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그림자
최 병 창
그리움이 깊으면 나비가 되는지
잠들지 않은 나비는
꽃들을 찾아 제 그림자를 심고 심는다
얼마나 반갑던지
이 꽃 저 꽃에 이름표 달기도 바쁘단다
나비가 다녀간 꽃송이마다
그림자의 수소문이 한창인데
거절하지 못한 꽃송이들도
무기명의 순서에 뒤숭숭하다
마지막 한고비는 거절당한
그림자 없는 꽃 송이었으니
돌아온 인사치레는
우스꽝스럽게도
아른거린 편지한 장 부치지 못했다
발길이 끊어진 그때,
낡은 영수증 하나가 비명을 질렀고
마지막 같은 응원이
내처 길어진 그림자를 뒤따랐다
꽃마다 흐득이는 말씀의 갈기처럼 ,
이제 꽃과 그림자에
튼실한 빗장을 걸어놔야겠다
욕망의 목구멍을 넘기면
절대로 안 된다는 아득한 유산과 함께,
낮과 밤이 깊으면
꽃과 나비가 되는지
진부한 그림자는 출렁거린
욕망을 또 한 번 부추기고 있는데
입질과 올가미의
그리움이란 절대 일방통행이 아니라며.
<2022. 05.>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