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행동 4일차] 2015년 9월 15일 오늘도 아침 일찍 해노코 슈와브 기지로 갔습니다.
전날과 같이 또 연대발언과 노래/율동(바위처럼^^;;)을 하고 한켠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전 11시 즈음 연좌 천막앞에 버스 한 대가 서더니 나고시에서 연대방문 온 사람들이 우두둑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십 명의 일본인 사이에 캡을 눌러 쓴 왜소한 서양인 할아버지 한분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순간 '앗!'하는 감(?)이 왔고 저의 예감은 맞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바로 '더글러스 러미스(C. Douglas Lummis)'선생님이었습니다.
일전에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등의 책을 읽었고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이 오키나와에 사신다는 것을 알고 있던터라 '오키나와에 가게되면 한 번 뵈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뵙게 된 것 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덥썩 "스미마셍~ 더글러스 러미스 센세이 데스까?"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의 활동에 대해 설명드리고 9월 20일부터 열리는 '제2회 평화의 바다 국제 캠프'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도 쫑알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젊은 이들이 마음에 드셨는지 이름과 연락처도 물어보시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인쇄물들을 꺼내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연좌 천막 건너편 철조망 펜스에 '입구'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달라는 미션까지 하사하셨다는...^^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과의 반가운 만남을 끝내고 바닷가쪽의 해상투쟁 천막으로 이동해 그곳에 계신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전시된 사진과 투쟁기록들을 살펴보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이 주신 글을 조약골이 번역한 것 입니다. 일독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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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디-펜스(de-fence): 펜스를 없애기'
펜스(담장, 장벽)를 펜스가 아니게 하는 21가지 방법 (예를 들어 펜스를 ‘입구’로 만든다든가 하는 것들)
군사기지에 있어서 펜스는 무엇인가? 펜스는 군사기지가 존재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펜스는 일반 사회에서 ‘군사기지’를 분리하는 울타리다. 펜스 한 쪽에서는 민간인들의 삶이 이어지고, 민간법이 적용된다. 다른 쪽에서는 군인들이 살며 군법이 적용된다. 이곳에서 펜스의 한 쪽 편은 오키나와고, 다른 쪽 편은 미국이다. 이 둘은 절대 섞일 수 없다. 군사기지는 펜스에 의해 민간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방어(defence)한다. 펜스가 없다면 군사기지는 더 이상 기지가 아니다. 펜스가 없는 곳에서 군사기지는 유지될 수 없다.
펜스는 그 기능에 의해 좌우된다. 기능이란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외국에 있는 군사기지의 경우에는 외국인의 접근을 막는 것). 그리고 군인을 그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물론 군기지 사령관이 허락한 민간인은 출입이 가능하다. 펜스가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펜스가 아닐 것이고, 군사기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펜스를 변형시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으며, 이로써 사람들의 출입을 가로막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제 그렇게 하는 21가지 방법에 대해 서술하겠다.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몇몇 방법은 위법이나 불법이고, 그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행방법 자체는 무척 쉽다. 아래 방법들을 알려준다고 해서 여러분들 보고 펜스를 뛰어넘으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펜스를 변형시키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1. 침대 매트리스나 바닥깔개, 방수포 등을 펜스 철조망 위에 던져 넘고 타넘기
2. 철조망을 절단기로 절단하기. 이것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철조망 자체를 절단하거나 철조망을 구조물에 고정시킨 선을 절단하는 것이다. 후자가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재물손괴로서 분명히 불법에 해당한다.
3. 펜스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기어서 넘어가기
4. 튼튼한 철제 화분받침대를 사서 이것을 펜스에 대각선으로 걸쳐놓고 계단처럼 만들어 타고 올라 넘기
5. 밧줄로 사다리를 만들고, 펜스에 매달아놓고 넘기
6. 사다리를 펜스에 받쳐놓고 넘어가기
7. 길고 튼튼한 판을 구해서 펜스에 받쳐놓고 넘어가기
8. 주변에 숲이 있다면 넘어진 나무나 떨어진 나뭇가지를 구해와 펜스에 받쳐놓고 타넘는다.
9. A자 모양의 사다리를 펜스 바로 옆에 세워놓고 실제로 펜스를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기. 이 방법을 사용하면 펜스를 건드리지 않으므로 기지 안 군인들이 적발하기 어렵다.
10. 펜스 옆에 높은 나무가 있는지 살펴보고 넘어가기
11. 펜스 옆에 높은 건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넘어가기
12. 튼튼한 상자 대여섯개를 펜스 옆에 쌓아두고 넘어가기
13. 군사기지 인간띠잇기 행동을 할 경우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면 다같이 펜스를 잡고 구령에 따라 흔들어 넘어뜨리기
14. 펜스 옆에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린 뒤 충분히 높게 쌓이면 타넘기
15. 군인들이 몰래 이용하는 개구멍이 있는지 살펴보자. 항상 개구멍이 있다. 지하터널이나 주변에 사다리가 있는 곳 또는 펜스 상단의 철조망이 늘어난 곳 등이 개구멍 통로로 이용된다.
16. 인간 사다리 쌓기를 할 수 있으면 제일 위에 올라탄 사람이 무등을 타고 펜스를 넘을 수도 있다.
17. 펜스에 금속절단기를 걸어두되 실제로 절단은 하지 않는다. 절단기가 펜스에 놓여 있기만 해도 ‘펜스’는 금방 ‘입구’로 변형될 것이다.
18. 이불이나 매트리스, 깔개도 마찬가지다. 펜스 옆에 가져다놓기만 해도 충분하다. 누구든 곧 알아채고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 펜스에 ‘입구’라는 글씨를 써서 붙여보자.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챌 것이다.
20. 마음 속에서 펜스를 걷어내보자. 위 행동들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마음 속의 펜스일 것이다.
21. 이 문서를 복사해서 널리 뿌리자. 펜스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하면 펜스는 무너질 것이다.
주의: 미군기지 펜스를 손상시키거나 미군기지에 허락 없이 들어가면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문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법행동을 하라고 조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문서가 조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펜스의 본질과 속성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군사기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