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지문
최 병 창
떠돌던 안개가
익숙한 바람소리로 몸을 씻는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바람,
빈 가지들만 확인되지 않는 거리에서 어제를 떠올린다
뿌리 끝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다른 이름들의 몸짓,
그것을 만약 한겨울의 깨달음이라 한다면
압축과 긴장은 무엇으로도 증명할 길은 멀다
펴지지 않는 팔다리가 안개에 싸여
익숙하지 않은 그대 앞에
나설 수가 없다는 나무들은,
접히지 않은 수다로 뿌리를 깊숙이 내린다
안개의 지문이 무거워졌다
나무들은 이제 어디를 향하여 눈을 마주쳐야 할까
떠돌던 안개가 이윽고, 무거운 눈꺼풀을 내려놓는다
변하지 않는 시간만이
멈추질 않고
그대의 가슴처럼 출렁하고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말간 하늘이 열린다.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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