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 날
최 병 창
물이 물을 먹고 있다
순간 물의 자유가 무섭게 내려앉는다
가득 차면 찰수록
분수처럼 숨을 뿜어내는 일,
바람 사납게 옆구리를 후려치면
물길은 제 걸음을 재촉하며
제 몸 부풀리기에 신이 났다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주소도
번지수도 모른 채 마냥 줄달음친다
흘러갈 때는 짐이 버거워
다 내려놓고 가야 한다 더니
내려놓는 것은 모두
바닥을 향하여 남김없이 떠밀어낸다
흘러내리는 것이 어찌 물소리뿐이랴
휘휘 고개를 넘어
오래오래 돌아가야 할 길목이
순간순간 발목을 휘어잡아도
묵직했던 날개는 더욱
가벼워진 듯 온몸으로 출렁거린다
다 내려놓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절대를 넘나드는 자유,
끼어들기와 앞지르기사이에서
자신의 눈금을 성큼 부라리고 있다.
<202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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