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수족관 감금 돌고래 번식을 금지하라
-국내 수족관 출생 돌고래 사망률 90%
-수족관 돌고래 성별 분리사육 의무화 및 번식 금지해야
-신생 돌고래 폐사 방지 위한 임시 대피시설로의 이송 필요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을 통한 휴식 공간 조성 요구
최근 또다시 돌고래가 죽어나간 고래류 감금 시설 거제씨월드에서 이번에는 암수 분리사육이 되지 않은 채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이 무방비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커다란 문제로 지적된다. 거제씨월드에서 몇 달 전까지 돌고래쇼에 동원된 어미 돌고래 ‘마크’가 최근 새끼 돌고래를 출산한 것이 확인되었는데, 어미는 갓 태어난 새끼 돌고래와 야외 수조에서 지내고 있다. 요즘 기후재난이 현실화하며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거제씨월드 바깥 수조에서 지내는 돌고래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업체 측에서는 휴장을 하지 않고 계속 쇼를 하고 있어서 관람객들의 소음 등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신생 돌고래에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족관 출산은 곧 새끼 돌고래의 폐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3차례의 출산이 이뤄져 신생 돌고래 2개체가 사망했고, 제주 퍼시픽리솜에서도 출산한 돌고래 6명이 모두 사망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국내 시설에서 출생한 돌고래 가운데 현재 생존해 있는 개체는 2017년 태어난 울산의 ‘고장수’가 유일하다. 확인된 것만 총 10개체의 출산에서 9개체가 사망했으니 국내 수족관 출생 돌고래 사망률은 무려 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이다. 더욱이 거제씨월드에는 수족관 출산 어미와 신생 돌고래를 돌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수의사나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기에 이번 새끼 돌고래의 출산은 곧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야생에서의 돌고래들은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암컷 돌고래를 중심으로 공동육아를 통해 몇 년간 극진히 새끼를 키워내고 이를 통해 어린 돌고래들의 출생률을 높인다. 거친 바다에서 어미 돌고래가 혼자서 먹이 사냥과 신생 돌고래에 대한 수유와 양육까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조에 갇힌 돌고래가 임신과 출산을 할 경우 다른 개체들과의 협동을 통한 공동육아는 불가능하다. 또한 거제씨월드는 어미와 갓 태어난 돌고래가 다른 개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무리에서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지낼 수 있는 수조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세 번째로 태어난 고장수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미와 새끼 돌고래가 다른 개체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지낼 수 있는 보조수조라는 건물이 별도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제씨월드는 수조들이 좁은 통로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미와 새끼가 안정적으로 격리되어 지낼 수 있는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 출산을 담당할 전문 인력도 없는 상태에서 구조적 격리도 이뤄질 수 없기에 거제씨월드에서의 돌고래 출산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핫핑크돌핀스가 관계 기관을 통해 확인한 바 7월 17일에 거제씨월드에서 제출한 돌고래 폐사신고서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접수되었다. 최근 성체 돌고래가 죽었지만 아직까지 수의사의 부검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정확한 폐사 시점이나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어떤 개체가 죽었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6월말 또는 7월초에 성체 큰돌고래가 거제씨월드에서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돌고래들이 죽어나가는 감금 시설에서 분리사육을 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새로 태어난 어린 돌고래가 또 죽는다면 거제씨월드는 당장 영업을 중단하고 죽음의 감금 시설을 폐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방관 아래 계속되고 있는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번식 시도는 앞으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곳에 갇힌 고래들이 모두 성적 성숙기가 지난 개체들이고 암수가 서로 피할 곳이 없이 좁은 수조에서 혼합 사육되고 있어서 언제든 임신과 출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엔 출산한 마크는 최소 지난 4월 16일까지 돌고래쇼에 동원되었다. 이날 현장을 촬영한 핫핑크돌핀스 카메라에 임신한 마크가 또 다른 개체 ‘거스트’와 함께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오르거나, 조련사의 안내 하에 관람객들이 마크의 지느러미를 만지게 하고, 마크의 몸 전체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육상으로 올라와 배를 깔고 누워있게 하는 등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동작을 지속적으로 취하게 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잔인한 돌고래 포획과 학살 및 쇼돌고래 양성과 수출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마을에서도 쇼돌고래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곧 쇼를 멈추고 쉴 수 있도록 임신 휴가를 주며, 출산 이후 새끼와 함께 지내도록 2년 정도를 쇼에서 배제시킨다고 한다. 즉 일본이 쇼돌고래에게 최장 3년 정도의 임신과 출산 휴가를 보장하는 것에 비해 거제씨월드는 출산 3개월 전까지 임신 돌고래를 쇼에 동원하였다. 거제씨월드가 임신 9개월 정도의 돌고래까지 쇼에 이용한 것은 분명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거제씨월드 수조에는 북극의 차가운 바다에서 잡혀온 흰고래 벨루가 세 명이 일본 온대 해역에서 잡혀온 큰돌고래들과 같이 갇혀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높은 날 거제씨월드 수조의 수온은 섭씨 30도까지 치솟기도 하는데, 이는 벨루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너무나 뜨거운 수온이다.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 벨루가들을 야외 수조에 그대로 방치해두는 것은 적정한 서식환경을 마련해줘야 하는 동물원수족관법 제정의 취지에 완전 반하는 행위로서 분명한 동물학대이다.
해양수산부 역시 지난 6월 15일 거제씨월드를 현장 방문해 사육 실태를 점검한 후 공개한 보고서에서 “과도한 체험행사 동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휴식 제공을 위한 운영방식 개선”을 권고하였다. 동시에 “암·수 분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수족관 내 임신 등 유발, 개체 보호를 위한 지원 및 건강관리를 위한 관리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할 일은 단순한 권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족관 돌고래 죽음을 방지할 대책을 국회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생 돌고래의 사망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며, 동물학대 시설 거제씨월드에서의 고래류 죽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수부가 수족관 고래류 ‘성별 분리사육 의무화’와 ‘번식 금지’를 제도화하고, 일체의 관람객 만지기 행위를 금지시키며, 나아가 출산이 이뤄질 경우 즉시 어미와 새끼를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지낼 수 있는 임시 휴식 공간으로 이송할 것과 조속히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해 영구적인 대피 공간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7월 18일
핫핑크돌핀스
▲거제씨월드에서 2023년 4월 16일 임신한 큰돌고래 '마크'가 돌고래쇼에 동원되는 모습. 최근 새끼 돌고래를 출산한 마크는 임신 9개월 정도가 되는 이 시점에서도 높이 뛰어오르기, 배를 깔고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리기, 관람객으로부터 만지기 등의 체험에 동원되었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