선박들이 돌고래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어미 돌고래가 새끼 사체를 힘겹게 업고 다니던 8월 15일 오후에는 이들이 있던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에서 관광선박 4척이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하는 모습도 목격되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3일간 현장 모니터링에서 해양생태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돌고래 선박 관찰규정을 위반한 사례 4건을 적발하였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 증거를 첨부하여 제주도청에 신고하였습니다.
돌고래들을 따라 몰려다니는 관광선박으로 인해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활동에도 지장을 받습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돌고래 옆에 몰려온 선박들은 이 돌고래들을 그저 볼거리, 오락거리로 취급할 뿐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사체는 결국 8월 16일 대정읍 무릉리 해안가로 떠밀려와 해경이 지자체에 인계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인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의 선박관광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미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돌고래들이 제주 바다에서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서식처 일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관광을 금지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돌고래들이 자기의 고향 바다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권과 평화적 생존권을 주는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