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偶吟/ 宋翰弼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는구나.
가엾어라, 한 해 봄의 일이
비바람 가운데 오가는구나.
松下問答/ 賈島
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고 말하네.
다만, 이 산속에 있겠지만
구름 깊어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네.
秋夜雨中/ 崔致遠
秋風唯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구나
창밖엔 한밤중, 비가 내리고
등불 앞 내 마음은 고향만리로 기우네.
遺于仲文/ 乙支文德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궁구했고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다 하였도다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하고 그만두기를 원하노라.
家書/ 袁凱
江水三千里
家書十五行
行行無別語
只道早還鄕
강물은 삼천리
집에서 온 편지는 열 다섯줄
줄마다 별 말은 없고
다만, 고향으로 빨리 돌아오라고 말하네.
天王峰/ 曺植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천석종 보기를 청하노라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네.
만고의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네.
舟中夜吟/ 朴寅亮
故國三韓遠
秋風客意多
孤舟一夜夢
月落洞庭波
고국 삼한은 먼데
가을바람에 나그네의 생각만 많아지네.
외로운 뱅 위의 하룻밤 꿈에
동정호 물결에 달이 비치네.
庭草/ 李受益
庭草本非種
春風自發生
惟有色香別
無數亦無名
뜰 풀은 본래 심은 것이 아니요
봄바람에 저절로 피어난 것이네.
오직 색과 향기만이 다를 뿐
헤아릴 수도 없고 또한 이름도 없다네.
栗/ 李山海
一腹生三子
中者兩面平
秋來先後落
難弟又難兄
한 배에 자식 셋이 생겼으니
가운데 것은 두 볼이 평평하구나.
가을이 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는데
아우라고 하기도 어렵고 또 형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靜夜思/ 李白
牀前看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평상 앞에서 달빛을 보니
땅 위의 서리인가 모르겠네.
머리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金剛山/ 宋時烈
山與雲俱白
雲山不辨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과 구름이 함께 희니
구름과 산의 모습을 구별할 수 없구나.
구름이 걷히고 산만 우뚝 솟아 있으니
일만 이천 봉우리로다.
金剛山/ 宋時烈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何處最先紅
일만 이천 봉이
제각기 높고 낮구나.
그대, 해 오름을 보라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지를.
聞雁/ 洪世泰
春日江南雁
連行亦北飛
來時見吾弟
何事不同歸
봄날 강남의 기러기가
줄지어 북으로 날아간다.
올 때 내 아우를 보았으련만
무슨 일로 함께 오지 않았는가?
善竹橋/ 李偰
善竹橋頭血
人悲我不悲
孤臣亡國後
不死竟何爲
선죽교 부근에서 흘린 피를
사람들은 슬퍼하나 나는 슬프지 않구나.
외로운 신하가 나라 망한 후에
죽지 않으면 끝내 어찌할까?
朝鮮詩/ 丁若鏞
興到卽運意
意到卽寫之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
흥이 나면 바로 뜻으로 옮기고
뜻이 닿으면 바로 그것을 그려낸다.
나는 조선 사람이어서
조선시를 즐겨 짓는다.
待郞/ 凌雲
郞云月出來
月出郞不來
想應君在處
山高月上遲
임께선 달이 뜨면 오신다더니
달이 떠도 임은 오시지 않네.
생각건대, 아마도 내 임이 계신 곳은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뜨겠네.
北征/ 南怡
白頭山石磨刀盡
豆滿江水飮馬無
男兒二十未平國
後世誰稱大丈夫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에 먹여 다 없애리.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안하게 못 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리.
訪金居士野居/ 鄭道傳
秋陰漠漠四山空
落葉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가을 구름이 아득하여 온 산이 적막한데
떨어진 나뭇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히 붉구나.
시냇가 다리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물어보다가
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미처 몰랐구나.
山行/ 宋翼弼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聽水聲
後我幾人先我去
各歸其止又何爭
산에 오를 때는 앉는 걸 잊고, 앉아서는 가는 걸 잊는다.
소나무 그늘에 말을 쉬게 하고 물소리를 듣는다.
내 뒤에 오던 사람들 중 몇 명이나 나를 앞서 갔는가?
각자 머무를 곳으로 돌아가니 또 무엇을 다투겠는가?
望月/ 宋翼弼
未圓常恨就圓遲
圓後如何易就虧
三十夜中圓一夜
百年心事摠如斯
아직 둥글지 않을 때는 둥그러짐이 더딤을 늘 한하는데
둥글어진 뒤에는 어찌 이리 쉽게 이지러지는가?
서른 밤 가운데 둥근 날은 하룻밤뿐이니
한평생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이 모두 이와 같도다.
爲國丹心/ 全琫準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때가 오자 천지가 모두 힘을 함께 하더니
운이 다해 영웅도 스스로 도모할 수 없다.
백성을 사랑하는 올바른 도리 내 잃지 않았건만
나라를 위한 붉은 마음 누가 알아줄까?
風雨/ 이집
花開暮暮朝朝雨
柳綠朝朝暮暮風
花柳逢春猶自發
任他風雨過虛空
꽃은 저녁 아침에 내리는 비에도 피고
버들은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도 푸르네.
