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지각 있는 생명’으로 존중하라!
-인간과 비인간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재정립하라!
-비인간동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멈추고 법적 지위를 제고하라!
-모든 동물이 평등한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라!
지난 2021년 10월 1일 법무부는 민법 제98조의2를 신설하는 규정 등을 포함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규정이 동물의 법적 지위를 제고하는 기본조항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동물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환영하였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발의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다가, 2023년 4월 4일에야 합의문을 통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발표하였다.
그간 동물을 물건이나 소유권의 대상, 즉 재산으로 여겨왔던 현행법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근대적 관점이다.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민법에 명시하는 데 국민 94.3%가 찬성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의 특수한 법적 지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위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학대자의 동물 사육 제한에, 98%가 학대자의 피학대동물 소유권 제한에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동물학대자의 사육이나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동물보호법은 실질적으로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는 법규범으로서 기능하는 데에 부족하다.
이에 위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문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국민의 인식에 부합하는 법체계를 만들어가는 근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의 명시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 법안 통과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국회는 여전히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으며, 우리 법제에서 동물의 정당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특히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다른 법률안이 위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여기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우리 법이 시급히 받아들여야 할 상식일 뿐 정쟁의 대상도, 정치공학적으로 재고 따질 문제도 아니다.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제를 도입하였거나 학대행위자의 동물소유권을 제한하는 등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 더 나아가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은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로 규정하며, 동물의 이익을 고려하는 적극적인 입법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동물뿐 아니라, 인간이 지구를 공유하는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시사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사회적 공존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첫걸음이자 생명존중사회를 위한 기본원칙인 것이다.
만일 21대 국회 회기 내에 위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21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함께 법안은 폐기될 것이고, 다시 이와 같은 기회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의 소요와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따를 것이다. 이에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모여 요구한다. 우리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에서 반드시 이번 회기에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5월 30일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일동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녹색전환연구소,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해방물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동물권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생명다양성재단,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서울환경운동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시셰퍼드코리아, 새벽이생추어리, 여성환경연대, 원헬스활동가연대, 이야기와 동물과 시,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청년기후긴급행동, 충남동물행복권연구소,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가한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활동가 발언 내용
안녕하세요. 돌고래를 통해 바다를 지키고, 고래들과 함께 생명평화공존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입니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했던 20세기 낡은 법이 아직까지 폐기돼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돼야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생태법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요즘 제주에서는 비인간존재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해 법적 권리를 주자는 생태법인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섬 생태계 보전을 위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지만 난개발로 인해 생존권이 위태로워진 남방큰돌고래와 곶자왈 등이 그 대상입니다. 돌고래와 곶자왈에 서식지에서 쫓겨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생존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돌고래가 중요하냐고요. 사람이 먼저지, 돌고래가 먼저냐고요. 아니오! 사람과 돌고래는 똑같이 중요합니다. 숲과 나무와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들 모두 똑같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돌고래보다 중요하다는 바로 그 인식 때문에 우리는 비인간존재들을 가둬놓고 먹거리, 오락거리, 볼거리, 만질거리,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해왔습니다.
사람과 돌고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똑같이 중요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는 입법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