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HRD와 HRM의 통합’ 이라는 이슈에 대해 먼저 짚어 보고자 한다. 당초 어떤 연유로 인해 이 이슈가 부각됐는지 그 배경을 잘 알지를 못하지만, HRD와 HRM이 재무나 인사, 생산관리 등의 구분처럼 조직에 있어 독립된 별개의 기능적 구분을 갖고 있으며, 또 운영 자체도 별개로 되고 있다는 잘못된 이해와 가정에서 이런 이슈가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직에서 인사관리의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현장 책임자로서 보는 견해는, 한 마디로 ‘HRM과 HRD의 통합’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이다.
통합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별도로 존재하고 있거나 아니면 분리된 것이 합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HRM과 HRD는 적어도 인사관리라는 개념이 생긴 이래 조직에서 상호 별도로 운영되거나 분리, 운영된 적이 없다. 아니, 그렇게 하기가 불가능하다. 애초 별도로 존재하거나 분리, 운영된 적도 없으니, 당연히 통합도 없는 것이다. 인사관리는 대표적인 실천 학문의 하나다. 그 이론이나 연구가 무엇이든 기업이나 여타 조직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지 않거나 혹은 실현하기 어려운 탁상공론적인 주장은 단지 허구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RM과 HRD의 상호 작용과 그 관계에 대한 혼란과 오해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면, 이번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를 정리,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HRM, 입사에서 퇴직에 이르는 과정 관리
조직에서 HRM(인사관리 혹은 인적자원관리,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애써 ‘인사관리’와 ‘인적자원관리’의 차이까지 서로 구분하려는 경우도 있으나 필자는 그냥 같은 것으로 이해함)의 목표는 ‘역량 있는 조직 구성원을 확보, 개발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조직의 최상위 목표를 달성하게 돕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미시적 관점에서 HRM을 본다면 입사에서 퇴직에 이르는 동안 회사가 이들을 소위 ‘관리’하는, 선발-배치-교육훈련-보상-퇴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림 1>은 인사관리 과정에 있어 인사부서의 직무분야를 기능에 따라 세분화한 것이다. 이런 직무들은 각 조직의 환경과 조직의 크기 등에 따라 그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사정에 따라 통합되거나 더 세분화돼 인사부(Human Resources Department) 조직에 편제된다. 물론 조직이 아주 작은 경우 이 기능들은 인사부서의 존재 없이 다른 관리부서에 의해 수행되기도 한다.

<그림 2>는 대단위로 통합된 인사부서의 통상적인 업무영역과 조직의 예다. 인사담당 최고책임자(CHRO, Chief HR Officer) 아래 업무영역에 따라 해당 관리자(조직사정에 따라 임원에서 초급관리자까지)들이 CHRO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런 하부 부서를 관장하며, 역시 사정에 따라 각 부서의 책임 범위와 직접 보고하는 관리자의 수는 유동적이다.
<그림 3>은 인사부서의 기능과 업무영역을 바탕으로 인사부가 HRM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사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흐름도로 나타낸 것이다.
HRM 전략, 조직의 전략적 사업목표에 철저히 연계
언급한 바와 같이 인사부서의 미션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해 조직의 최상위 목표를 달성하게끔 돕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수립하는 HRM(인적자원관리) 전략은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철저히 조직의 전략적 사업목표와 연계돼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립된 HRM 전략은 일정 단위의 사업수행기간(보통 회계연도 단위)을 기초로 하는 인사 중점사항 혹은 인사부서의 업무수행 목표에 반영되고, 이는 다시 인사부서의 각 하부조직을 거쳐 인사부서 직원 개개인의 업무목표와 최종적으로 연계된다. 그래서 각 개인이 모두 업무목표를 달성한다면 인사부서의 업무목표는 달성된다. 이 흐름 속에서 인사부서는 고객, 즉 조직 구성원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또한 인사업무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 이를 인사업무나 인사전략에 반복적으로 반영한다.
하부 기능의 운용, 언제나 달라질 수 있어
이런 과정에서 ▲채용관리 ▲성과 및 보상관리 ▲교육훈련 ▲조직개발 ▲노사관리 등으로 대별되는 HRM의 주요 하부 기능은 모두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운용된다. 아무것도 혼자 독립돼 운용될 수가 없다. 다만 대내외 환경의 변화, 조직발전 단계, 사업목표의 조정, 인적자원관리 경로상의 시점 등에 따라 그 주안점은 언제나 달라질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주안점은 인적자원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크게 보면 흔히 1980년대까지는 인적자원을 비용으로 취급했다. 그래서 최적정 인건비(Optimal cost)를 유지하는 것이 인사전략의 축이었다. 1990년대에는 인적자원을 소위 자산(Human Capital)으로 봄으로써 ROI가 중요한 성과측정도구가 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적자원을 자발적 노력과 몰입을 투자하는 중요한 투자가(Investor)로 인식하는 시각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핵심인재를 유치, 유지함과 동시에 조직 구성원의 역량, ‘임파워먼트(Empowerment)’ 및 몰입(Commitment)을 증진시키는 것이 인사업무의 주요 과제가 된 것이다. 더불어 2000년대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라 조직 환경의 변화에 대한 구성원과 조직의 변화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HRD는 HRM의 수단이며, HRD 없는 HRM 없다
2000년대 들어 대두된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의 제 기능과 더불어 구성원의 역량개발, 사고방식(Mindset) 변화, 조직개발 및 변화관리 등을 통한 조직역량구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소위 HRD 분야에 속하는 기능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HRD가 혼자서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성과주의와 연계된 보상체계, 원활한 노사관계 등과 같은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2000년대 상황에서는 HRD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HRD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조직 구성원과 조직이 목표달성을 위해 현재와 미래에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의 지식·스킬·능력·태도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직개발을 통한 조직역량 확보도 포함된다. 조직개발도 결국은 인적자원의 개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좀더 넓게 본다면 개인의 자아실현과 구성원의 개발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기여라는 점도 그 역할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HRD는 이런 역할을 통해 조직에 다음과 같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
· 조직의 미션과 전략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대 확보
· 조직개발과 변화관리
· 구성원의 경력개발
· 생산성 향상
· 구성원과 조직에 대한 유연성 제고
· 저성과 요소를 낮추거나 제거
· 구성원의 몰입도 향상
· 퇴직율 감소와 인재 유지
· 안전한 근무환경 유지
· 구성원의 직무만족과 자긍심의 제고
· 법률적인 요구사항의 충족(성희롱 예방교육 등)
<그림 4>는 조직역량 개발에 있어 HRD 역할을 도식화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론적으로 성과관리·보상관리·노사관계관리 등이 HRM과 독립적인 개념이 아닌 HRM의 한 부분인 것처럼, HRD 역시 HRM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세부 수단이며 과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HRD없는 HRM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