꽃과 버들은 봄을 만나 오히려 절로 피고
비바람이 허공을 지나가도 개의치 않네.
送人/ 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비가 갠 긴 둑에 풀빛 더욱 푸른데
임 보내는 남포에는 슬픈 노래 울린다.
대동강 물은 언제쯤 다 마를 까?
이별의 눈물은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진다.
泣別慈母/ 申師任堂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情
回首北村時一望
白雲飛下暮山靑
백발 되신 어머니 강릉에 계시온데
이 몸 혼자 정을 두고 서울로 떠난다.
고개를 돌려 고향 마을 바라볼 때
날아가는 흰 구름 아래 저무는 산이 푸르다.
蠶婦/ 張兪
昨日入城市
歸來淚滿巾
遍身羅綺者
不是養蠶人
어제 성 안의 장터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선 눈물로 수건을 적셨네.
온몸에 비단옷 입은 사람들이
누에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네.
山中答俗人/ 李白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사냐고 내게 물어보아서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하네.
복숭아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는데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가 있네.
別情人/ 無名氏
興仁門外無名巷
一帶沙川五柳斜
墻北墻南花下路
前三後七是吾家
동대문 밖 이름 없는 골목에
한 줄기 모래 내에 휘늘어진 버드나무 다섯 그루
여기저기 꽃이 핀 담장의 아랫길
앞에서 세 번째, 뒤에서 일곱 번째가 내 집이라오.
送元二使安西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 앞에는 파릇파릇 버들 빛이 새롭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의 술을 다 마시게나.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도 없으리라.
閨情/ 李玉峯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
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약속을 하시고도 왜 이리 늦으시나
뜨락의 매화도 시들려고 해요.
문득 가지 위의 까치 소리를 듣고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려요.
雪夜/ 韓龍雲
四山圍獄雪如海
衾寒如鐵夢如灰
鐵窓猶有鎖不得
夜聞鐘聲何處來
사방의 산이 감옥을 둘러싸고, 눈은 바다와도 같은데
이불은 쇳덩이처럼 차고, 꿈도 재와 같구나.
철창으로도 오히려 잠글 수 없으니
밤에 들리는 종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章臺枝/ 李匡呂
抵死與夫君
如今全此身
去去傷此身
不作良家人
죽기를 작정하고 지아비와 함께 하고자
지금까지 이 몸을 지켜왔네.
가면 갈수록 이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양인이 되지 못함 때문이네.
良家有夫婦
賤家無夫婦
賤家亦有身
滅身方見守
양가에는 부부가 있으나
천민의 집에는 부부가 없도다.
천민의 집에도 몸은 있으니
죽도록 바야흐로 절개를 보이리라.
何如歌/ 李芳遠
如此亦如何
如彼亦如何
城隍堂後垣
頹圮亦何如
吾輩若此爲
不死亦何如
이런들 또 어떠하리.
저런들 또 어떠하리.
성황당 뒷담이
무너진들 또 어떠하리.
우리도 이와 같이 하여
죽지 않으면 또 어떠하리.
春興/ 鄭夢周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雲盡南溪漲
草芽多少生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밤 되니 빗소리 조금 들린다.
눈 녹아 남쪽 시냇물 불어나면
풀싹도 조금쯤 돋아나리라.
行宮/ 元稹
廖落古行宮
宮花寂寞紅
白頭宮女在
閒坐說玄宗
쓸쓸한 옛날의 행궁
모란꽃만 홀로 붉네.
흰 머리 궁녀 그 곳에 있어
한가히 앉아 현종을 이야기 하네.
送孟浩然之廣陵/ 李白
古人西辭黃鶴樓
煙花三月下楊洲
孤帆遠影碧空盡
惟見長江天際流
옛 친구를 황학루 서쪽에서 이별하고
아지랑이 어른거리며 꽃피는 3월에 양주로 내려간다.
외로운 배 먼 그림자가 푸른 하늘로 사라지니
오직 하늘 끝으로 흐르는 장강만 보이는구나.
自述/ 李玉峯
近來安否問如何
月白紗窓妾恨多
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已成沙
요사이 안부 어떠하신지 묻사옵니다.
달 밝은 창가에서 이 몸 한도 많사옵니다.
꿈속에 나의 넋이 다닌 자취 남긴다면
문 앞 돌길이 이미 부서져 모래로 되었을 것이옵니다.
山中詠井中月/ 李奎報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속의 스님이 달빛을 탐하여
병 속에 하나 가득 아울러 길렀네.
절에 다다르면 바야흐로 마땅히 깨달으리라.
병을 기울이면 달빛 또한 텅 비는 것을.
述懷/ 竹西朴氏
不欲憶君自憶君
問君何事每相分
莫言靈鵲能傳喜
幾度虛驚到夕曛
임 생각을 떨치려 해도 절로 임이 생각나
묻노니 무슨 일로 매번 헤어지는가.
까치가 기쁜 소식을 전한다 말하지 마오.
몇 번이나 헛되이 놀라 저녁까지 기다렸던가?