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체, 진잎국
최 병 창
이렇듯 비가 내리는 오후쯤이면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진잎국이 간절하게 먹고 싶다네
지금 이 나이쯤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묵은 열무김치를 다독여서
곱게 받친 쌀뜨물에 잘 마른 북어대가리와
맛깔난 새우젓을 적당히 넣어
오랜 손맛으로 간간하게 진잎국을 끓여내면
밥 한 그릇도
눈 깜짝할 새 뚝딱하고 해치우던 그 맛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으니
그래서 맛이란
동기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인가
오랜만에 낯선 것은 그뿐만이 아니네
입맛은 세월만큼 잊히질 않았고
습관도 하는 만큼 바뀌질 않았는데
오늘도 모르겠고 내일도 모르겠으니
늙어 가는 입맛은 참으로 지나친 사치인가
칼칼하던 할머니의 그 진입국의 맛,
한 번만이라도 먹어볼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수 있겠는데
어디서도 먹을 수가 없으니
잘살고 못살고는 따지지 않더라도
죽기 전에 곰삭은 맛은
멀리로 도망갈 것 같아
남은 것은 목젖이 따가운
할머니와 그리운 눈썰미뿐이네.
<202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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