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꿈자리
최 병 창
기름이 유화되면 유증기가 된다는데
거기에서 불장난을 하면 어찌 되겠는가
음모하던 작당들이 불 끄기는 남의 일인 척
불을 보고 도망가기에 정신이 없는데
걸음아 날 살려라 도
제 혼자 내빼기엔 남의 발이 따로 없네
세상최후가 그렇다면
세상의 최초는 과연 어찌했을까
궁금증이 불을 끄기보다는
시간을 바꿔 불을 피하기도 벅찬데
사면의 벽은 모두 밖으로 도망갔고
출구는 날아간 지 이미 오래,
균형 없던 삶과 죽음이 바로 앞에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 있다고
출렁이는 몸짓 따위가 무슨 대수랴,
도미노가 얽히고 밟힌 몸으로
만신창이의 잔해를 주워 담네,
세상 최후의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밤새워 몸을 지켜준 손이었으니
손을 보면서 불을 보면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뜨거운 열기는
불량스러운 한 그릇 밥이 되었는데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 멈췄네
아무 생각도 없이
해서는 안 되는 아무렇지도 않은 불장난이.
<2020.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