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길처럼
최 병 창
물은 제 갈길이 없어도
아래로 아래로만 길을 찾는다
그래야만 바다에 이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는 만큼 바다는 모든 것을 감싸 안으며
지평선과 수평선을 품고 있다
갈증에 물 한 모금 마시며
몸속의 물길을 내어본다
빗속에서 물길 트는 소리가
꾸르륵꾸르륵 바다를 향하는가 보다
한순간을 위해 물길은
시선을 놓지 못한다는 말인지
스스로 흘러가는 그 길에
팽팽한 물길은 어디에도 없다
바다는 말하고 있다
그의 몸이 직각으로 흘러가지 않아
은밀히 서까래를 파묻은
제 어미아비의 무덤 곁에서
꺼이꺼이 철썩이면서 흘러간다는 사실을,
그러면서 바다는 제 길로만
제 길로만 물길을 잡는다
제 아무리 호되게 몰아치거나
미욱한 목소리가 울부짖듯 외쳐대더라도
사랑도 제길 따라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야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금 우리의 물길은 어떠하신가요.
<2022. 03.>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